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비가 내리고 우박이 떨어진다 그러다 해가 반짝 뜬다. 오늘은 나의 오래된 자동차를 보내주는 날인데 마치 오늘 날씨가 내 마음 같다. 차를 보내는 내 마음이 마치 그렇기 때문이다.
나의 차는 제주도에서 태어났다고 했다. 그리고 오늘부로 다시 제주도에 다시 남겨지게 되었다. 오늘은 나의 올드카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나의 올드카는 이제 13살을 꽉 채웠다. 고장만 자주 나지 않았더라면 15년도, 20년도 계속 타고 싶었는데 최근에 자잘한 고장들이 늘어나며 나의 마음을 자주 힘들게 하고, 생활까지 불편하게 하고 있기 때문에 이제 그만 보내주기로 했다.
원래 이 자동차는 임시 자동차였다. 미국에서 살던 우리는 아이가 어릴 때 잠시 한국에 나와 지내게 되었다. 그 후에 잠시 친정 집에 머물게 되었는데 아이와 움직이려면 차가 필요했다. 적어도 내가 지내던 지방에서는 차가 꼭 필요했다. 그러던 중에 이 차를 만나게 되었던 것이다. 원래는 잠깐 타다가 다시 정리하고 미국으로 돌아가려고 했었다. 그런데 오히려 미국 삶을 정리하고 한국에 완전히 들어오게 되며 우리 집의 주된 차로 자리 잡았다.
2011년에 제주에서 태어난 이 차는 이미 나에게로 올 때 10만 킬로가 넘어있었다. 그게 2016년이었다. 2016년 말부터 지금 2024년 11월 그러니까 나에게로 와서 8년을 지냈다. 그렇게 총 13년의 세월을 살았다. 물론 13년의 세월이 끝이 아닐 것이다. 자동차 판매업자에게 ㅍ가는 것이라 아마 잘 고쳐진 후에 또 다른 몇 년의 삶을 살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이미 나에게 올 때부터 중고차였다. 제주에서 왔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었다. 훗날 내가 다시 이 차를 끌고 제주에 살러간다고 하니 차가 원래 태어난 곳으로 돌아간다고 말하며 웃었었다. 그리고 우리는 제주에서 매일 이 차를 타고 다녔다.
사실 차를 만난 직후인 지난 몇 년간은 이 차를 그렇게 많이 끌 일이 없었다. 왜냐하면 우리는 친정에서 지내다 서울에 올라와서 살게 되었는데, 서울에서는 차를 타고 다닐 일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곳에서는 도보와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고 가끔 먼 곳을 여행 갈 때나 친정에 갈 때만 자동차를 사용했다. 그곳에서는 차를 얼마나 끌고 다니지 않았냐면... 차가 매번 탈 때마다 방전되어 있었다. 그 정도로 차를 자주 끌고 다니지 않았던 탓이다. 가끔은 방전이 되지 않게 일부러 타고 멀리 다녀온 적도 여러 번이다.
그래도 먼 곳의 쇼핑몰이나, 강원도 혹은 먼 여행지, 매달 한 번씩 다녀오던 친정 갈 때는 또 차가 필요했으므로 정리할 수는 없었다.
나의 올드카의 가장 결정적인 활약은 제주에서였다. 차 없이 생활할 수 있었던 도시와 제주에서의 생활은 참 달랐다. 아이가 유치원에 다닐 때도, 학교를 다닐 때도 차가 필요했고, 집 앞에는 마트도 병원도 없으므로 어디를 가던지 차가 꼭 필수였다. 제주에서는 차가 없었으면 어떻게 했냐며 심지어 차가 한 대 더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도 참 많았다. 그래도 우리는 차 한 대로 여태껏 잘 버텨왔다.
나의 올드카의 장점은 하이브리드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름이 적게 들었다. 제주는 어딜 가도 최소 20분 그리고 1시간 내외로 걸리는 곳도 많았다. 그래도 한번 주유를 하면 그래도 일반 자동차에 비해 한참을 타고 다닐 수 있었다. 그러나 자동차가 고장 나서 고칠 때는 돈이 일반 자동차 수리 비용의 2배는 아니 그것보다 더 많이 들었다. 하이브리드 차의 장단점은 명확했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차의 컬러였다. 회색 컬러를 가졌던 자동차는 우리의 엄청난 게으름에도 불구하고 늘 깨끗해 보이는 것 같은 착각이 들게끔 깔끔한 상태를 유지해 주었다. 지금 생각해도 자동차 청소를 자주 못해줬기 때문에 미안한 마음이 크다.
마지막까지 보낼까 말까를 정말 많이 고민했었다. 사실 이번 고장으로 큰 비용이 들지 않았더라면 분명 우리와 계속 함께 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와 함께 했던 8년이라는 세월 동안 참 많은 정이 들었고, 이 차 덕분에 아이와 소중한 추억도 더 많이 만들 수 있었다.
굿바이, 마이 올드카
사실은 잘 알고 있다. 이렇게 구구절절 올드카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지만 새 차를 맞이한 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잊고 지내게 될 것이라는 분명한 사실을 말이다. 그래도 아이가 태어난 그 이후부터 우리의 또 다른 발이 돼준 이 자동차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었다.
그동안 정말 고마웠어! 참 오랜 시간 함께했는데 끝까지 함께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어디서든 건강하게 잘 지내길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