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회상
제주에서는 일 년에 딱 한 달 마법의 문이 열리는 순간이 있다. 오늘은 그날 중의 하나였다.
그동안 가봐야지 마음만 먹다가 드디어 올해 그 마법을 만나러 다녀왔다.
어쩌면 다시 경험해보지 못할 경이로운 순간을 맞이하고 돌아왔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쯤 우리는 미국에서 지내고 있었다. 집 앞에서 차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반짝이는 무엇인가가 주위를 날아다니고 있었다. 이게 뭐지? 태어나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반짝이는 벌레... 혹시 말로만 듣던 반딧불이인가?
그것을 본 것이 신기해서 그곳에서 가장 오래 산 이웃에게 이야기를 해봤는데, 정말로 반딧불이였다. 자신이 살던 곳에는 반딧불이가 정말로 많았다고 했다. 그나마 이곳은 뉴욕과 가까운 도시라 반딧불이 거의 없다고 했다.
그 후로 다시 반딧불이를 보는 것은 힘들었지만 자연이 주는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몇 년 후 말레이시아의 '코타키나 발루'라는 지역으로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여행사를 끼고 간 그곳에는 여러 옵션의 여행상품이 있었다. 그 옵션 상품 중의 하나에 '반딧불이 체험'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반딧불이를 볼 수 있다니 아이에게 좋은 경험이 되겠다 싶어서 신청했다.
여행이 끝나가는 마지막 날, 어느 곳에서 함께 모여 저녁 식사를 했다. 그리고 주위가 어두워지길 한참을 기다렸다. 알고 보니 그 식사를 하는 곳은 바로 옆이 강가였다. 강이라고 하긴 작은 내천 같은 곳의 옆에 위치하고 있었다.
반딧불이 체험을 예약한 사람들 모두가 뗏목을 탔다. 말이 뗏목이지 생긴 것만 뗏목 같고 일종의 배 같았다. 그런데 그 배 위에는 긴 벤치가 여러 개 자리 잡고 있었다. 그곳은 그 배를 탄 모든 사람이 앉을 수 있었다. 배의 윗부분에는 조명이 있었는데
배가 출발을 할 때는 전구를 모두 꺼버렸다.
아주 조용한 강을 뗏목을 타고 조금씩 조금씩 나아갔다. 정말로 조용했고 사방이 어두웠다. 그리고 배는 한 척이 아니었다. 이미 미리 떠난 배가 한대가 있었고 그 후로 우리 배가 떠났다. 배에는 각각 담당하는 가이드와 그리고 반딧불이를 인위적으로 부르기 위한 아이가 타고 있었다. 아이는 어쩌면 우리나라 나이로 중, 고등학생 정도의 나이처럼 보였다.
그 아이는 혼자 작은 등불을 들고 있었다(어쩌면 플래시일지도 모르는) 그리고 그 빛으로 반딧불이를 유혹했다. 아마도 관광객에게 가까이 올 수 있게 혹은 더 활발하게 날도록 그것도 아니면 더 반짝이도록 하게 하는 역할이었다.
우리는 반딧불이를 더 많이 만날 수 있도록 주문을 외웠다. "마리야~~~~ 마리마리 " 그 말은 아마도 "반딧불아 이리 와~"의 뜻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그 가짜 빛은 효과가 없었다. 다만 배를 타고 가는 중간중간 반딧불이 몇 마리가 가까이로 날아왔다.
아이는 아주 열심히 목이 터지도록 외쳐댔다. 중간중간 나무에 반짝이는 반딧불이가 있었다. 그리고 그 마지막은 유난히도 가득 반짝이던 나무가 있었다. 그곳엔 정말 수억 마리의 반딧불이 있었다. 그 모습은 크리스마스 트리에 둘러놓은 아주 작은 전구처럼 반짝거렸다. 정말 아름다웠다.
수년 전 여행지에서 깜깜한 저녁 함께 반딧불이를 보러 떠난 그 모습은 아이에게는 아주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두고두고 반딧불이 이야기를 했다.
작년인가 반딧불이 한 마리가 집에 찾아온 적이 있다. 가을 어느 날 벌레가 집에 들어왔는데 그 크기가 꽤 컸다. 근데 엉덩이에서 반짝거리는 것을 보고서야 반딧불이인 줄 알았다.
하여 제주에서도 반딧불이가 정말 살고 있구나를 알았다. 그래서 올해는 우리가 직접 반딧불이를 만나러 가기로 했다.
제주에서는 일 년에 딱 한 달 반딧불이를 볼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했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