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휴가차 여행을 다녀왔다. 비행기를 타고 한 시간쯤 도착한 곳은 어느 도시였다. 매일 초록과 바다를 바라보며 지내는 것도 좋지만 때론 빌딩숲이 우거진 도시가 주는 설렘도 있었다.
그곳에서 3박 4일 동안 가고 싶은 곳도 가보고, 귀여운 것들도 구경하고 또 맛있는 음식도 먹으며 지냈다. 집에 돌아갈 때가 다가오니 집에 가기 싫을 만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짧지만 즐거운 여행이었다. 여행에서 돌아오며 다음번에는 또 어디에 갈까 생각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얼마 전에 인터넷에서 어떤 논란이 되는 글을 보았다.
18평 살면서 해외여행 다닐래?
30평 살면서 집에만 있을래
누가 웃자고 울린 글에 사람들은 화가 많이 났었다. 18평에 살면 해외여행을 가면 안 되냐느니 , 30평 살면서 집에만 있는 다느니... 현실은 30평대에 사는 사람이 여행을 더 많이 간다는 이야기부터, 그리고 8평에 살면서 집에만 있는 다느니 등등등 여러 가지 재밌는 댓글이 많았다.
나도 이 글을 보고 한참을 진지하게 고민했다. 나라면 어떤 것을 선택할까?
나도 비슷한 고민을 해본 적이 있다. 집은 없지만 여행을 자유롭게 다니며 살 것인지, 혹은 집이 있으니 여행을 좀 덜 다닐 것인지 그런 생각들을 해본 적이 있다. 분명 남들보다는 더 많이 생각해 봤을 것이다. 정말로 그런 상황이 닥친 적이 많아서 그렇다.
사실 제주로 온 것도 어떤 의미에서는 '단독 주택에 살면서 여행도 신나게 다니기'의 맥락과 같다. 집과 여행을 동시에 충족시켜 주는 곳이었으니 정말 매력적이기도 했다.
물건을 적게 소유하려고 노력하면서 다행인 것은 큰 집에 대한 미련은 없어지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고 있는 지금 제주도에서 2층짜리 정원이 딸린 집에 산다. 솔직히 집이 넓으니까, 초록초록 정원도 있으니 동시에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오죽하면 평생 생각해보지 않았던 '나중에 나이 들면 시골에 들어가 주택에서 살아야지' 이런 생각도 하게 되었으니까.
문제는 이 넓은 집은 내 소유가 아니다. 그리고 매번 하는 여행도 일상이 되면 흥미가 떨어질 때가 있다. 그래서 이런저런 이유로 이제는 나도 모르겠다 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여행을 많이 다닐 때는 집이 없어도 되겠다 싶은데 사실 내 집이 있으면 좋겠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20평대 집에 살면서 가끔 여행이 다니고 싶다. 그래, 소박하다!
그래서 그 질문을 한참 고민해 본 끝에 20평대의 집을 소유하며 해외여행 빈도수를 조절하며 살면 참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내가 내린 결론을 계속 곱씹어보는데 참 흐뭇하다.
물론 이러한 결론을 내렸다고 내게 20평대 집이 떡하니 생기는 것도 아니다. 다만 어느 것에 더 가치를 두고 살 것인지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누구나 그렇듯이 어떻게 살아야 잘 살 수 있을까 생각하고 고민한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나은 삶을 위해 삶을 변화하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앞으로 나는 조금 더 욕심을 줄이고 현 생활을 만족하며 조금 더 잘 지내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주택에 살면 사는 대로 도시에 가면 가는 대로... 달라질 나의 삶에 잘 만족하며 지내길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