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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와서 가장 하고 싶었던 일

by Blair

제주에 와서 가장 싶었던 일은 아주 단순했다. 고작 마음껏 글을 써보는 일이었다.



내 생애 이렇게 글 쓰는 일에 열중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글이 써보고 싶었다. 생애 한 번쯤 시골 한 구석에 둥지를 틀고 글을 맘껏 써보는 것이 내 버킷리스트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제주에 가면 원 없이 글을 쓰면 되겠구나, 이것이 그 기회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다.



총 4년 동안 그러니까 총 48개월이라는 기간 1460일이라는 시간 동안 473개의 글을 썼다.



사실 처음 목표는 이틀에 한번 정도는 글을 써서 브런치에 업로드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는 그것은 생각보다 힘든 작업이었고, 나중에는 한 달에 7-10편의 글 쓰기로 목표를 바꾸었는데 그것은 간신히 지켜졌던 것 같다. 총 473개의 글 숫자를 보니 보니 대략 한 달에 7~8개의 글을 썼다. 어쩔 땐 일주일에 한 번 올리는 날도 일주일에 3,4개씩 올리는 날도 있었던 것 같다.




비록 엄청나게 대단하거나, 거창한 글을 쓰지는 못했지만 후회는 없다. 내 생애 한 번쯤 이렇게 계속 글을 쓰고 싶었다는 것, 쉬지 않고 그저 끊임없이 글을 썼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싶다.



그곳이 제주라 참 좋았다.







그다음은 주택에 살아보는 일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아파트 생활을 하던 아이는 그렇게 계속 도시에서 지냈고 언젠가 꼭 집다운 집에서 살아보는 로망이 있었다.



그 로망을 실천하러 제주에 이층짜리 주택에 커다란 정원이 딸린 집을 구했다. 제주의 집은 신혼시절 그린 집과 꼭 닮아있었다. 그 이층집에는 딸아이 한 명과 남편과 내가 살고 있는 모습이었다. 정말로 닮아 있어서 신기했다.



제주의 이층집은 제주를 떠나면 언제고 생각나는 그런 곳일 것 같다. 이층에 올라가면 저 멀리 바다가 조금 보이고, 벚꽃이 피는 계절에는 벚꽃이 넘실거리고 여름에는 초록으로 가득해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특히 커다랗던 정원은 봄이 오는 소리를 꽃으로 알려주었다. 가장 먼저 수선화와 매화 활짝 피어나면 드디어 봄이구나 싶었다. 그 후로 철쭉 그리고 장미가 연이어 피어나며 봄을 알려주었다.



겨울이 되면 정원에서 귤과 한라봉을 그리고 봄과 여름에는 정원 나무 가득 달린 하귤을 수확했다. 그리고 가을이 되면 익어가는 감나무를 보며 군침을 흘렸고 새들이 다 먹기 전에 사다리에 올라가 감을 땄다. 첫 해에는 감이 열리지 않았는데 그래서 작년부터 제대로 감을 수확했고 올해는 깜짝 놀랄 정도로 감이 많이 열렸다.



특히 올해는 감나무가 마치 우리가 떠난다는 것을 알고 있는 힘껏 감을 열어준 모습이라 고맙고 미안했다.



엄청나게 열리고 수확했다.





사실 주택살이 현실을 직시하자면 때로는 위아래층으로 비가 새고, 겨울이면 입이 돌아갈 정도로 춥고, 봄이와도 모를 정도로 춥고, 온갖 벌레가 난무했다.



그리고 따뜻한 날 말벌이 수십 마리 놀러 와도(?) 그들이 집을 지어 목숨을 담보로 제거하고, 게다가 사계절 거미줄이 쉬지 않고 쳐서 매번 그것을 제거하러 다녔어도, 어떤 날엔 연못에 뱀이 나타나 119를 부르는 사건도 있었기도 했다.



그리고 매년 잔디 깎는 일을 염불을 외는 마음으로(기독교임) 울면서 제거하고, 잡초로 제거하다 마음이 몹시 상해 제주생활을 마구 욕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분명 떠나고 나면 이 모든 것이 추억될 것이다.







제주 덕분에 바다도 실컷보고, 제주 구경도 실컷 해보고, 귤도 원 없이 먹어보고, 고사리도 실컷 따보고(어머니), 글도 실컷 써보고, 커다란 이층 집에도 살아보고, 그리고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무엇보다 이곳에서 우리 가족 셋은 늘 함께였고 서로를 위했고 덕분에 정말 원 없이 놀았다.



제주의 4년은 분명 모든 것이 축복이었다.

오래도록 기억남을 추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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