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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착 물건 버리기

by Blair

이렇게 가을이 빨리 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작년 추석에는 이맘때 육지에 갔다가 너무도 더워서 아직도 한여름이네 생각했는데...

올해는 겨우 9월 하고도 보름이 지났는데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솔솔 불어오더 그리고

비가 며칠 동안 연속으로 내내 오더니

정말 가을이 가까이 와버렸다.



그리고 또 여름옷을 정리할 때가 가까워 왔다는 것이 느껴졌다. 게다가 이사 예정도 있으니 올해 입었던 여름옷은 정말 진지하게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옷을 버리는 것은 정말 어렵다. 차라리 새로운 옷을 사면 버리는 것은 그나마 쉬운데

사지도 않고 기존에 있던 옷을 버리자니 더 고민되고 힘들다.



가장 큰 문제는 '좋아하는 옷을 버리는 일'이다.



싫어하는 옷, 오랫동안 입지 않는 옷, 내게 어울리지 않는 옷 등등 그런 옷은 버리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그러나 좋아하던 옷 혹은 즐겨 입던 옷 결국 그래서 낡아버린 옷은 되려 버리기가 어렵다.



오죽하면 인터넷에 '애착 옷 버리는 법'을 검색해 봤다.



이걸 어쩌지...?






옷장을 열고 어떤 어떤 옷을 정리해야 하고 살펴보니 옷 상태가 잠옷과 실내복을 가장 1순위로 정리해야 했다. 그러나 그 잠옷 중 한 개는 몇 번 입지 않았는데 보풀이 일어나 그리고 더운 재질이라 못 입고 있고, 한 개는 부드럽고 보송 거려서 자주 입다 보니 옷감이 낡은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아주 얇은 잠옷 하나는 한여름마다 유용하게 입는데 흰색이라 그런지 색이 변해서 지저분해 보였다.



그러니까 가진 여름 잠옷이 세 개나 되는데 세 개가 다 버려야 할 지경이다. 그러나 이사를 가지 않았더라면 1,2년은 더 입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면서 아깝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지난번 시내에 갔을 때 여름 잠옷을 구경했는데 새것이라 깨끗하고 재질도 좋고 예쁘기까지 했다. 그것을 보고 난 후 그래... 버려야지 버려야 또 예쁜 것으로 새로 사지라는 생각도 들고 말이다.



그럼에도 새로 사려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버려도 될 것처럼 낡고, 색이 변했는데

그럼에도 늘 잘 입던 옷이라 좋아하던 것이라

버릴 수 없던 것이다.



사진 찍느라 다시 봐도 낡음...





버려야 할 애착 물건은 잠옷뿐이 아니다. 여름마다 즐겨 입던 옷이 하나 있었다. 벌써 구매한 지 6~ 7년 정도 되는 옷인데 매년 잘 입고 있다. 작년 여름까지는 그 옷을 입고 나갈 일이 많아 자주 입었다. 그러나 올해 다른 옷을 입느라 못 입었는데... 그러다 오랜만에 꺼내 입어보니 옷이 너무 낡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도 이제 보내줘야 하나....




미니멀을 지향하며 쇼핑을 덜 하다 보니 가지고 있는 물건은 점점 더 오래되어가고 그리고 점점 낡기 시작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물건이 낡도록 잘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고, 문제는 낡아도 쉽게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이번 계절만, 아니 일 년만 더 그렇게 몇 년씩 버티는 옷들이 생기고 있다.







물건을 소유하면 소유할수록 더 많은 물건을 갖고 싶어진다. 그러나 적게 가지면 가질수록 가진 물건에 집착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러니 낡은 것은 낡은 대로 보내주고, 필요하다면 새로 살 줄도 알고, 다만 적은 물건으로도 잘 지내는 연습이 필요한 것 같다.



이제는 그만 낡고 오래된 옷들을 하나씩 보내주어야겠다. 이사를 핑계로 옷을 정리하는 기회도 필요하니까...



점점 더 나의 옷장은 비어갈 것이다. 적은 물건으로도 잘 지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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