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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이런 효도도 괜찮을까?

by Blair

자주 엄마에게 전화를 건다. 전화로 다양한 말을 주고받는데, 어느새 "물고기 밥 좀 주문해 줘~" , "혈압계가 고장 났네. 그것 좀 하나 사서 보내줘~ " "두유가 떨어졌네~"라고 말하실 때가 있다. 그러면 전화를 마치자마자 곧바로 주문해서 다음날 받게 해 드린다. 요즘은 오래 기다릴 필요도 없이 당일배송이 있어 참 편하다. 엄마는 늘 잘 받았다고 말하기를 깜박하시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도착했다는 배송센터의 완료 메시지를 받으며 잘 받으셨으려니 생각한다.



얼마 전에 아빠가 서울에서 무릎 수술하셨다. 수술 후 아직 완전히 아물지 않아 집으로 내려올 때는 아들의 도움을 받아 내려왔다. 그리고 얼마 전 부모님 두 분이 제주에 오갈 때도 아들이 공항까지 모시고 오가기를 도맡아 했다. 평상시에 자식들에게 뭘 부탁하는 일이 없으신데 이번에는 어쩔 수가 없었던 까닭이다. 덕분에 아빠엄마는 조금이라도 편했을 것이다.



부모님 가까이에 사는 오빠는 자주 부모님 집에 들러 필요한 것을 도와드리고, 나는 가끔 부모님이 필요한 것을 보내드리기도 하고, 제주에 모시기도 하고, 친정에는 가끔 들려 얼굴을 비춘다.



오빠와 나는 아직 큰일을 도와드리진 못하지만 그래도 가까이, 멀리서 노력 중이다.



그러나 사실은 그런 노력이 무색하게 사실을 해드리는 것보다 받는 것이 훨씬 훨씬 많다는 사실이다.







사회초년생일 때 막 취직해서 돈을 벌기 시작했을 때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얼마 안 되는 돈이었지만 그래도 생애 처음 벌어보는 큰돈이었다. 첫 월급을 받으면 빨간 내복을 사다 드린다는데 나는 부모님께 용돈을 드렸다.



돈을 번 직후 몇 달을 적은 돈을 부모님께 용돈이라고 드렸었다. 그러나 혼자 살며 쓰는 돈이 얼마나 많이 필요했는지 내 생활을 하기에도 돈이 부족했다. 그래서 그 후로는 정기적으로는 드리지 못하고 어버이날이나 생신 때나 챙겨드리고 그 나머지는 부족한 것이나 겨우 도움을 드리고 있다.



평생 부모님께서 입혀주시고 먹여주신 것을 생각하면 번 돈을 모두 드려도 부족할 것이지만 이것이 자식의 한계였다.



그 후로도 돈을 벌면 부모님께 용돈이라도 풍족하게 드릴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해봤으나 자식을 낳고 보니 그것마저 어려웠다. 오히려 요즘은 손자에게 보내주시는 돈과 가끔 만나 주시는 용돈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참 부끄럽다.






오늘은 어버이날이다. 당일 날은 함께 하지 못했지만 마침 지난 연휴에 양가 어른들께 인사드리고 식사도 함께했다. 멀리 산다는 핑계로 자주 뵙지 못하다 보니 뵐 때마다 어른들의 나이가 눈으로 느껴진다.



많이 걸어 다니고 움직이는 걸 좋아하시는 시어머님은 무릎이 아파 걷는 게 힘들어 보이시고, 아버지는 얼마 전 무릎 수술로 체력이 마저 안 좋아지셨다고 말하신다. 점점 연약해져 가는 부모님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그러나 아픈 것을, 점점 나이 드는 것을 자식인 내가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저 자주 찾아뵙고 함께 보내는 것이 최선의 방법인데 멀리 있으니 그것 또한 쉽지 않다(가까이 있어도 비슷하지 않았을까)



그러니 이런저런 핑계로 무엇으로도 큰 효도를 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부모님께서는 우리를 만날 때마다 아들, 딸이 있어서 참 좋다고 입이 닳도록 말씀하신다. 그 말을 이제야 생각하보니 아마도 우리에게 큰 기대가 없으신 것 같다. 잘 나가는 자식들이 아니라 용돈을 드리는 것도, 때마다 쇼핑을 모시고 가는 것도 아니고, 값비싼 밥을 사드리는 것도 아니고, 뭐 도움이 되는 것도 결국 아무것도 하는 것이 없는 자식인 것만 같은데 늘 우리에게 고맙다고 말씀하신다.



어느 날 엄마가 말씀하셨다. "너희들 부부끼리 잘 지내고 아이들도 건강하게 자라고 있으니 얼마나 좋아~ 엄마는 정말 좋아~ "



아마도 부모님께서 원하시던 것은 그 무엇도 아닌, 자식인 우리가 속 시끄럽게 하지 않고 지금처럼 잘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오늘 다시 효도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분명 내가 부모가 되어 생각하는 효도는 혼자이던 시절과는 많이 달라졌다. 그럼에도 앞으로도 그저 잘 지내기만 할 수는 없겠지만 불효하지 않게 노력은 해봐야지!



앞으로 얼마나 자주 뵐 수 있을까?

몇 번이나 만나 함께 식사하고 웃을 수 있을까?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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