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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Oct 28. 2024

그때는 포도 지금은 멜론

한창 샤인머스캣이 난리일 때가 있었다. 원래 먹던 미국 포도도 아니고 분명 초록색이긴 한데 크기는 엄청 크고, 게다가 맛도 달콤한데 망고 맛이 나기도 한 것이 오묘했다. 분명한 것은 굉장히 맛있었다는 것! 그러나 초창기에는 한송이에 몇 만 원이나 하던 가격이 굉장히 비쌌던 과일이었다. 그래서 마음껏 못 먹었던 때도 있었다. 그때의 샤인머스캣은 알이 크고 단단하고 정말 맛있었다.



그런데 몇 년 시간이 지나자 샤인머스캣이 달라졌다. 알도 작아지고, 단단하기는커녕 쉽게 무른 것도 많고, 맛도 특별하지 않고, 예전처럼 고퀄리티의 그런 과일이 아니었다. 먹으면 웃음이 실실 나오던, 귀한 그 과일을 밤마다 그것 몇 알 먹고 자면 행복했는데 이제는 더 이상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아마도 이제는 흔해진 과일이기도 하고, 더 이상 예전처럼 맛이 없어진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오리지널 포도로 돌아갔다. '캠벨 포도'라고 부르는, 우리 아버님은 '옛날 포도'라고 하는 그 포도이다. 샤인머스캣만 먹다가 보라색 작은 포도를 먹으니 작긴 했지만, 그 알알에 진한 단맛이 농축되어 있어서 더 맛있었다.



 그 후로는 포도의 초심으로 돌아가 캠벨 포도를 사다 먹기 시작했다. 가을이 지나가며 포도의 가격도 더더 저렴해지곤 했다. 그렇게 가을은 보라색 포도만 먹고 지나가는 듯했다.



그러던 어느 날 포도를 샀는데 포도를 들자마자 알이 후드득 떨어지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포도가 줄기에 붙어있는 모양만 하고 있지 그냥 종이 포장지에 포도 알이 모여진 상태로 판매된 상태라고나 할까? 실망이었다.



맛은 더 실망이었다. 줄기에서 영양을 못 받고 있던 탓인지 포도알은 거의 상하거나 물렁거려서 먹을 수 없었다.



그때부터 포도를 더 사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싹 사라졌다. 포도만 보면 먹고 싶어 발을 동동 구르던 포도 앓이에서 벗어났다.








포도 이후에 어떤 과일을 먹을지 고심해야 했다.



보통 집에 3~4가지의 과일을 두는 편이다. 주로 오렌지, 사과는 집에 매일 상비해 놓는 편이다. 가끔 바나나와 방울토마토가 준비되고 그리고 나머지는 제철과일로 구매하는 편이다.



이번에 정원에서 감을 엄청 많이 수확했다. 그래서 이제 더 이상 당분간 과일을 사지 않아도 될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큰 오산이었다. 아주 예쁘게 반들거리는 감을 깎았는데 세상에! 이렇게 떫을 수가 없다. 이 감은 말랑하게 익혀먹는 감이었다. 분명 지난번 말랑거리는 감을 먹을 때는 정말 달콤하고 맛있었기 때문이다.




잘 익기를 기다리는 감...




그래서 새로운 과일을 사야만 했다. 포도를 아직 팔고 있었지만 눈길조차 주지 않았고, 더 살펴보니 멜론이 적당해 보였다. 멜론도 종류가 두 가지 정도가 있었다. 하나는 겉이 네트모양의 초록색의 머스크멜론, 그리고 다른 하나는 아이보리 컬러의 허니듀 멜론이었다.



둘 중에 이름만 들어도 달콤하고 맛있을 것 같은 허니듀 멜론을 주문했다.



