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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Oct 17. 2024

감 따는 날

우와~~~! 감이다! 정원에 감이 열렸다. 왜 이렇게 호들갑이냐고? 왜냐하면 작년에는 감이 거의 열리지 않았다. 작년에 비가 얼마나 많이 왔던지 그 많던 감이 열리다가 바닥으로 다 떨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충격적이었다. 원래 감을 먹을 기대도 없었지만 감나무에 감이 열리긴 했는데 모두 다 떨어져 버려서 하나도 남지 않다니 기분이 좀 이상했다. 



그런데 올해는 다르다! 올여름 더운 날이 계속되긴 했지만 그래도 비가 덜 오고 해가 더 많이 떴나 보다. 감나무에서 감이 열렸다. 그것도 많이 주렁주렁 열렸다.



오다가다 감이 익어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러던 어느 탐스러운 감이 눈에 띄길래 두 개 정도를 땄다. 하나는 조금 더 익은 감이었고 다른 하나는 단단한 감이었다. 감을 따와서 테이블에 놓고 며칠 더 지켜봤다. 어느 날 만져보니 감이 말랑말랑 익어있었다. 그날 저녁을 먹고 디저트로 감을 먹기로 결심했다. 먼저 감을 물에 씻고 그다음 손으로 반으로 갈라보았다. 잘 익은 감은 진한 주황색의 꽉 찬 내용물을 가지고 있었다. 누가 봐도 '맛있는 감'이라는 말을 할 정도로 군침 흘릴 정도의 생김새였다.



입으로 단숨에 넣고 싶은 것을 참고 숟가락으로 한입 떠 넣었다. 오 마이갓!!!!!!!



세상의 맛이었다. 감이 엄청 맛있었다는 소리이다. 생각보다도 달콤하고 맛있어서 입에서 살살 녹았다. 나머지 절반도 혼자 다 먹어버리고 싶었지만 아이에게도 맛보게 해주고 싶었다. 아이는 아직 저녁 식사를 다 마치지 않아서 잠시 기다렸는데 그 잠깐의 순간에 감을 다 먹어버리고 싶어서 참느라 힘들었다. 드디어 아이가 감을 먹는 순간이 왔다. 작은 스푼으로 한입 떠 넣었다. 얼굴에 미소가 퍼졌다. "엄마 정말 달콤해요"




아이와 함께 정원에서 딴 감을 먹는 순간은 분명 최고의 행복이었다.




이렇게나 잘 익은 감이라니!








그 후로 감나무에서 더 많은 감이 잘 익어갔다. 그리고 드디어 결전의 날이 왔다. 지난번엔 시험 삼아 개의 감을 땄지만 오늘은 모든 감을 수확하는 날이다.



안 그래도 감 따는 날을 정해놓고 기다렸는데, 딱 오늘 새가 와서 감을 파먹고 갔다고 했다. 어차피 까치가 먹을 감은 남겨놓으려고 했기 때문에 그 정도는 괜찮았다.



일단 내가 손에 잡히는 감을 먼저 땄다. 그리고 조금 더 큰 남편이 손을 뻗어 닿는 곳의 감을 땄다. 그리고 높은 곳의 감은 아빠가 아이를 목마 태웠다. 그리고 아이가 손을 뻗어 감을 땄다. 아이는 아직 감 따는 것이 서툴러 어려워했다. 잘 익어 똑 따질 것 같은 감의 모양인데도 한참을 헤맸다. 그래도 아이는 야무지게 높은 곳의 감을 세 개나 땄다.



집에 사다리가 있었지만 일부러 사용하지 않았다. 가족들이 조금씩 감을 딸 정도로 밖에 열리지 않았고 그냥 우리 가족이 한 명씩 순서대로 감을 따는 기쁨을 누리고 싶었다. 특히 아이는 이제 제법커서 얼마 후에는 더 이상 아빠가 목마를 태우지 못할 수도 있다. 아마 우리가 이 집에서 감을 딸 수 있는 날은 그때 까지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한 해 동안 감나무를 쳐다만 보고 있었는데 감이 열렸다. 그저 신기했다. 우리가 해준 것도 없는데 우리에게 이렇게 아낌없이 열매를 주는 감나무가 참 고마웠다.




감을 이렇게나 많이 수확했다!







감을 한 아름 따서 집안으로 들어왔다. 잘 익은 감을 보니 배불렀다. 당분간 우리의 달콤한 디저트가 돼줄 유용한 양식이다.



물론 새가 먹을 감은 몇 개 더 남겨두었다. 나무가 아낌없이 준 감이니 우리도 자연과 함께 나누고 싶었다.



그러고 보니 제주의 곳곳에 심겨진 감귤이 익어가고 있다. 지금은 초록과 노랑의 사이지만 아마도  감귤이  익어 수확하는 계절이 것이다. 우리 집은 그것보다 늦게 감귤이 익어가니 조금 더 기다려야겠지만 그 귤을 따서 비타민 보충하는 날을 기다린다.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은 싫지만 감이 익는 것도 귤이 익는 것도 기다려진다.



오늘 따온 감을 하나씩 먹으며 풍성한 가을을 보낼 것이다.



참 좋은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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