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날 징징거리는 소리만 듣다가, 출근하니까 그 소리 안 하는데 얼마나 좋던지" 내가 한참을 출근한 후에 엄마가 한 이야기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나의 삶이 불안해서 엄마에게 자주 하소연을 했었다.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몇 년 전 다시 출근을 했던 진짜 처음이 있었다. 그때는 아이가 어려서 출근을 해야 하는 건지, 말아야 하는 건지 불안했다. 그래도 그 불안을 깨고라도 출근해야 할 이유가 있어 시작했었다.
그렇게 오랜만에 시작한 출근은 5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직장이 폐업했기 때문이다. 운이 없었다.
그리고 제주로 이사를 했다. 육지에서 계속 일했더라면 아마도 제주에 오지 못했을... 아니 오지 않았을 수도 있다. 수년만에 일했던 직장 그리고 그곳에서의 퇴사는 또 새로운 운명을 만들었다.
퇴사 후 빠르게 제주로 넘어왔다. 그리고 제주에 와서 지내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할 즈음 다시 용기를 내었다. 그리고 제주를 떠나지 않을 명분을 만들었다. 여기서 조금 더 일하자.
그렇게 시작한 것이 고작 2년이다.
교실 안에서 사각사각하는 연필소리가 들린다. 모든 설명이 끝나고 아이들이 문제풀이에 집중하는 소리이다. 방금 전까지 내가 설명해 준 얘기를 잘 들었나 확인하는 시간이다. 아직 한글도 어려운 아이들이 영어로 된 문장을 보고 답을 잘도 찾아낸다.
조용하게 집중한 이 순간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가슴이 벅찬 순간이다. 내가 선생님이길 잘했다는 순간이다. 아주 오랫동안 기다려온 순간이다. 그리고 그토록 기다렸던 순간이었다.
고작 2년 정도이지만 최선을 다했다. 열정을 다 쏟고 후회 없이 일했다. 오랜만에 일하는 것이라 재밌기도 했고 학생을 가르치는 일은 내 적성이 너무도 잘 맞았다.
다시 어떤 일을 할래라고 물어보면 똑같은 직업으로 취직하고 싶을 만큼 정말 좋았다.
그러나 일을 하다 보니 내가 얼마나 부족한 선생인지 깨달았다. 그게 문제였다. 다른 이유들도 많지만 내가 퇴사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였다.
일을 하는 것이 재밌고 신났지만 내가 부족한 것을 알았을 때 그 자리에 더 있을 수는 없었다.
일을 하지 않는 한참 동안 나에게는 자신감도 자존감도 없었다. 그동안 제대로 잘 해내본 것이 없어서 그런지, 끝내 본 적이 없어서 늘 불안하고 부족했다. 세상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일을 시작하고는 달라졌다. 열심히 하고 있잖아, 잘하고 있잖아, 최선을 다하고 있잖아. 출근하는 것만으로도 난 쓸모 있는 사람이 되었다.
이제 난 숨을 좀 쉴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나의 부족함을 알아차리는 순간 그 자리에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의 부족함을 더 채우고 돌아오려고 한다.
나에게 주어진 새로운 시간들 다시 돌아가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지. 그래서 꼭 다시 돌아가야지 마음먹는다.
다시 돌아올 기초를 다지러 간다. 다시 내공을 쌓고 돌아와 더 열정적으로 가르쳐야지!
반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