크기도 크고 예쁘게 생긴 멜론이 하나 도착했다. 그런데 단단해 보이는 것이 덜 익었을 것 같은 느낌이 왔다. 그래서 실온에 사나흘을 내버려 두었다(우린 그것을 후숙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제 도저히 먹고 싶어 참을 수 없다 싶어 질 때 가져와 잘라보았다.



와! 적당히 익었다.



하루이틀 정도 더 두었으면 더 맛있었을 테지만 기다릴 수가 없었다. 이 정도로 충분히 맛있었다. 실온에 두었다 먹어도 맛있지만 냉장고에 넣어놨다가 차갑게 먹으니 더 맛있었다. 달달하고 차갑고 마치 디저트 먹는 느낌의 과일이었다. 디저트는 심히 달아 금방 물리지만 멜론은 은은하게 다니 전혀 물리지 않고 입에 쉬지 않고 들어갔다.



그 후로 멜론앓이가 시작되었다.





그다음 멜론은 직접 보고 사야겠다 싶었다. 보통은 주로 인터넷 배송을 하는 편인데 이번에 친히 마트에 다녀왔다. 그곳에도 멜론이 가득 쌓여 있었다. 아무래도 멜론 먹는 시기인가 보다.



멜론을 이리보고 저리보고 그중에 제일 마음에 드는 것으로 골라왔다. 집에 와서 보니 대체 이번에는 언제 먹어야 할까 하는 고민이 들었다. 그런데 멜론을 둘러싸고 있던 종이 택에 적혀있는 을 발견했다. 며칠 실온에 두고 후숙 해서 먹으라는 당부사항이었다.



또 멜론을 놓고 사흘을 기다렸다. 멜론이 먹고 싶어 이리 만지작, 저리 만지작 거리는데 남편이 지나갔다. "이거 오늘 자를까?" 하고 물어보니 남편이 고개를 저었다. "며칠 더 기다려?" 하고 물으니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멜론은 나흘 만에 잘랐고, 그래서 이번 멜론은 닷새 만에 잘라보았다.   




그 하루차이가 뭐라고 훨씬 잘 익었다. 멜론을 반으로 자르고 반은 랩을 씌워 냉장고에 보관해 두었다. 그리고 나머지 반에 들어있는 씨를 제거했다. 씨앗이 참 크다. 순간 씨앗을 보고 한번 정원에 심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검색해 보니 5월에 심어야 한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정원을 보면 잔디가 조금씩 풀이 죽어가고 있다. 지금 심는다고 뭐가 자랄까 싶었다. 그런데 과연 내년 5월에 멜론 씨앗을 만날 수 있을까?



어쨌든 씨앗을 제거한 멜론을 반으로, 또 반으로 잘랐다. 그리고 자른 멜론을 하나 들고 껍질을 깎아내었다. 그리고 칼로 깍둑썰기하는 것처럼 듬성듬성 잘라냈다. 다 되었다! 이제 접시에 담아서 저녁 식사 후에 하나씩 먹으면 된다.




아... 참 달다!!! 정말 맛있다.



멜론 사랑해




내일은 멜론을 저녁 먹기 전에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내일은 더 일찍, 더 많이 먹어야지 하는 욕심을 부려본다.



멜론을 익히려면 최소 나흘은 걸리니 당장 내일 멜론을 한통 더 사 와야겠다는 생각이 나서 마음이 급해졌다. 내일은 다른 종류의 멜론을 사 와야겠다.



당분간 멜론을 열심히 먹고 있다 보면 분명 감이 익을 것이다. 게다가 요즘 제주에는 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면 감을 먹고 그다음에 귤도 먹어야지 하고 생각한다. 귤이 익으면 그다음은 여러 종류의 귤이 날 기다릴 것이다. 왠지 생각만 해도 배가 부른 것 같다..



언제부터 과일을 이리도 좋아했던가!



글을 쓰다 보니 또 멜론이 아른거린다. 어서 냉장고에서 꺼내와 먹어야겠다. 생각만 해도 그 은은한 단맛에 설레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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