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오빠가 하나 있다. 어릴 때부터 둘이 같이 다니면 사람들 눈에는 오빠만 보이는지,
"어쩜 남자애가 이렇게 예쁘게 생겼어!" 하면서 오빠만 칭찬했다. 그 옆에 있던 나의 자존감은 아마도 그때부터 하락하지 않았을까. 왜 옆에 여자애가 옆에 있는데도 남자아이가 예쁘다며 칭찬했을까?
그도 그럴 것이 오빠는 얼굴이 하얗고 눈이 커다랬다. 나랑 전혀 반대로 생긴 모양새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나는 그때부터 누러운 데다 까맣고 그리고 눈도 작았던 것 같다. 그래도 그렇지 늘 내 옆의 오빠만 칭찬하는 사람들이 미웠다.
어릴 적에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성인이 된 오빠는 참 꼼꼼하고 야무졌다. 나는 무슨 일이든 대충 대강 하는 것에 비해 오빠는 달랐기 때문이다. 훗날 아이를 키워보고 살림을 하다 보니 더 티가 많이 났다. 오빠에게는 여자아이 둘이 있는데머리카락을 나보다 더 잘 묶어준다. 아주 정교하고 꼼꼼하게... 생각해 보니 어쩌면 오빠는 아빠를 닮은 것 같다.
암튼 가끔 조카들을 보러 집에 가서 집을 가면 언니의 살림 만렙과 오빠의 꼼꼼함이 합쳐져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화장실에 수건을 보면 오빠네가 생각난다. 정리와 수납이 유행하기 전부터 그들의 집의 수건은 아주 꼼꼼하고 단단하게 동여매어 선반에 차곡차곡 정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들 옷도 마찬가지다. 물려주려고 보내오는 조카들의 옷조차 차곡차곡 잘 정리되어 있었다.
늘 보면서 오빠네가 대단하다 싶었다. 나중에라도 그들이 우리 집에 와서 우리 집 옷장이나 냉장고 등등을 보지 않길 바랐다.
그런데 지난여름 제주에 놀러 와 일주일정도를 머물다 갔다. 그때 나는 육지에 가있었는데,
그전에 집안대청소를 하느라고 혼이 났다. 정말 며칠을 쓸고 닦고 정리하고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 보니 그들 눈에 얼마나 웃겨 보였을까
어설픈 살림솜씨.
결국 들통났다.
그때도 지금도 집안일은 참 어렵다.
오늘도 정리 정돈 수납을 다녀왔다. 이번 시간에는 옷 정리를 배웠다. 그리고 옷장정리까지 배웠다.
우리 집에 옷 중에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곳은 내 옷이다. 그러나 사이즈가 작을 뿐이지 아이의 옷도 상당하다. 내가 산 몇 개의 옷과 더불어 물려받은 옷들 그리고 빨리 크지 않는 탓에 옷이 바뀌지 못하고 비슷한 상태로 머물고 있다. 게다가 아이라고 필요한 게 없을 줄 아는가! 속옷이면 속옷, 양말, 잠옷 우리 중에 제일 많이 가지고 있다.
내 옷장이야 어떻게 어떻게 정리하면 되는데 늘 아이것이 어려웠다. 사이즈도 작은데 양은 많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나름 시간 내어 정리하는데 아이가 한번 손을 대기 시작하면 모든 것이 흩트려진다. 그리고 아침 시간은 늘 바쁜데 아이는 내가 챙겨놓은 옷도 안 입으면서 정리된 서랍에서 이것저것 꺼내기 시작한다. 그러면 그때부터 수납함이 난리가 나는 것은 수순이다.
그러니 매번 정리하지만 정리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느낌이다.하여 이번에는 정리수납 클래스를 듣고 확실히 정리해 버려서 꼭 반드시 같은 실수를 번복하지 말아야 했다.
오늘은중요한 날이었다. 바로 옷을 접는 법에 대해서도 제대로 배웠기 때문이다. 오늘은 후드 티셔츠 접는 법, 옷 한 벌을 겹쳐 접는 법, 바지 접는 법, 니트 접는 법, 속옷 접는 법 , 양말 접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딱 맞는 상자에 쏙쏙 넣어서 부피를 줄이는 방법도 배웠다. 사실 유튜브에 검색만 해도 어떻게 접는 법인지 바로 나오긴 하지만 그동안 그것을 몰라 정리 정돈을 안 한 게 아니다.
집에 오자마자 아이 속옷, 양말 서랍장부터 열었다. 그리고 오늘 배운 대로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했다. 역시 시작이 반이다. 그 후에는 아이의 실내복 한벌을 겹쳐서 접었다. 정신없이 정리되어 있던 수납장이 이제야 제대로 깔끔해 보였다. 성공이다!
전과 후 비교가 선명하다
정리 수납을 한 번에 몸에 익히는 것은 어렵겠지만, 한번 그대로 정리해 놓으면 유지하는 것은 그래도 쉬운 일 같다.
10을 한 번에 10으로 정리할 순 없겠지만 1, 1, 1 이렇게 하다 보면 결국 10으로 유지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앞으로의 일상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