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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아 가니...?

by Blair

어제는 아침부터 비가 시원하게 내렸다. 어마어마한 소나기였다. 그런데 마치 마치 가을비 같다. 이제 가을이 서둘러 오고 있다고 알리는 소리 같았다.




지난밤 새벽에는 비가 왔다. 아침에 일어나니 기온이 뚝 떨어졌다. 오늘 아침 기온 26도,

이미 그 자체로도 선선한 느낌이다.



여름아... 이제 가니?



가을비가 내린다





정원에서는 더 이상 잔디가 길게 자라지 않는다. 분명히 자라는 속도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흘에 한 번은 잔디를 깎을 정도로 무섭게 자랐는데 이제는 점점 그 속도가 느려진다. 게다가 며칠 전 잔디를 깎는데 그 사이로 누렇게 변하고 있는 것들을 보았다. 그제야 이제 여름이 끝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벌써 9월이다. 날씨가 아무리 더워도 8월이 지나가니 여름이 가버린 기분이다. 물론 한낮은 여전히 너무도 뜨겁지만 아침, 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분다. 특히 새벽에는 차가운 바람이 불어와 창문을 닫고 자게 될 때도 있다. 아! 물론 우리 집이 다른 집보다 더 시원해서 그렇기도 하다.



엊그제 외출 후 찬물로 샤워를 하며 이제 곧 찬물 목욕하는 것도 곧 마지막이겠군 하는 생각도 들었다.



겨우 9월이 왔을 뿐인데, 나는 온전히 여름을 보낼 생각부터 한다. 어쩌면 가을을 기다리고 있었나 보다. 물론 가을은 참 좋다. 그러나 겨울이 오는 것은 무섭다. 이제는 적응할만한데도 불구하고 이토록 추위가 무서운 것을 왜일까...








이 글을 여름을 보내기 위해 쓰는 글이다. 올여름도 참 풍성했다. 꿀이 뚝뚝 떨어지는 복숭아를 먹으며 선풍기를 쐬며 더위를 쫓았고 그것도 모자라면 얼음을 컵에 담고 아이스 티도 만들어 마셨다. 때로는 커다란 사이즈의 아이스 라테를 만들어 마시며 여름이라 참 좋다는 생각 했다. 일을 마치고 퇴근해 돌아와 저녁 시간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마시던 시원한 맥주도 정말 좋았다.



대신 여름이라 요리하기가 힘들었다. 아이가 방학이라 삼시세끼 차릴 때는 좀 화가 날 뻔했다. 그래도 끝내 해내었다. 엄마가 만들어주신 오이소박이를 아껴먹으며 그것도 모자랄까 봐 가득 담가주신 열무김치로 냉장고는 풍성했다. 특히 올여름은 열무국수를 몇 번이고 만들어 먹었는데 참 맛있었다. 평양냉면에 푹 빠져있을 때가 있었고 그것도 별로 일 때는 아보카도를 사다가 명란덮밥도 만들어 먹었다. 어떻게든 가볍게 요리하고 맛있게 먹으려고 용쓰는 날들이었다.




열무 국수는 여름의 별미다!







여름 초입에 만났던 초당옥수수는 달콤 그 자체였다. 매일 오전 오후로 옥수수를 쪄서 먹었다. 옥수수를 사는 속도보다 먹는 속도가 빨라 어느 날엔 농장에 다녀왔었다. 한 자루 가득 옥수수를 사 오는 길은 먹지 않아도 배가 불렀다.



그 후 천도복숭아를 시작으로 빨갛고 조그만 자두를 먹었다. 말랑말랑 자그마한 자두를 하나둘씩 먹으며 여름을 맞이했다.



한여름엔 주먹보다 커다란 복숭아를 만났다. 일부러 고모네 농장에 가서 커다란 복숭아를 사 왔고 그것을 한참 동안 두고두고 먹었다. 꿀이 뚝뚝 떨어지는 보드라운 복숭아를 먹으며 진심으로 행복했다. 이 맛에 여름을 기다렸지!



여름이 간다고 생각하니 아른거리는 복숭아

꿀에 손이 범벅이 되도록 먹었던 복숭아

또 내년까지 어떻게 기다리지?




옥수수와 복숭아




사실 복숭아를 기다리며 수박에 빠져있을 때도 있었다. 한참을 수박이 나오길 기다리다 마트에서 처음 주문한 수박은 매우 실망이었다. 수박 맛이 스치듯 나는 무맛이라고 할까? 브릭스 보장이 거짓말인가 싶을 정도로 아쉬운 맛이었다.



그러다 수박이 유명하다는 마을을 지나가다 속는 셈 치고 수박을 하나 저렴하게 구입했는데 그때부터 다시 수박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수박을 잘라놓고 밤마다 먹고 또 먹고 그것도 모자라 낮엔 수박을 갈아서 주스로 먹었다. 이렇게 수박을 열심히 먹었던 적이 있을까 싶도록 힘내서 먹었다.



수박 덕분에 여름이 참 시원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모두 여름이라 더욱 풍성하게 먹을 수 있었던 것들이었다.







가을에는... 이제 뭐 먹지? 그런데 고민할 필요가 없다. 이제 가을 무화과와 가을 자두 그리고 포도가 순서대로 기다리고 있다.



매년 새로운 계절을 기다리는 것이 무엇을 먹기 위해서라니 조금 민망하지만 그래도 계절은 참 좋다. 늘 풍성해서! 늘 가득해서!



가을아 어서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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