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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Oct 25. 2021

제주에서 미니멀 라이프

할로윈이 안 도와주네.  


쇼핑을 너무도 좋아한다. 아니 정말 정말 좋아했었다. 아 모르겠다. 좋아한다고 말해야 할지 좋아했다고 말해야 할지.  암튼 이전의 나는 예쁘고 화려한 옷을 물론 물론 액세서리, 가방, 심지어 작고 귀여운 것까지 모으는 것이 취미였다. 그 옛날 내가 사모으는 것을 보고 아빠 엄마는 고개를 저으며 이렇게 생각하셨다고 한다 "왜 저런 걸 자꾸 사모으는 걸까?" 그 마음은 꼭 내가 아이를 낳고, 아이가 사고 싶어 하는 것을 보며 드는 생각이다. "저렇게 쓸데없는 것을 어디에 쓰려는 걸까" 어떻게 보면 아이는 정말 나를 꼭 닮았다(웃프다). 




그런 내가 미니멀 리스트가 되었다. 





그랬던 내가 조금씩 바뀌었다. 어쩔 수 없었다. 상황은 나를 미니멀리스트로 만들어갔다. 특히 이사가 핵심이었겠지.  우리는 이전 전집에서 꼬박 2년을 살았다. 그 집이 좁기도 하고 아이가 어려서 도대체 뭘 어떻게 할 수 있는 집이 아니었다. 집이 좁은데 아이 물건의 부피가 커서 집이 좁아지니 자연스럽게 내 물건을 사는 것을 줄이기 시작했다. 그 집에서 나는 내가 입는 실내복 사는 것조차도 고민해서 샀다. 다행히도 아이의 것은 물려받아 사니 꼭 필요한 것 이외에는 살 것이 없었고, 살림살이도 필요한 것은 시댁에서 가져와서 쓰거나 아니면 예전에 자취할 때 쓰던 것이 남아있어서 그것을 사용했다. 그렇게 사지 않는 것이 습관이 되다 보니 적응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그다음 넓은 집으로 이사를 했다. 두 번째 집으로 올 때 짐이 얼마나 없었냐면 1톤 탑차로 왔다. 가장 큰 짐이라곤 그것도 보통 집에 반만 한 사이즈의 소형 냉장고가 최대였고, 그나마 책장이 있었다. 그 작은 집에서 나온 적은 짐들이 아파트 20평대로 옮겨와선 얼마나 늘어났냐면 5톤으로 늘어났다. 이번에 제주도로 이사 올 때 견적을 받았는데 암만 봐도 5톤까지는 안될 거 같은데 암튼 5톤의 견적을 받았다. 어쩔 수 없었다. 그동안 우리는 대형 냉장고와 킹 사이즈 침대, 에이컨, 옷장까지 샀다. 아! 테이블과 소파도 생겼다. 마치 신혼살림 사듯이 사들였으니 그건 당연한 결과였다. 



5톤의 견적을 받긴 했지만 나는 이사 직전 짐을 더 줄이기에 여념이 없었다. 부피가 큰 짐은 어쩔 수 없더라도 그 내부에 들어있는 짐은 줄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과정에선 당근 거래가 제일 활성화되었고 나는 마치 당근의 최고봉이 된다는 심정으로 쉬지 않고 물건을 팔기 시작했다. 중고마켓에선 사진이 중요하기 때문에 심혈을 기울여서 그럴듯하게 찍어서 저렴한 가격에 올려놓았고 그 당시의 나를 회상하건대 매일매일 물건 파는 판매자처럼 일하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집에 있는 모든 물건을 비워내려고 노력했다.  그리고도 못 비워낸 물건 중에 좋은 것은 추려서 친구나 주위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 그렇게 줄이려고 노력했는데도 이삿짐을 쌀 때를 회고하건대 물건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와서 나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런 나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 





그리고 제주도로 이사오니 여긴 거실이 예전 집만큼 넓어졌다. 방은 2개뿐인데 화장실이 3개고, 평수는 거의 40평대까지 늘어난 데다가 1층, 2층 단독 건물이라 와, 규모가 진짜 커졌다. 그래서 내가 쓰던 옷을 옷장에 하나씩 옷걸이를 사용해서 걸었는데 아주 여유가 넘치고, 빈 공간도 생기고 와, 집이 넓어지니 작은 것을 사 와도 티도 나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우린 곧 이 집을 채우기 위해 고군분투할 것이라는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 












 


그런데 이번 달, 10월은 할로윈 데이 이벤트가 있다.  아이는 제주도로 이사 올 때부터 들떠 있었다. 새로 이사한 집을 할로윈 장식으로 다 꾸며버릴 기세였다. 약속한 것은 지켜줘야 하기 때문에 우린 집을 할로윈 분위기 나게 데코레이션 하려고 근처 파티 샵에 갔다. 아이는 흥분해서 이것저것 구경하고 고르기 시작했다. (아이는 물건의 가격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맘에 드는 것을 선택했다) 우리는 함께 고르고 골라 몇 가지를 사 왔다. 자제한다고 했으나 작년에 사둔 할로윈 용품과 합치니 양이 꽤 많았다. 아니 많아졌다. 나는 잠시 후회했다. 그냥 작년의 할로윈 장식으로도 충분했을 텐데, 새로운 곳에 이사오며 우린 자제력을 잠시 잃었었다. 그리고 며칠 사이에 무섭게 늘어나는 물건들을 보니 그 넓던 집은 다시 좁아질 것이라는 느낌이 확실해졌다. 










그만 사.






다시 되돌아보건대 내가 미니멀리스트가 된 이유는 하나다.  내가 정말 정말 맘에 드는 물건을 사서 오래도록 사용하고 싶은 마음.  그래서 다시 생각해서 버릴 것, 가지고 있을 것, 정리할 것도 생기기 않길 바라는 바람도 크다. 이 집에 올 때는 꼭 그랬다. 육지에서 섬으로의 이삿짐 비용이 비싸기도 하고 제주도에 사는 기간을 생각해서라도 여간해선 물건을 늘리지 말자는 마음을 잊지 않고 싶다.  이번 할로윈 데이를 계기로 나는 이제 꼭 필요한 것만 살 것이다. 아니 살려고 노력할 것이다.(크리스마스 때 흔들리지 말아야지 다시 다짐해본다.) 이 변화는 크리스마스 즈음에 글을 하나 더 올려보고 싶다. 나의 충분한 노력이 함께 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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