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나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어른이 되면 모든 걸 다 할 수 있고, 다 잘할 줄 알았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돈을 버는 어른이라면,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은 대부분 해낼 수 있다. 단, 예산이 허락하는 한에서다.
하지만 이는 어른의 '단편적인' 모습에 지나지 않다. 진짜 어른이 된다는 것은, 끝이 정해지지 않은 삶을 살아간다는 뜻이다.
학창 시절에는 초등학교 6년, 중·고등학교 각 3년, 대학교 4년처럼 정해진 시간이 있었다. 그러나 진짜(?) 어른이 된 이후에는 '언제 끝낼 것인가'를 누가 정해주지 않는다.
자율.
남의 지배나 구속을 받지 않고, 스스로의 원칙에 따라 결정하고 행동하는 것.
우리는 흔히 자율을 자유와 연결 지어 생각한다. 그러나 동시에 그것은 '무제한'이라는 말과도 닿아 있다.
어른은 바로 그런 존재다.
무제한의 시간 속에서, 자율적으로 끝을 맺는 사람.
누가 종을 쳐주지 않는 삶 속에서, 스스로 멈추는 지점을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