가끔 현관 앞을 빗자루로 쓸어낸다. 빗자루로 쓸다 보면 늘 그 말이 생각난다. '집에 들어오는 입구가 깨끗해야 복이 들어온대' 그래서 싹싹 열심히도 쓸어낸다. 누군가는 매일매일 현관을 깨끗하게 치운다지만 나는 가끔 시간이 날 때, 조금 더러워졌다 싶을 때나 하는 행동이다. 겨우 1,2분 남짓한 시간이 필요하지만 가끔은 그것도 어려울 때가 있다. 현관 청소조차 그러하니 집안 청소는 얼마나 많고 귀찮을까 싶다. 그나마 살림을 좋아하면, 정리 정돈을 잘하면 좋았겠지만 이번 생은 아쉽게도 탈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하고자 하는 마음은 늘 있었다. 하여 지난 9월부터 정리, 수납 클래스를 듣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번까지 벌써 세 번의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클래스를 겨우 세 번 밖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시작하는 그 과정을 통해 나 자신을 더 많이 되돌아볼 수 있었다.
그중 두 번째 시간에 선생님께서 가져오신 책에는 저장강박 자가진단법이 있었다. 자가진단법의 내용으로는 물건을 버려야 할 때면 망설이게 된다, 생활하는 방이 잡동사니로 가득 차있다, 내 물건 중에 일 년에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것들이 있다, 집에 모아놓은 잡동사니로 인해 일이나 일상생활, 사회생활이 방해를 받는다, 쇼핑을 할 때 마음에 들면 같은 물건을 여러 개 구입한다, 기억나지 않은 물건을 쌓아둔다등등의 예시가 있었다.
예전에는 일 년에 한 번도 사용하지 않는 물건이 집에 여러 개 있고, 기억나지 않은 물건을 쌓아두고, 그리고 물건을 아껴두는 행동을 했을 텐데 요즘의 나를 되돌아보건대 나는 이제 더 이상 물건을 쌓아놓고 사는 사람은 아니었다.
분명 정리수납 클래스를 듣기 전에 행했던 지난 미니멀 라이프 생활이 헛되지 않음을 알 수 있던 시간이었다. 그동안 부단히 노력한 물건 사지 않기(잡동사니) , 필요 없는 물건 버리기, 같은 물건 여러 개 구입해 놓지 않기, 물건 쌓아두지 않기 등의 여러 가지 노력했던 나 자신을 칭찬하고 싶었다.
일단 이 상태에서 물건이 더 늘지만 않아도, 가진 물건을 조금 더 정리할 수 있어도 최상의 상태라고 할 수 있겠다. 앞으로도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열심히 정리하는데 심혈을 기울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정리, 수납 클래스를 듣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말 그대로 기존에 가진 물건이 정리가 안된 까닭이다.
최근에 갑자기 온도가 떨어지며 계절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갑자기 가을이 되며 옷 정리를 시작했다. 작년 가을, 겨울 옷을 분명 상자 안에 잘 정리해 두었는데 다시 가보니 여러 계절이 섞여있는 것은 물론 아이 옷도 상자에 같이 섞여있었다.뜨헉!!
원래대로라면 한 상자를 가져와 딱 정리하고 그 비어진 상자에 여름옷을 넣어야 하는데 전혀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생각해 보면 매년 이런 짓을 반복하고 있다. 그러니 점점 정리수납이 어렵다 생각되고, 그 이상 노력하고 싶지 않을 수밖에...
세 번째 시간에 선생님이 나눠준 책 중에는 정리 자가진단법 체크리스트가 있었다. 여러 가지 부분이 있지만 그중에 가장 문제인 부분은 물건의 자리를 제대로 정해놓지 않아 그다음에 물건을 놓을 때 제자리가 없어서 아무 곳이나 놓는 결과 내가 지나간 부분, 자주 사용하는 공간은 마치 폭탄 맞은 모양새를 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간단한 자가진단 체크로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나의 정리수납은 정말 꽝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 앞으로 정리수납 클래스에 성실하게 참여해서 현실적인 정리방법을 알아가고 싶다.그리고 지금과는 다른 상태의 체계적인 삶을 살고 싶어 진다. 계속 이러한 모습으로 지낼 수는 없으니까...
다음시간부터는 '정리수납' 실습 편이다. 집안 곳곳 구석구석 어떻게 잘 정리하는 것인지 배워서 실천해 나갈 생각이다. 지금은 비록 정리 수납 어린이지만, 점점 성장해 어른이 될 나를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