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혹시 다시 태어나면 무엇으로 태어나고 싶냐?‘고 물었다.
난 참 호기심이 많다.
알고 싶은 것도 많고 보고 싶은 것도 많다.
그래서 사람 구경을 좋아하고 여행도 참 좋아한다.
돈 많이 벌어서 죽기 전에 우주는 한번 가보고 싶다.
여행을 가서는 평소에 보지 못한 자연들을 보게 된다.
평소에 보지 못하는 대자연은 순간 나를 흥분하게 만들지만 곧 차분하게 만든다.
가까이 있어도 보이지 않던 것들을 여행을 가면 보인다.
조식을 먹기 전 아침 산책길에서는 이슬 맺힌 풀들이 보이고
먹이를 나르며 열심히 일하는 개미도 보인다.
흐르는 시냇물 소리도 선명히 들리고
아침에도 떠 있는 샛별도 보게 된다.
여행하며 보는 사람들의 모습은 그저 흥미롭고 아름답기만 하다.
구두를 가방에 넣고 운동화로 출근하는 뉴요커는 회사에선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고
대낮에 한가히 센트럴파크에서 빈둥대는 사람은 무얼 하는 사람인지 궁금하다.
파리의 중국인이 운영하는 바(?)에서 커피와 크루아상을 급히 먹고 나가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모습도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저 사람들은 어느 나라에서 왔을까? 궁금하고.
저 중국인 사장은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됐을까? 궁금하다.
이 모든 것들이 여행에선 아름답게만 보인다.
한 걸음 떨어져서 보기 때문인가 보다.
그들은 각자 삶에서 부단히 노력하고 깨지기를 반복하며 힘겹게 살고 있을 텐데
한걸음 뒤에서 바라보고 있는 여행객인 나는 그저 그들이 흥미롭고 아름답게만 보인다.
덕분에 내 삶도 한걸음 물러서 바라볼 수 있게 되고 작은 각성을 하게 되기도 한다.
내겐 여행이 삶의 카페인 같은 것이다.
여행객들은 참 밝다.
열심히 각자 고군분투하다가 오래간만에 놀러 왔으니 당연도하다.
난 그들을 만나는 게 좋다.
그들의 호기심과 에너지가 느껴진다.
내가 가끔 지쳐도 그들을 만나면 충전이 된다.
그래서 난 여행도 좋아하고 여행객도 좋아한다.
아 다음 생?
난 윤회를 믿진 않는다.
아니 모른다. 그냥 작은 원자가 되어 헤쳐모여 할 것 같은데… 그것도 난 모른다 ;
천국도 윤회도 다 가능성 있다고 본다. 그저 내가 모를 뿐이다.
얼마 전 장기기증 서약을 해야겠다고 친한 형에게 말했더니
죽고 나서 무슨 일이 있을지 알고 그러냐면서 말린다.
지금 몸이 어떻게 쓰일지 어찌 아냐며……
혹시 환생할 때 필요한가?
암튼 요지는 우리가 사후세계를 모르니 현세의 몸도 함부로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납득은 안 가지만 쫄았다.
아무튼 얼마 후 다시 결정을 내리긴 했지만 쫄아있는 상태다ㅎ;
내게 윤회는 많이 중요하진 않다. 지금 생에 집중하기도 벅차다.
그래도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바람이 되겠다.
바람은 세상 어디든 갈 수 있다.
공짜다.
자유롭게 세상을 구경한다.
어기 저기 떠돌다가 만에 드는 곳에선 한참을 머무르기도 한다.
아무 생각 없이 흘러 다니겠지만 그 역시 좋다.
나의 호기심은 우주로까지 확장되어 마땅히 별이 되고도 싶었지만
너무 외로워 보였다
요즘 외로움은 내게 견딜 수 없는 숙제이다.
바람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