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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기영 Sep 26. 2023

8. 2023년 인간

일상에서 떠올린 단상

아내와 함께 차에 올랐다. 주말에 우리 부부가 즐겨 갖는 영화관람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서다. 늘 여유 있는 시간관리를 좋아하는 부부의 습성으로 영화상영 시작 한참 전에 영화관에 도착하였다.


영화를 보기 전 커피 한 잔을 즐기기 위해 도넛 가게에 들러 커피와 도넛을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다.


가게 안 벽면에 붙어있는 도넛 가게의 유구한 역사를 강조하기 위한 흑백사진에 눈길이 갔다. 오래전 유행했던 머리 모양과 옷차림을 한 서구 인들이 남녀노소 모여 있는 사진. 오래된 모델의 자동차들이 가게 앞에 주차되어 있는 사진. 도넛이 전시되어 있는 진열장을 발돋움을 하고 바라보는 귀여운 어린이 사진.



호모 사피엔스라 불리는 신인류가 나타난 20만여 년 전. 이후 먼 우주로부터 기원되었다는 원소들로 이루어진 인체를 가진 인간이 진화하며 지금까지 현생인류가 지구 위에서 살아가고 있다.


의 사진 속에 있던    사람들은 몇 십만 년 전 인간보다는 급격히 변화되고 발전된  모습으로 살았지만, 지금 2023년과 비교하면 사진 속처럼 낡고 오래된 모습으로 살았다. 


진 속 사람들이  하나 둘 세상을 떠나, 또 다른 세대들이 세상을 이어 살아가다, 2023년 인간들의 삶 한 순간이 사진 속에 옮겨져, 몇  년 뒤 어느 음식점 인테리어 부속품으로 매어 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땐 또 누군가가 신기하다며 사진 찍어 보관할지도 모르겠다.


지구 온난화 등으로 인간이 멸종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중생대를 살며 세상을 지배했던 공룡이 1억 6,500만 년을 살았다 하니 인간들이 지구에 존재하기 시작하여 앞으로 지구를 살아갈 기간보다 훨씬 오랫동안 산 동물일 수 있다.


공룡보다 월등한 지능을 가진 사람들이 그 지능으로 발전시킨 문명의 이기들로 인하여 우리가 사는 공간인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으니, 인간들과 지구, 그 안에 존재하는 생태계와 겸손히 조화를 이루어가는 일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인 것 같다.


짧은 우리들의 삶. 드넓은 우주의 한 점 되지 않는 지구 위에서 나라와 민족, 사회와 조직, 가족과 개인의 욕심과 이기심으로 서로 미워하고, 속이고, 다투다가 인간의 삶이 점점 피폐해 가고 지구의 수명이 단축되어 간다.


나만 향한 시각이 가끔씩 상대방을, 다른 사회를, 지구를, 우주를 바라보는 여유로운 시각으로 바뀌어 지구 위의 인간들이 좀 더 넓고 풍요로운 마음으로 평화롭고, 풍족하고, 건강한 지구가 되도록 개인뿐만 아니라 온 사회, 온 국가가 서로 협력하였으면 좋겠다. 


먼 훗날 우리의 후손들이 잿더미 속을 뒤지다 우연히 발견한 2023년의 인간과 문명의 사진들 꽤 괜찮은 모습이고 아름다운 추억이길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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