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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받을수록 좋아!?

아이의 생일선물

by Blair

얼마 전 아이의 생일파티를 열었다. 매년 생일이면 몹시도 설레어하는 터라 생일파티를 해주지 않을 수가 없다. 다행히도 같은 달에 생일이 있는 친구들과 함께 열어주는 소박한 생일파티라 부담이 큰 것은 아니다. 게다가 주위에 적극적인 엄마들이 하자는 대로 따라 하고 있으면 생일파티가 마무리가 된다. 올해도 성공적이다!



아이는 생일파티 때마다 참석한 친구들에게 모두 선물을 받는다. 아이는 파티가 끝난 후 친구들이 준 선물을 하나씩 열어보며 신나 한다. 아마도 그 재미에 생일파티를 하는 거겠지? 아이가 받은 선물은 주로 인형, 캐릭터 피규어, 문구용품 등의 선물이다. 아이가 좋아하는 선물도 있고, 엄마가 좋아할 만한 선물도 섞여있다. 엄마 입장에서는 작년에는 그중에 받았던 잠옷과 필통이 꽤 유용했다. 잠옷은 올해 여름이 되어 잘 입었고, 필통은 새 학기에 새롭게 바꿔주면 되니 딱이었다. 게다가 비치타월도 선물로 받았는데 여름에 정말 잘 쓰고 있다.



암튼 그날만큼은 많은 친구들 모두에게 생일선물을 받을 수 있으니 한참 전부터 생일파티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그리고 그 외에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이모, 삼촌에게도 또 선물을 받는다. 아이에게는 정말 완벽한 날이다.



그러나 엄마 입장은 다르다. 그렇게 또 집안 물건이 또 늘어나는 것이니 기쁘지 않다. 물론 유용한 것들도 받긴 하지만 주로 예쁘기만 하고 실속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라 아이가 받아 생일 선물이 두렵기도 하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생일은 일 년에 하루뿐인 날이니까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아이는 생일파티뿐만이 아니라 일 년 중에 가장 큰 이벤트인 어린이날, 크리스마스에도 선물을 받는다. 그리고 그뿐만이 아니라 그 사이사이 이런저런 일들로 물건을 구매하기도 하고, 받기도 해서 늘 새로운 것이 넘쳐난다. 그러다 보니 우리 집에 가장 새로운 물건이 많은 사람은 아이이다.



어릴 때는 자신이 좋아하던 좋아하지 않던 갖고 있는 물건이 눈앞에서 사라지면 큰일 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지금은 어느 정도 컸으니 최근에는 아이가 정리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버리기도 하고, 아직 좋은 상태의 것은 동생들에게 물려준다. 여전히 욕심이 많은 아이라 물건을 필요에 맞게 구매하고, 가진 물건을 정리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말은 이렇게 거창하지만 새로운 것을 샀을 때 고작 한 두 개 정리하는 것이 전부이다. 다만 이제는 아이도 새로운 장난감을 사면 꼭 가진 물건 것 중에 하나씩은 정리하는 습관을 들인다. 그리고 당분간은 이사예정이 있어 큰 부피의 물건은 사지도 못하게 한다.



때마다 아이에게 물건의 소중함과 제대로 정리정돈을 하는 법을 알려주는 법은 참 어렵다. 엄마인 나도 늘 물건에 사로잡혀 살고, 정리 정돈하기가 어려우니, 아이는 물론 쉽지 않을 것이 당연하다. 분명한 것은 그럼에도 엄마인 내가 먼저 본보기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아빠는 워낙 물건이 늘지 않는 사람이라 상관없다.)


글을 쓰며 집안을 둘러보는데 여전히 집에 물건이 차고 넘친다. 특히 아직 아이의 방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 물건이 모두 거실에 있어서 그런지 더욱 난리인 느낌이다.








아이는 자주 물건을 사고 싶어 한다. 그 나이 때의 나도 그랬다. 그때의 나도 작고 예쁜 쓰레기를 엄청나게 사들여서 부모님이 걱정하실 정도였다. 지금도 기억나는 것은 어느 날 아빠가 방에 와서는 내 책상 위를 보고는 '이렇게 작은 것들을 이렇게나 많이 사들이니"하며 타박하는 장면이다. 물론 지금은 결혼하고 살림을 시작하며 쓸데없는 물건을 사는 행위는 자연스럽게 줄어들었지만, 그분들은 여전히 내가 그때 그 꼬맹이인줄 알고 한 번씩 집을 훑어보며 못마땅 한 표정을 짓고는 하신다.




그러니 아마도 경험상 아이가 물건을 사는 것은 '이제 시작'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아이에게 물건에 대해 자주 이야기 하게 된다. '네가 쉽게 물건을 사는 만큼 지구는 많이 아프다.' '이제는 네가 모은 용돈으로 물건을 사렴' '앞으로 특별한 날은 어린이날과 생일 그리고 산타할아버지에게 선물 받는 날이 전부야.'' 그리고 보상으로 특별한 선물을 받는 날도 일 년에 두어 번쯤은 있을 거야.' 등등 이런 말을 자주 하니 아이는 물건을 마구잡이로 사는 것이 그때 잠깐은 조금씩 줄기도 한다.



아이에게도 물건에 대한 가치를 알려주고 싶지만 아직은 쉽지 않다. 최근에서야 아이에게 용돈을 주고 물건을 직접 사는 경험을 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랬더니 본인 용돈으로 물건 사는 게 아까워서 물건 사는 양이 줄어들었다. 그것 참 웃긴 일이다. 그러면서 "엄마가 사주면 안 돼요?"를 남발한다. 그러면 용돈을 왜 받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래도 오늘만큼은 아이가 받아온 생일선물을 열어보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그걸로 만족해야겠다. 다시 내일은 아이에게 정리나 소비에 대한 잔소리가 시작되겠지만 오늘만 꾹 참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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