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제주여행
드디어 제주에서 반딧불이를 만날 수 있었다. 매년 6월이면 제주의 산양리와 청수리에서 반딧불이 체험을 예약할 수 있다. 그보다 한 달 전즈음 예약을 오픈한다. 이번에는 미리 오픈 날짜를 지켜보고 있다가 바로 예약했다.
그러나 제주의 6월 아니 한국의 6월은 장마기간이라 비가 내리면 행사가 취소될 수도 있고, 비가 많이 오면 제주시내에서 그곳으로 넘어가는 것도 어려워진다. 게다가 반딧불의 개체수가 적어지면 행사는 조기마감 될 수 있다. 그것은 그 해의 그날 운에 따른다. 그래서 긴장 상태였다. 그런데 운이 좋은 걸까? 늘 장마기간이면 비가 많이 내리곤 했는데 올해는 장마가 일찍 끝났다. 적어도 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서 다행이었다.
그러나 제주시에 한경면 가까이 가니 안개가 조금 껴있었다. 부슬거리는 비가 올 듯 말 듯 그러나 이 정도로만으로도 아주 양호한 날씨였다. 해가 져서 깜깜해져야만 반딧불이 행사가 시작된다. 그래서 예약 첫 타임이 8시에 시작된다.
우리는 1.3km 숲길을 약 30분간 천천히 걸으며 반딧불이의 향연을 감상할 것이다.
예약한 시간이 가까워오면 입구로 가서 대기한다. 15분 간격으로 팀이 입장하게 되는데 귀엽게도 각 시간당 팀을 야광봉 컬러로 분류했다. 이런 센스! 게다가 그 야광봉은 잠시 걷어두었다가 마지막 버스를 타고 내리는 순간 아이들에게 마음껏 가져가라고 나눠주셨다.
들어가기 전 입구에서는 주의 사항을 말해주신다. 반딧불이는 빛과 소리에 민감하기 때문에 핸드폰 사용이 금지된다. 게다가 벌레퇴치제도 뿌릴 수가 없다.
먼저 커다란 입구의 문을 열고 들어가기 전 저 멀리 반짝이는 것들이 보였다. 내부에서 사람이 불빛을 들고 움직이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이미 그곳은 다른 세계였다.
설마 이곳에 이렇게 작은 불빛을 설치해놓았나 싶을 정도로 반짝였다. 때때로 우리는 조명이 아니라 진짜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반딧불이들이 인간 가까이로 다가오기도 했다. 사이즈도 구분되지 않는 반짝이는 반딧불이 내 곁을 스쳐 지나갈 때는 짜릿하기까지 했다. 되려 반딧불이를 구경하러 온 인간들에게 '나는 너희들에게 굉장히 흥미가 있어'라고 다가온 것처럼 느껴졌다.
1.3km의 길을 인솔자의 발걸음에 맞추어 천천히 걷는다. 겨우 30~40분 정도의 시간이었다. 모두가 한 마음으로 대화를 멈춘 채 걷기에 집중한다. 아니지 반딧불이에 집중하는 시간이다. 그 순간만큼은 걷는 소리만 들린다. 그리고 우리가 걷는 길은 반딧불이를 제외하고는 칠흑처럼 깜깜하다.
한참을 들어가다가 두 번 정도 발걸음을 멈추고 숨을 고른다. 그리고 그곳에는 반딧불이 더욱, 더 많은 개체들이 반짝이는 공간이 있다. 우린 그곳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어 그들을 관찰한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보고 있다 보면 반짝, 또 한 번 반짝 어쩌면 다들 그렇게 박자를 맞춘 것처럼 움직일까?
처음부터 끝까지 그 자리의 주인공은 반딧불이였다.
살면서 이렇게 많은 반딧불이를 만날 수 있을까? 거짓말처럼 반짝이는 이 광경을 또 볼 수 있을까, 우리는 앞으로 살면서 몇 마리의 반딧불이를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나는 반딧불이를 만나러 또 어디로 가야 할까... 그런 생각을 하며 걷는 동안에도 숲 속을 걷는 발소리만 간간이 들렸다. 모두가 질서 정연하게 한마음이 되어 반딧불이를 바라보았다. 어둠 속에서 은은하게 반짝이는 불빛. 어쩌면 이렇게 평화로운 순간인지!
모든 일정을 마치고 다시 처음 장소로 돌아가는 길.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는 황가람의 '반딧불이'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죠'
맞다.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내가 본 반딧불이는 곶자왈의 별이 맞았다. 반짝반짝 빛나는 별이 정말로 맞았다.
내 생애 잊을 수 없는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제주 청수리, 산양리 반딧불이 체험은
일 년 중 6월에만 오픈됩니다. 한 달 전부터 예약가능합니다. 기회가 되면 꼭 다녀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