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장롱을 팔았다.
내가 가지고 있던 장롱은 지난 집의 방 사이즈에 맞게 맞춤으로 구매했었다. 그 후 제주까지 들고 왔는데 이곳은 2층 거실에 장롱이 6~7채가 옵션으로 붙어있던 곳이라 장롱이 그렇게 필요가 없었다. 그래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일단은 2층에 장롱이 많으니 침대를 넣고 공간이 조금 남던 안방의 한편에 넣었다. 덕분에 원래 그 장롱 뒤로는 창문이 있었는데 막혔다. 아마도 추운 겨울 바람막이 용으로 장롱을 쓴 느낌이었다. 게다가 바로 앞에 침대를 놓았더니 세 채인 장롱 중에 두 채는 침대에 문이 잘 열리지 않아 사용하기가 어려웠다. 할 수 없이 문이 활짝 열리는 장롱에 아이 옷만 넣어놓고 썼다. 그래도 그렇게 몇 년을 아주아주 잘 썼다.
그런데 이번에 이사 가려니 부피가 제일 큰 장롱이 뭔가 싫었다. 흔히 꼴 보기 싫다고 말을 하던데 그래서 미리 팔아버렸다. 그것도 아주 아주 저렴한 가격에 판매했다. 그래야 잘 팔리니까... 부피도 크고, 저것을 옮기는 비용도 꽤 비쌀 거라 저렴하게 올렸는데 생각보다 너무 빨리 판매되어 좀 아쉬운 마음이 들긴 했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일찍 장롱을 싣고 갔다. 신기하게도 장롱이 빠지니 안방이 두배로 넓어졌다. 원래도 좁은 집은 아니었는데 안방에 장롱이 빠지니 방이 한결 넓어졌다.
그런데 장롱을 없애고 알게 된 것은 장롱을 창문을 막으며 바람막이를 쓴 줄 알았는데... 그곳은 남향이라 햇살이 가득 드는 맛집이었다. 블라인드를 올려놓고 햇살을 맞이하니 방이 따뜻해지는 마법이 일어났다. 진작 처리할걸 정말
아쉽다.
이사를 하려니 정말 할 일이 많은 기분이다. 일단 집에 있는 물건을 버리고, 없애야 하는 것도 걱정이고, 그래서 이 물건을 모두 팔거나 버려야 하는 것도 걱정이다. 그나마 모두 버리는 것이 가장 쉬운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태까지 남아있는 물건은 약간 고민되는 물건이기는 하다. 버릴까 말까 대전에서 계속 고민 중이다. 그러다 결국 버리는 것이 더 많다.
고민 중인 수많은 물건을 보며 한숨이 나온다. 어쩌자고 물건이 이렇게 많은 걸까...
그리고 다른 문제는 이 집도 새로운 세입자를 받아야 하니 때마다 집을 보여줘야 한다. 집을 정리하느라고 다 꺼내놓고 빼놓고 했는데 집을 보러 온다는 사람이 있으면 다시 정리해야 한다. 휴...
대충 해놓고 보여주면 되냐고 하지만 그러기엔 집주인도 너무 좋았고 애정 있던 집이라 다른 사람이 잘 들어왔으면 하는 바람도 있고 말이다.
그래서 이삿짐 정리가 더뎌진다. 버리다 정리하다 그리고 다시 버리고 정리하기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물건은 더 사지 말아야지 생각한다. 이사할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내 인생 이번이 마지막 이사는 아닐 테니까 더 이상 물건이 많이 늘지 않도록 노력해 봐야겠다.
이렇게 다시 미니멀리스트를 꿈꾸게 된다.
오늘은 12월 7일 앞으로 이사는 딱 한 달이 남았다. 이제 진짜 정신 차리고 더 많이 버리고 정리할 때가 온 것 같다. 이제 진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