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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또 이사라니...

by Blair

어릴 적 꿈 중에 하나는 멀리 외국에서 살아보고 싶었다. 그래서 그곳에서 학교를 다니고 공부를 하고 살아보고 싶은 그런 소박한 꿈이 있었다. 초등학생 때부터 간직해 오던 꿈은 고등학교 때 친구들이 방학을 맞아 해외로 여행을 다녀오는 것을 보며 더 절실해졌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나를 그렇게 쉽게 외국으로 보내주지 않았다.




그렇게 오랫동안 멀리 떠나는 것을 염원해서 그랬을까 대학을 간 이후로부터 나는 한 곳에 머무르지 못했다. 대학도 멀리, 대학을 졸업하고 해외로 멀리 그리고 다시 취업도 멀리 그리고 결혼하고 신혼생활도 해외로 멀리... 그렇게 십여 년을 돌아다녔다. 지방에서 서울로 그리고 서울에서 해외로...



게다가 대학을 가던 스무 살부터 서른 살 결혼하기 전까지 그 십 년 동안을 안 가본 나라가 없을 정도로 해외여행을 하기도 했다. 그때는 그게 전부였고 좋았다.



생각해 보면 그때는 그렇게 옮겨 다니고, 여행 다니고 하는 삶이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되려 그렇게 지내는 게 참 재밌었다.




그때는 젊었지...







그러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그런데 그 후로는 마음이 조금 달랐다. 아이를 낳아서 그런 걸까? 어디 멀리 가거나 여행을 자주 가기보다는 아이와 조용히 평범하게 지내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아니 앞으로는 주욱 그렇게 지내고 싶어졌다.



어느샌가 한국의 어딘가 평범한 집에서 아이랑 소박하게 살고 싶다는 꿈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었다. 정말로 큰 욕심 없이, 더 이상 여행은 필요 없다는 듯이 따뜻한 우리 집에서 아이만 안전하게 키울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점점 자라났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아이를 낳고 해외이사 그리고 이사 또다시 서울로 그리고 제주도로... 그렇게 다녀야 했다. 한편으로는 원했고 한편으로는 어쩔 수 없었던 일이다.



분명 제주도를 일 년 살이로 왔다. 일 년만 또 일 년만... 그렇게 4년이 흘렀다. 이제는 떠나야 할 순간이 찾아왔다.



어제 내린것은 눈일까?







아이가 말한다. "엄마, 나는 제주 떠나면 육지에서 살고 싶어" "응, 엄마도..."



그 누구보다 육지에서, 평범한 집에서 우리 셋이 편안하게 살고 싶은 것은 엄마다. 나야말로 그만 이사하고, 그만 멀리 가고, 그저 평범하게 한 곳에 머무르는 것이 꿈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은 없다. 아직도 우리가 육지로 가려면, 꿈꿔오면 평범한 삶을 살려면 시간이 일 년이 더 필요하다고 한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또 어디론가 떠나야 한다.



결국 이사를 해야만 한다.

또 이사라니... 벌써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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