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의 생활을 살펴보면 미니멀리스트와 거리가 멀어진 것 같다. 이전과 다르게 '무엇을 사고 싶다'는 마음이 자주 드는 것을 보면 분명 내게 바람이 들어온 것이다. 무엇을 구경하고 싶고, 만져보고 싶고, 가지고 싶어 어쩔 줄 모르고 결국은 사고 싶어 진다.
이게 다 여행 때문이다.
왜 갑자기 여행 때문에, 쇼핑을 하게 되었냐고?
미니멀 리스트로 살기 전에는 충동구매가 참 심했다. 그래서 마치 다시는 이 물건을 못 살 것처럼, 내 눈에 발견되었을 때 바로 사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 그 덕에 여행지에서는 다시 못 올 것만 같아서 물건을 더 많이 샀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참 많이 달라졌었다. 코로나로 여행도 못 갔지만, 충동구매는커녕 사야 하는 물건도 잘 안 샀다. 물건은 있는 것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사야 할 것도 웬만하면 주문하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랬던 내가 여행을 가기 시작하니 점점 예전의 나로 돌아가고 있었다. 필요하지 않아도 사고, 예쁘면 사고 싶고, 등등 사야 할 이유는 무궁무진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여행을 다녀왔다. 이전부터 여러 번 언급했지만 제주에는 구경할 곳도, 살 곳도 없어서 소비가 저절로 줄긴 했었다. 그러나 여행을 갔더니 그곳엔 내가 그동안 가고 싶었던 샵들이 즐비했다. 쇼핑천국! 분명 내 돈을 쓰는 것인데 공짜 같은 마음이 들었다. 통장에서 나가는 돈도 아니고 카드로 나가는 돈도 아니고 현금으로만 쓰니 그런가 보다.
특히 이번 여행에서 충동적인 쇼핑을 하게 되었다. 코로나가 끝난 후 해외여행을 몇 번 가긴 했는데 그때마다 자제를 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말로 필요한 물건이 없기도 했고 이미 여행을 하는데 큰 비용을 지불하기도 했고, 여행에서 경험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생각과 다르게 브랜드 쇼핑이라던지, 액세서리 심지어 옷, 신발까지 구경하다 보면 뭐라도 하나 사야 할 것 같은 충동에 휩싸인다. 만일 여행이 아니었다면 구경도 못했을 것이고 또 사지도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양심은 있어서 물건을 적게 사겠다는 꼼수로 여행에서는 간식 쇼핑에 열을 올린다. 모든 물건은 남는 법이지만 적어도 간식은 내 뱃속으로 사라지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궁금한 것이 있으면 일단 사서 먹어보고 있다. 그러면 여행을 다녀와서도 한참을 즐거운 마음으로 지낼 수 있기 때문이다. 쇼핑을 했더라도 죄책감이 덜 들기도 한다.
암튼 몇 년 동안 잘 다듬어진 미니멀 생활이 최근 여행을 시작하며 숲으로 돌아가고 있다. 게다가 여행을 자주 가다 보니 이러한 시기가 반복적으로 돌아오는 것 같다.
최근 들어 여행을 갔을 때 쇼핑 욕구가 강해지고, 그로 인해 물건으로 인한 곤란함을 겪고 나니 앞으로 여행에서 소비의 방향을 생각해 봐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마침 다음 주 다시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이번 여행에서는 경험을 위주로 순수한 여행을 떠나볼까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물건과 간식을 사는 것도 최대한 자제하는 방향으로 여행을 떠나볼까 한다.
다시 나의 미니멀 여정을 시작해야겠다.
잘할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