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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이 이렇게 다르다니!

by Blair

곧 남편의 생일이 다가온다.



생일날 어떤 음식을 먹을까, 무슨 선물을 살까 혼자 고민을 하다가 그냥 남편이 원하는 것으로 해주면 될 것 같아서 물어봤다. 남편에게 생일에 무엇이 받고 싶냐고, 무엇을 하고 싶냐고 그리고 또 무엇을 먹고 싶냐고 물었다. 그러나 그는 갖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먹고 싶은 것도 없다고 했다.



일 년 중에 하루뿐인 생일을 연중행사로 생각하고 있는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조금 놀랬다. 나뿐만 아니라 그 얘기를 들은 딸아이도 아빠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생일인데 선물이 필요 없고, 하고 싶은 것이 없는지 말이다.



한 집안사람들이 이렇게 다르다. 근데 생각해 보니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딱히 큰 이벤트 없이 지나가긴 했었다. 그러니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러니까 결국 결혼생활 십여 년 동안 계속 이런 상태이다.



남편에게 자신의 생일은 곧 특별하지 않는 날이다.









생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는 남편 생일마다 참 괴롭다. 생일자 본인은 괜찮다는데 왜 그러냐 싶지만 늘 생일에 거하게 챙기려고 하는 나로서는 (4달 후 내 생일을 생각하면) 뭔가 이벤트를 준비해야 할 것만 같다.



작년까지는 갖고 싶은 게 있다고 하면 사주고는 하는데 그걸 제외하고는 현금으로 주었다. 그러나 올해는 좀 다른 게 없을까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은 근사한 맛집을 예약해서 다녀오는 것이다.




남편에게 어떻냐고 물었더니 역시나 시큰둥하다.

매일 맛있는 음식을 잘 먹고 있고 먹고 싶은 것이 있을 때는 잘 사 먹고 있는데 뭘 예약까지 하며 가냐는 것이다.



기운이 빠졌다. 차라리 내 생일이면 참 좋겠다.







할 수 없이 포기상태이다.



정말로 갖고 싶다는 것도 없고 먹고 싶다는 것도 정말 없다니 이번 주는 생일 주간으로 지정해서 계속 운전도 해 주고, 밥도 맛있는 걸로만 해주고, 말도 예쁘게 해주고, 왕처럼 대접해 줘야지 하는 상상을 한다.









정말로 내 생일이면 좋겠다. 그런데 아직 4개월이나 남았다. 작년 생일에는 여행을 다녀왔다. 사실 생일이 아니어도 여행을 가긴 갔을 텐데 내 생일이 겨울방학에 걸쳐져 있다 보니 그냥 여행을 가는 것을 겸사겸사 생일과 맞춰서 다녀왔다. 그러면 생일 여행이 된다. 여행이 더 특별해지는 마법을 가진다.



생일로 여행을 갔으니 끝날 것 같지만 또 여행지에서 특별한 하루를 찾는다. 작년에는 여행지에서 좋은 레스토랑을 예약해서 티타임을 가졌다. 생일이라 플렉스 제대로 했다. 그리고 나를 위한 선물도 샀다. 역시 생일이 좋긴 좋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그랬으니 남편 생일이 신경 쓰이는 것이 당연하다.







결국 아무것도 사지도 못하고, 예약도 못한 채 남편 생일 당일이다. 여전히 생일을 그냥 보내기에는 아쉽고 미안한 마음이다.


일단 내가 해줄 수 있는 최선으로 아침을 차려주었다. 맛있게 소고기 미역국을 끓이고 생선도 굽고 계란말이에 나물반찬까지 모두 만들어 생일상을 차려주었다.




저녁에는 퇴근 후 맛있는 스테이크 굽고 파스타를 만들려고 미리 준비해놓고 왔다. 퇴근 후 갈 레스토랑은 마땅치 않아서 외식은 주말에 하려고 한다.



결국 생일선물은 어젯밤 아이와 함께 편지를 정성스럽게 썼다. 그리고 작은 케이크도 준비해 놓았다.



일상처럼 생일을 보내고 싶은 남편의 마음이 정 그러하다면 그냥 소박하게 보낼 수밖에...



이렇게나 우리의 생일은 참 다르다. 그래도 남편에게 정말로 생일축하한다고, 앞으로도 건강하게 지내달라고 편지에 써놨으니 우리의 진심은 알아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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