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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 대신 잡초, 그래도 좋아?

by Blair

아이를 등교시키고 집에 들어서는데 정원이 잡초로 가득하다. 며칠은 눈감고 돌아섰지만 이제 도저히 안 되는 수준이 왔다. 할 수 없이 옷을 갈아입고, 장화를 신고, 장갑을 끼고 호미를 들고 정원으로 나간다.



휴... 잡초가 진짜 많다. 겨우 일주일정도 정원관리를 쉬었을 뿐인데, 잡초가 어마어마하게 늘었다. 이걸 다 어떻게 처리하지? 한숨을 쉬며 잡초를 하나씩 제거한다. 잡초를 제거하다 보니 과연 이것이 인간의 힘으로 가능할 것이냐! 정원이 너무 넓다. 마치 광활한 평야처럼 느껴진다. 오늘도 죽었구나.



이 잡초를 제거해야만 잔디가 모두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잔디 위로 너무도 다양한 잡초가 있어서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일단 눈에 보이는 것이라도 조금씩 제거해줘야 한다. 그래야 곧 잔디 깎기 기계로 깎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잡초 한움큼씩 백번 정도...?








한참 잡초 뽑기에 열중하고 있는데 저 멀리서 기계소리가 들려온다. '윙~~~~~~~' 바로 예초기 소리이다. 당장에라도 달려가서 제발 예초기 한 번만 빌려달라고 말하고 싶다. 저것만 있으면 정원관리가 조금 더 편했을까?




이렇게 주택에 오래 살 줄 알았다면 예초기도 구매했을지도 모른다. 그나마 잔디 깎기 기계라도 구매해서 어찌어찌 3년을 보냈는데 올해도 또 여름 내내 잡초, 잔디와 씨름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무섭다.



게다가 작년에 농약뿌리는 것이라도 구매해서 화단이라도 뿌릴 수 있으니 그 후로는 잡초 제거에 시간이 반이나 줄어들어 얼마나 편한지 모른다.



이렇게 매년 주택살이 레벨이 등업 중이다. 이렇게 정원관리에 고수가 되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귀찮고 두렵다.



그러니까 겨우 겨울의 추위에서 벗어나면 잡초와 잔디의 싸움이 시작되고 가을에 아주 잠깐 쉼을 즐기다가 다시 추위와의 싸움과 시작되는 것인데...

과연 이게 내가 원하는 것인가?





역시 4년 차 주택살이, 이제라도 그만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래도 지금은 민들레가 많이 사라졌다. 매일 아침 민들레 뽑기에 열중할 때가 있었다. 뽑아도 뽑아도

아침마다 나타나있는 민들레를 보며 깜짝 놀랐는데! 지금은 잠시 사라진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잘도 숨어있지!




오후에 퇴근하고 들어오며 정원을 둘러보면 하얗게 솜털 날릴 준비하고 있는 민들레를 보면 깜짝 놀란다. 반가움에 달려가서 안아주면 좋을 텐데 '누구 좋으라고' 하는 마음으로 단숨에 꺾어버리고 마는 잔인함이 생겨버렸다. 정원 생활은 나를 이리도 흉악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정원에 핀 잡초 중에 반가운 것이 있었으니 바로 토끼 풀이다. 정원 한 곳에 세 잎 클로버가 가득한 것을 봤을 때는 세상에 별 잡초가 다 올라온다고 욕했지만 말이다.




세 잎클로버 사이에서 네 잎 클로버를 발견하려고 용쓰는 나 자신을 보며 웃기기도 했다. 내 나이 평생 네 잎 클로버를 찾은 적이 없었는데... 세상에나! 정원에서 세 개나 찾았다. 그리고 나머지 세 잎 클로버들은 모두 없애주었다(꽤 잔인하군...)




처음이에요 네 잎 클로버는!







추위 거나 잡초 거나!

그래도 그 속에서 네 잎 클로버를 찾으며 잠시 웃음 지었던 것을 생각하면 나도 참 바보 같다.



추위랑 싸우다 잡초랑 싸우다 결국은 몇 년째 이곳에서 살고 있는 나를 보면 마치 내가 이 집의 네 잎클로버인가 싶기도 하고 말이다.



정원살이 4년 차.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올해는 잡초와 싸우지 말고 웃으며 다듬어볼 수 있는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과연 올해는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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