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 감이다! 정원에 감이 열렸다. 왜 이렇게 호들갑이냐고? 왜냐하면작년에는 감이 거의 열리지 않았다. 작년에 비가 얼마나 많이 왔던지 그 많던 감이 열리다가 바닥으로 다 떨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충격적이었다. 원래 감을 먹을 기대도 없었지만 감나무에 감이 열리긴 했는데 모두 다 떨어져 버려서 하나도 남지 않다니 기분이 좀 이상했다.
그런데 올해는 다르다! 올여름 더운 날이 계속되긴 했지만 그래도 비가 덜 오고 해가 더 많이 떴나 보다. 감나무에서 감이 열렸다. 그것도 많이 주렁주렁 열렸다.
오다가다 감이 익어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러던 어느날 탐스러운 감이 눈에 띄길래 두 개 정도를 땄다. 하나는 조금 더 익은 감이었고 다른 하나는 단단한 감이었다. 감을 따와서 테이블에 놓고 며칠 더 지켜봤다. 어느 날 만져보니 감이 말랑말랑 더 잘 익어있었다. 그날 저녁을 먹고 디저트로 감을 먹기로 결심했다. 먼저 감을 물에 씻고 그다음 손으로 반으로 갈라보았다. 잘 익은 감은 진한 주황색의 꽉 찬 내용물을 가지고 있었다. 누가 봐도 '맛있는 감'이라는 말을 할 정도로 군침 흘릴 정도의 생김새였다.
입으로 단숨에 넣고 싶은 것을 참고 숟가락으로 한입 떠 넣었다.오 마이갓!!!!!!!
저 세상의 맛이었다. 감이 엄청 맛있었다는 소리이다. 생각보다도 달콤하고 맛있어서 입에서 살살 녹았다. 나머지 절반도 혼자 다 먹어버리고 싶었지만 아이에게도 맛보게 해주고 싶었다. 아이는 아직 저녁 식사를 다 마치지 않아서 잠시 기다렸는데 그 잠깐의 순간에 감을 다 먹어버리고 싶어서 참느라 힘들었다. 드디어 아이가 감을 먹는 순간이 왔다. 작은 스푼으로 한입 떠 넣었다. 얼굴에 미소가 퍼졌다. "엄마 정말 달콤해요"
아이와 함께 정원에서 딴 감을 먹는 순간은 분명 최고의 행복이었다.
이렇게나 잘 익은 감이라니!
그 후로 감나무에서 더 많은 감이 잘 익어갔다. 그리고 드디어 결전의 날이 왔다. 지난번엔 시험 삼아 두 개의 감을 땄지만 오늘은 모든 감을 수확하는 날이다.
안 그래도 감 따는 날을 정해놓고 기다렸는데, 딱 오늘 새가 와서 감을 파먹고 갔다고 했다. 어차피 까치가 먹을 감은 남겨놓으려고 했기 때문에 그 정도는 괜찮았다.
일단 내가 손에 잡히는 감을 먼저 땄다. 그리고 조금 더 큰 남편이 손을 뻗어 닿는 곳의 감을 땄다. 그리고 더 높은 곳의 감은 아빠가 아이를 목마 태웠다. 그리고 아이가 손을 뻗어 감을 땄다. 아이는 아직 감 따는 것이 서툴러 어려워했다. 잘 익어 똑 따질 것 같은 감의 모양인데도 한참을 헤맸다. 그래도 아이는 야무지게 높은 곳의 감을 세 개나 땄다.
집에 사다리가 있었지만 일부러 사용하지 않았다. 가족들이 조금씩 감을 딸 정도로 밖에 열리지 않았고 그냥 우리 가족이 한 명씩 순서대로 감을 따는 기쁨을 누리고 싶었다. 특히 아이는 이제 제법커서 얼마 후에는 더 이상 아빠가 목마를 태우지 못할 수도 있다. 아마 우리가 이 집에서 감을 딸 수 있는 날은 그때 까지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한 해 동안 감나무를 쳐다만 보고 있었는데 감이 열렸다. 그저 신기했다. 우리가 해준 것도 없는데 우리에게 이렇게 아낌없이 열매를 주는 감나무가 참 고마웠다.
감을 이렇게나 많이 수확했다!
감을 한 아름 따서 집안으로 들어왔다. 잘 익은 감을 보니 배불렀다. 당분간 우리의 달콤한 디저트가 돼줄 유용한 양식이다.
물론 새가 먹을 감은 몇 개 더 남겨두었다. 나무가 아낌없이 준 감이니 우리도 자연과 함께 나누고 싶었다.
그러고 보니 제주의 곳곳에 심겨진감귤이 익어가고 있다. 지금은 초록과 노랑의 사이지만 아마도곧감귤이 잘익어 수확하는 계절이 올 것이다. 우리 집은 그것보다 늦게 감귤이 익어가니 조금 더 기다려야겠지만 그 귤을 따서 비타민 보충하는 날을 기다린다.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은 싫지만 감이 익는 것도 귤이 익는 것도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