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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에 미련을 멈추는 일

by Blair Feb 21. 2025
물건에 미련을 두는 마음은 금방 내려놓자고 말입니다.
이 물건과의 연은 여기까지였던 것뿐이라고요.


오늘의 기본 / 소원 / p35




어제 유리 물병이 깨졌다. 몇 해 전 생일 선물로 드립세트와 함께 선물 받은 유리보틀이었다. 유리컵임에도 불구하고 수년동안 참 잘 사용했다. 처음엔 드립커피용으로 사용했으나 요즘엔 드립커피를 마시지 않는지라 최근엔 끓여놓은 물을 담아 난로 위에 올려놓고 잘 쓰고 다. 어찌 보면 내가 가진 것 중에 조금 아끼는 축에 속했던 물건이었다.



설거지 담당 남편은 지난번부터 지금까지 이런저런 그릇을 깨고 있는데 어제는 하필 그 유리보틀이 깨트린 것이다. 나도 가끔 세게 올려놓는 일이 있긴 했는데 그래서 그때마다 깨질까 불안했는데 기어이 깨지고야 만 것이다. 원래의 나라면 정말로 아까워하고, 설거지 한 남편에게 가서 구시렁거렸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사실은 그 컵이 깨진 것이 그렇게 아깝지 않았다. 이상하다. 이상하리만큼 아깝지 않다. 조금 더 생각해 보니 몇 년간 매일같이 잘 썼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최대한으로 활용해서 쓴 물건은 때로는 이렇게 가뿐히 보내줄 수도 있는 것 같다.



아주 잘 사용했다. 









최근에 유리잔을 한두 개 더 깨기도 하고, 심지어 아주 자주 쓰던 커다란 접시도 깼다. 원래대로라면 후로도 두고두고 생각나고(?) 아깝다 생각했을 텐데 이제 별로 생각나지도 않는다.



'계속 깨져라. 깨져도 할 수 없지. 나중에 더 예쁜 것으로 사면될 거야!'  기회가 닿는 대로 더 예쁘고 마음에 드는 것으로 사서 더 잘 쓰면 될 거야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게다가 오히려 그릇이 깨질수록, 내가 원치 않아도 의도하지 않아도 물건이 줄어드니 좋은 점도 있다.



이 중에 투명한 유리컵이 깨졌다이 중에 투명한 유리컵이 깨졌다







래부터 물건 욕심이 많았다. 이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 아주 어릴 때부터 물건에 집착이 심했다. 특히 특정 물건을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 물건은 거의 신적인 존재가 돼버렸다. 겨우 고작 물건인 것을 그것을 잃어버릴까, 닳아버릴까 전전긍긍...



문제는 그렇게 아끼느라 똥 되는 물건이 어마어마했다. 차라리 그렇게 잊힐 물건이었다면 아끼지나 말 것을, 제대로 사용이나 해버릴 것을... 그동안의 행동을 모두 후회했다.



한 번의 깨달음이 무섭다. 그 후로는 예쁜 물건도 아낌없이 사용한다. 솔직히 여전히 아까운 마음이 조금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아까운 마음보다 기쁜 마음이 더 많이 드는 것이다. 그만큼 좋아하는 물건인 까닭이다. 대신 자주 열심히 사용함으로서 아깝다는 마음보다 잘 살고 있구나 하는 마음이 더 들곤한다.




본투비 미니멀리스트 남편은 물건에 욕심이 없다. 그리고 물건은 편하게 사용하자 주의이다. 그는 늘 물건이 인간을 지배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물건은 고작 물건일 뿐이라고.



그렇다. 물건은 고작 그것으로 쓰임을 다하다 그만하면 될 것인데 그동안 너무 물건에 의미부여를 많이 했다.



물론 이 마음은 그토록 많이 사고, 아끼고, 버린 후에야 깨달은 것이다.







가진 물건을 최선을 다해 사용하는 것, 그리고 그 최선을 다해 사용할 물건을 심혈을 기울여 골라 구매하는 것.




나는 이런 것이 참 즐겁다. 아끼는 물건을 오래도록 잘 쓰고 싶은 마음, 물건을 허투루 사지 않는 습관.

이렇게 생각하는 순간조차도 참 소중하다.



일상에서 중요한 건 분명 물건이 아니다.

이제 그만 물건에 미련을 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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