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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기영 Sep 07. 2023

7. 노인 기사

일상에서 떠올린 단상

어제의 숙취에 괴로움을 느끼며 택시를 잡았다. 출근시간이 늦어질까봐 다급한 마음로 목적지를 외쳤다. 기사님이 많이 늙으신 노인이었다. 하얗고 성긴 머리카락과 가느다란 팔뚝이 유난히 나이를 도드라지게 하였다. 개인택시도 아닌 법인택시를 운전하시기에는 너무 나이드신 것이 아닌지, 제대로 운전은 하실 수 있는지 걱정이 앞선다.


"손님도 빨리 달리는게 좋으시죠?" 마음은 바빴지만 짐짓 선량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마음에 정돈된 어투로 대답했다. "아닙니다. 천천히 가시죠" 노인 기사님은 조금은 안심이 되었는지 이런 저런 이야기를 꺼내놓기 시작하였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빨리 달리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인천공항이 목적지인 손님을 모시고 가는 중이었는데, 다른 택시를 타겠다고 내려달라고 하지 않겠어요. 규정속도를 지키며 운전을 했더니 답답하다는 거예요..." 빨리 달리지 못함을 미안해 하시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좋지 않다.


노인 기사님에게는 빨리 빨리를 외치며 앞만 보고 질주하는 시대, 한꺼번에 여러가지 일을 동시에 해치우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누구의 시선도 받지 못한채 한구석에 서계시는 허허로움이 느껴진다. 황해도에서 내려와 고생하신 이야기, 장면박사에 얽힌 일화를 이야기 하시는 기사님은 현시대의 뒤안길에 홀로 서서 너무도 빨리 바뀌어가는 환경에 당황하고 계심이 분명하다.


동물들을 오랫동안 관찰한 학자들은 동물들이 먹이를 구하는 시간 외에는 빈둥거리며 게으름을 피운다고 한다. 먹이를 구하려고 움직이며 소비하는 에너지와 쉬면서 소비하는 에너지의 효율을 고려하여 먹이를 구할 때만  움직이고 그 외의 시간에는 움직이지 않고 휴식을 취한다는 것이다. 오로지 인간만이 먹이 외의 잉여자산을 위하여 분주히 움직다. 조금 더 움직이지 않으면 도태되는 인간의 삶에서 분주히 뛰지 않음이 죄악시 다.


"너무 천천히 달려 미안한데 요금을 깎아 주겠습니다" 노인기사님이 뒤를 돌아보며 이야기 한다. "아닙니다, 거스름돈은 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멋있게 택시문을 열고 내렸지만, 나도 동물들처럼 먹이 사냥을 마치고 나면 곰처럼 동굴에 들어가 동면을 하든 밥 한그릇 뚝딱 해치우고 볕좋은 처마 밑에 엎드려 꿈나라에 드는 강아지 같은 게으름을 갖고 싶은 마음이 솟구친다. 직장 한 곳만을 바라보며 살아온 삶들이 세월 가운데 켜켜히 쌓여가면서 늘어나는 것은 나른함과 허망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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