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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이 올랐다.

by Blair

오늘은 개학을 한 기념으로 회식을 하기로 했다. 사실 처음엔 보스가 사주는 식사가 부담스러웠다. 그냥 일만 하면 되지 무슨 식사까지... 그도 그럴 것이 빵이며 커피 등등의 간식을 자주 챙겨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한 지 1년이 지난 지금은 가끔 하는 회식이 기다려지기도 한다. 늘 내돈내산 하는 밥을 누가 공짜로 사준다니 그저 감사할 노릇이다. 그렇게 맛있게 점심을 먹고 출근을 했다.



나의 출근은 오후시간이다. 느지막이 일어나 출근하고 남들 퇴근하는 시간에 퇴근을 한다. 일하는 시간만큼만 벌기 때문에 월급이 적다. 일을 시작한 처음에는 오랜만의 출근이었으니까 월급이 적어도 괜찮았다. 남들보다 적게 일하니까 어쩔 수 없었다.



적은 월급으로 내 용돈을 하기에는 충분했다. 특히 0의 수익에서 갑자기 생긴 수익 그마저도 참 좋았으니까.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적은 월급은 조금씩 아쉬워지기 시작했다. 특히 차를 사면서 달마다 할부로 갚아야 할 돈이 생기자 심지어 월급이 못마땅해졌다.






방학이라 특강을 하게 되었다. 원래 기존 시간에 추가로 특강에 참여했고 그 특강만큼 페이를 더 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받은 월급은 여전히 작고 소중했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오른 숫자가 찍힌 통장을 보니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 방학이 끝나며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새 학기에는 월급이 오른다고 했다. 그리고 수업 시수가 조금 더 추가되었다. 그러나 월급이 얼마나 오르는지 정확히 모르는 채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궁금했다. 이래나 저래나 수업도 늘어났고 시급도 올랐으니 조금이라도 여유 있어질 것 같았기 때문에 새로운 계약서 작성을 기다렸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오르는 월급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이얏호!!! 이미 마음으로는 신나게 춤을 추었다. 새로운 월급을 알고 하는 퇴근길이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 모른다.



월급아 쑥쑥 오르렴





엄마가 얼마 전 옷을 산다고 하길래 내가 사드린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사셨다 하니 돈을 줄까 말까 고민이 되었다. 그러나 오늘 퇴근길 바로 그 돈을 엄마 통장에 보내드렸다. 돈이 없어 옷을 못 사시는 엄마는 아닌데, 쇼핑을 정말 귀찮아하는 엄마가 사셨다는 옷이니 한벌 사드리고 싶었다.



다음 달 오른 월급을 받으면 조카들에게 옷을 사줄까 한다. 역시 월급을 더 많이 받으니 생각나는 것은 가족뿐이다.



어서 조금이라도 더 벌어서 가족 말고도 다른 사람들에게 더 베푸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앞으로 지금 일하는 곳에 더 충성을 맹세해야겠다 싶을 정도로 기분이 좋다.



나의 작고 소중한 월급. 이 월급이 아주 오래도록 지속되면 좋겠다.



우린 모두 조금 일하고 많이 버는 삶을 꿈꾼다. 그러나 내 생애 그것은 불가능할 것만 같다. 되려 더 많이 일하지 않기만 바랄 뿐이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오른 월급을 보며 약간의 희망을 얻는다. 이 정도 일하고 이만큼 받으면 충분하지, 너무 욕심부리지 말아야지 생각한다.



적어도 지금 일하는 동안만큼은 마음 편하고, 즐거우니까. 버는 돈보다 배우는 것이 더 많으니까,

조금 더 열심히 일해보자 생각한다.





나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월급지옥에 살고 싶다. 아니 월급 천국인가? 이 적은 돈도 벌지도 못하고 그냥 흘려보내던 세월을 생각을 하면 너무도 아깝다.



기회가 닿는 대로, 능력이 되는 한 아주 오래도록 꾸준히 일해보고 싶다. 이제야 월급의 맛을 알게 되다니! 참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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