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떠날 준비 글을 올리고 나니 기분이 이상했다. 한참을 마음속에서 맴돌던 말을, 혼자 한참을 생각만 했던 것을 정말로 확정해서 글을 쓰려니 걱정이 되기도 했다. 마침 그 글을 본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정말 이사 가는 거야?"
친구에게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한참을 고민했다.
사실 제주에 사는 내내 언젠가는 제주를 떠나야지 생각하면서 살긴 했다. 애초 일 년 살기 하러 온 것을 무려 4년이나 살았으니까... 그동안 누군가 내게 '언제까지 제주에 살 거야?' 물으면 나도 얼마나 더 이곳에 살지 모르겠었으니까... '글쎄 모르겠어'라는 대답뿐이 할 수 없었다.
사실은 제주가 미치도록 좋아서 여태 지냈던 것은 아니다. 딱히 다른 곳으로 갈 이유도, 갈 필요도 없었기 때문에 머문 것이 더 정확하다.
그러나 이번에 마음을 먹고 글을 쓰고 친구들에게 말했던 것은 정말로 제주와 이별하기로 마음을 먹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그만 제주를 정리하고 떠나자라는 마음이 확실하게 들었으니까.
이렇게 말하지 않으면 이곳에서 또 1년을 그러다 또 1년을 그러다 계속 제주에 살게 될 것만 같아서 무서웠다. 딱히 떠날 이유도, 머물 이유도 없지만 언제나 이곳은 내 집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영원히 머물게 되는 것은 무서웠기 때문이었다.
"꼭 떠나야 해?"
"아니.... 그런데 꼭 여기 머무를 이유도 없어..."
물론 제주와 이별하는 것은 마음 아픈 일이다. 좋은 기억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언제 다시 살아볼까 싶은 정원 딸린 이 층집, 언제나 좋았던 파란 바다, 수많은 카페, 다정한 사람들, 스트레스 없던 직장...
마치 보물섬처럼 갈 곳이 끝도 없이 많았던 제주...
사실은 이제야 모든 것에 적응해서 살만한데 떠나는 것도 웃기다. 이제야 마음 놓고 살아볼까 했는데, 겨우 일도 시작해서 익숙해질 만했는데 또 새로운 곳에 가서 적응하고 시작해야 한다니 사실 이곳을 떠나면 제일 불안한 것은 나다.
하지만 내가 정한 일이니 책임져야지.
그럼에도 제주를 떠나 새로운 곳으로 가고 싶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모든 것이 익숙해지니 슬슬 재미가 없어졌다. 분명 처음엔 새롭고 신기해 보이던 모든 것들이 다 비슷해졌다. 보기만 해도 떨리고 행복하던 순간들이 사라졌다. 때론 지루하기도 했다.
게다가 원래 스쳐가려던 곳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서 그런지 아무리 오래 지내도 고향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리고 육지의 가족을 만나려면 매번 힘들고 어렵고, 그것도 비행기가 아니면 볼 수 없다는 것도 더 이상 이제 그만하고 싶어졌다. 이처럼 정말 사소한 이유들이 쌓여서 이제 그만하고 돌아가자 마음이 생긴 걸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 그만 제주를 떠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