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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Nov 21. 2024

미뤄둔 행복

포기했던 것이, 하지 못하고 참아왔던 일이 하나둘씩 생각났다.  이유야 많지만 가장 큰 문제는 내 능력이 부족해서였고, 이렇게 저렇게 처한 나의 현실이 그러했다. 



최근에는 모든 것들이 스탑상태였다.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꼭 중요한 것이 아니면 꼭 해야 하는 것이 아니면... 모든 신호를 무시해 둔 채 그저 하루하루 사는 것에 열중했다.



'꼭...' 그러나 세상에는 '꼭' 해야 하는 것이 아니어도 그저 즐거움으로, 신나는 마음으로 해야 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데... 그걸 알면서도 조금 참아둬야 했다.



그렇게 행복을 하나둘씩 미뤄가던 나는 조금 지쳐버렸다. 어떻게 될지 모르는 미래를 위해서 많은 것을 모르는 척, 아닌 척하고 살았더니 세상이 너무  어두워져 버렸으니까.  어두운 세상을 밝히기 위해서는 이제는 작고 소박한 행복이 필요했다.








구구절절 왜 이런 이야기를 하냐면 이번에 차를 바꾸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것에도 아주 긴 사연이 있었다. 차가 고장 난 것도 여러 번, 고장 난 것을 고치기도 때로는 눈을 감고 내버려두기도 했다. 그러다 이번에 또 차가 고장 났는데 수리비가 많이 들어서 정말로 고민이 되었다.



며칠간 차를 끌지 않고 대중교통으로 출퇴근도 해보았다. 한 시간 한 두대인 버스 시간을 맞추는 것, 그리고 평소 다니던 시간보다 훨씬 먼저 나가야 하는 것, 오는 길 가는 길 체력소모도 상당했다. 나의 퇴근보다 미리 집에 도착해 있는 아이 생각에 마음도 바빴다.  분명 서울에서는 차가 있어도 대중교통으로만으로도 잘 지냈는데 이곳에서는 그리할 수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은 진즉에 차를 바꾸고 싶었지만 여력이 나지 않았다. 그 이유를 대자면 참 다양했다. 그래서 이번에 사 차를 계약할까 말까 참 망설였다. 지금 차를 사는 게 맞을까? 이번 마지막으로 고치고 아예 조금 더 기다려볼까? 한참을 고민했다.



제주에 사는 동안 우리의 발이 돼준 건 차였다. 무려 8년... 총 12년 반이나 탔지만 가방보다 옷보다 집만큼 매일 매 순간 필요한 것이었다. 결단이 필요했다.



차박을 꿈꿔요





미뤄둔 행복...



눈을 감고 생각했다. 지금 사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 사면서 지내는 것도 참 좋겠다. 내일 일은, 일 년 후의 일은 이제 그만 눈감고 지내고 싶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 다 미루고 지내왔는데

이번에 차는 필요했다.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제 그만 당장의 행복을 추구하자. 결국 사기로 결정했다.



이번 결정을 뒤돌아보니 마치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살아가는 젊은이가 된 기분이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들이 왜 그렇게 살아가는 지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 글을 쓰다 보니 그동안 차를 못 샀던 것은 내 능력이 부족해서라고 확실히 알았다. 이제 차를 샀으니 일을 더 많이,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베짱이처럼 았으니 이제 차의 할부금을 낼 개미가 되어야겠구나. 개미가 된 나는 앞으로의 매일을 성실하게, 그러나 즐겁게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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