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잠시 눈을 떴다.
아직 어스름한 이른 아침부터 매미들의 울음소리가 제법 거셌다. 비몽사몽 간에도 원래 매미들이 이렇게 부지런했는지 궁금했다.
그들의 지치지 않고 끝없이 이어지는 울음소리에도 나는 다시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여름 한철 집중해서 울어대는 매미들은 수컷이며, 암컷을 유혹하려고 온몸을 사용하여 필사적으로 울어댄다.
암컷이 수컷을 선택해서 짝짓기 하고 나면 수컷은 바로 죽고, 암컷도 나무껍질 속에 산란관을 박고 알을 낳은 후 생을 마감한다.
암컷이 낳은 알들은 나무껍질 속에서 1년을 지내고 부화하여 유충이 된다. 그 후 나무에서 떨어져 땅 속에 들어가 나무뿌리 수액을 빨아먹으며 여러 번의 탈피를 거쳐 우화함으로써 7년여 만에 성충이 된다.
그리고 다시 여름 한 달 정도를 목놓아 울어 암컷을 만나고 짝짓기를 마친 후 생을 마감한다.
지구의 드넓은 공간에 존재하는 수많은 동물, 식물, 곤충, 미생물들이 그들의 다양한 삶을 정해진 시간 동안 충실히 지속적으로, 반복적으로 살아낸다. 물론 나의 주변에도 수많은 그들이 그들의 삶의 방식대로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무관심하여 그들의 삶을 느끼지 못하고 그저 잠에 취해 있거나, 일상의 분주함으로 나만의 시간에 매몰되어 산다.
더욱 문제인 것은 어느 순간 타인의 삶에도 무관심한 나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세상에서 소외되고 힘든 삶을 사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젊은 날의 사랑과 열정은 소멸되어 버리고, 안전하고 편안함만을 추구하는 나이 먹은 아저씨가 되었다.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 이론에 따르더라도, 가장 하위 단계인 1,2단계의 욕구에 천착하고 있는 것이다.
탈피를 거듭하고 힘겹게 우화하여 성충이 되었으나, 세상에 발을 디딘 지 한 달여 만에 '종의 생존'에 기여하고 장렬히 죽어가는 세상 속 매미의 끈질기고 우렁찬 울음소리는 조그마한 생명체들의 살아남고자 하는 애절한 절규인 것만 같다.
반면 소외된 사람,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 슬픈 사람, 걱정근심이 있는 사람 등 수많은 사람의 외침은 소리 없는 아우성이다. 도심 건물 창문 방충망에 달라붙어 울지도 못하고 입만 벙긋거리다, 땅에 떨어져 스러져가는 암매미처럼 말이다.
그들의 도와달란 외침은 들리지 않고 오히려 수면 아래로 꼬르륵 가라앉아 심연의 고요함만을 간직한다.
곤한 잠에서 깨어도 계속 들리는 매미 울음소리를 멍하니 들으며 꼬리를 무는 생각 속에 잠긴다.
'나 자신, 가족, 친구, 주변의 타인들을 향한 무관심을 걷어내야 하겠다' '귀를 곤두세우고 주변에서 계속 울려대는 소리 없는 아우성을 들어야 하겠다' '처절한 절규를 그치고 살짝 지어 보이는 미소가 피어나게 도와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