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랫동안 꿈을 꾸었어

by Blair

정신이 없었다. 한참 전부터 제주 생활을 정리한다고 그리고 하던 일을 끝까지 마무리하느라... 그리고 또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느라... 내내 정신이 없었다.



한참 동안 집안 정리를 하고 또 하고 버리고 또 버려도 전혀 진척이 없었다. 이사준비는 끝이 보이지 않았다. 정말로 이사를 할 수 있는 걸까? 내내 그런 생각이 들렀다



그리고 정말로 이사하는 날이 되었다. 오전 8시 이삿짐센터가 집으로 왔고 그제야 제대로 이사가 시작되었다. 한참 동안 끝도 없는 짐 싸기 그리고 패킹... 분명 오랫동안 열심히 버리고 정리했는데도 어마어마한 짐이 나왔다.



인간이 사는데 이렇게나 많은 물건이 필요하다니

정말 경이로울 지경이었다.




이삿짐을 나르자








이삿짐을 포장하고 나가고 하는 것을 보니 제주로 이사 오던 날이 생각났다. 이사하던 날은 가을이라 날씨도 정말 좋았다. 아이는 정원에서 뛰놀고 우리는 그 모습을 보며 참 기뻐했다.



그 당시의 설렘과 흥분도 기억났다. 꿈꾸던 제주생활의 시작. 제주에 산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기쁘고 행복했던지...



시간이 지나며 점점 현실이 다가왔지만... 그래도 오랜 시간 제주에 지내며 많은 것들이 참 좋았다



그러나 그만큼 충분히 오랜 시간을 지냈기에 이사를 준비하며 어떠한 슬픔은 없었다. 다행이었다.







몇 시간 후 이삿짐센터에서 이삿짐을 모두 싸고 출발했다. 이제 이틀 후 다시 육지에서 이삿짐을 만날 것이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생각으로는 이삿짐센터가 가면 금방 우리도 끝내고 여유 있게 카페도 들렸다가 공항으로 갈 줄 알았는데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그 후로도 우리는 몇 시간을 더 정리하고 치우고 버리고 끝까지 깨끗하게 청소도 했다. 시간 맞춰 비행기를 타고 육지로 가야 했기에 때맞춰 공항에 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리고 간신히 공항에 시간 맞춰 도착했다.



아침 8시부터 시작된 이사는 오후 3시가 넘어서야 완전히 끝이 났다. 내가 짐을 옮긴 것도 아닌데 이사를 끝내고 나니 온몸이 아파왔다. 손도 상처 투성이었다.



그래도 정말로 이사를 끝냈다. 거짓말같이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이사가 끝났다. 그리고 그렇게 나의 제주 생활도 끝이 났다.



꿈만 같다. 정말로 내가 제주를 떠난다니...

이사를 정말로 마치고 육지로 간다니 거짓말 같다.



내일이면 차가운 공기에서 잠들고 씻기 힘들어 전기장판에 누워있고 하던 생활은 끝날 것이다.

바다가 보고 싶으면 바로 보러 가던 날들과 수많은 카레리스트에서 하나 골라서 달려가던 생활도 끝날 것이다. 어쩌면 내가 꿈꾸던 모든 낭만은 이대로 끝날지도 모른다.







비로소 4년 하고도 3개월의 제주생활이 끝이 났다.

마치 아주 오랫동안 꿈을 꾼 느낌이다.


이제 현실로 돌아와야지.

참 잘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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