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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내가 먼저

망고 빙수냐 인절미 빙수냐

by Blair

그러니까 벌써 빙수의 계절인 것이다. 날이 더우면 자동으로 생각나는 빙수! 드디어 올여름 첫 빙수를 먹으러 가기로 했다.



나는 인절미 빙수를 제일 좋아한다. 그 고소한 콩고물이 얼마나 맛있는지, 게다가 사이사이 들어있는 떡도 어찌나 맛있는지! 달달한 연유를 부어서 한 숟갈 푹 퍼먹으면 올여름도 시원하게 보내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팥 토핑도 얹은 날은 어찌나 더 달콤한지, 금세 혼자 한 그릇도 다 먹을 수 있을 정도이다.



그러나 아이는 망고빙수를 좋아한다. 그래서 아이와 빙수를 먹으러 가면 항상 망고 빙수를 주문해야 한다. 따로 남편이랑 둘이 먹으러 가야만 인절미 빙수를 먹을 수 있다.



그러나 역시 빙수는 아이도 좋아하기 때문에 늘 가족이 모두 함께 먹으러 가는 수순인데 늘 망고빙수만 먹는 것이 억울했다. 역시 망고 빙수는 별로니까. 그런데 작년에 어느 빙수가게에 갔더니 망고빙수와 인절미 빙수가 반반씩 나오는 것이었다. 아이도 나도 너무 만족하고 먹었다.



그 빙수를 떠올리며 같은 브랜드 다른 지점으로 빙수를 먹으러 갔다. 원래대로라면 망고빙수와 인절미 빙수가 세트로 있는 메뉴가 있었어야 하는데 하필 그곳엔 없었다. 아이는 당연히 망고빙수를 먹겠다고 이야기한다.



휴... 망고 빙수냐 인절미 빙수냐..




그런데 오늘따라 인절미 빙수가 너무도 먹고 싶었다. 이 여름의 첫 빙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아이에게 인절미 빙수를 주문하겠다고 말했다. 심지어 아이가 좋아하지 않는 팥도 추가하겠다고 했다. 이번에는 정말 어쩔 수 없었다. 아이는 당황했지만 이번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인절미 빙수를 사랑해







아이 키우는 내내 음식과 전쟁이었다(그 이유가 너무 커서 외동으로 끝냈다고 생각한다) 모유도 그렇게 찔끔찔끔 먹어서 몸무게가 안 늘더니(내 소원은 아이가 미쉐린 타이어처럼 통통한 팔과 다리를 갖는 것이었다) 최근까지 계속 마른 몸을 유지한다.



그래서 아이가 어릴 때는 외식하는 것이 어려웠다. 아이는 아직 간이 센 음식도, 짜고 매운 음식도 못 먹기 때문이었다. 그건 이해할 수 있었다. 사실 외식하기가 어려운 것은 그냥 아이의 입이 짧아서였다




아이의 입도 짧으니 내가 먹고 싶은 음식보다 아이가 좋아할 만한 먹을만한 음식을 주문하느라 외식을 하는 의미가 없었다. 그러다 어쩌다 내 입맛에 맞는 외식을 하게 되면 내 배는 이미 부른데 집으로 돌아와 아이 저녁을 또 챙겨 먹이려니 그것도 싫었다. 아무튼 이래저래 먹는 것 때문에 고생한 세월이 10년이다.





좀 더 먹어라






그러니 당연히 매년 망고빙수를 먹느라 내 인절미 빙수는 늘 뒷전이었을 수밖에...



그러나 올해부터는 달랐다. 나도 내가 좋아하는 인절미 빙수를 주문해 먹겠다! 그렇게 나는 인절미 빙수를 성취해 냈다. 역시나 인절미 빙수는 환상적이었다. 이러니 내가 여름마다 생각날 수밖에!











예로부터 부모들은 자식들을 위해 희생하며 많은 것을 참고 견디며 살았다. 물론 나 또한 그렇게 지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그러나 점점 모든 것이 아이 위주로 돌아가는 삶과 그리고 그 속에서 '나'라는 사람이 사라지는 것을 경험하며 이제는 적당히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어느 정도 컸기 때문에 그것도 가능할 것이다. 엄마가 인절미 빙수를 먹고 저녁으로 떡볶이를 먹고 싶어 하는 날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나이가 되었기에 가능할 수도 있다.




이제는 아이가 원하는 것이든, 먹고 싶어 하는 것이든 그것을 무조건 들어준다기보다 우리의 의견을 나눠가며 서로가 배려하고 이해해 주며 지낼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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