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정리

가까움과 멀어짐의 균형

by 리인

우리는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가족, 친구, 연인, 동료 등 주변의 수많은 사람들과 얽히고설킨 채로 하루를 보낸다. 관계는 삶의 중요한 축이지만, 때로는 그 무게에 지쳐버리기도 한다. 너무 가까운 사람에게는 숨이 막히고, 너무 멀어진 사람에게는 공허함을 느끼는 것이 인간관계의 아이러니다.


나는 한때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이 ‘가까워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가까울수록 서로를 더 이해할 수 있고, 더 행복할 것이라 믿었다. 그래서 애써 시간을 내고, 연락을 지속하고, 상대가 나를 중요하게 여기도록 노력했다. 하지만 어떤 순간에는 그런 노력들이 상대를 더 부담스럽게 만들거나, 나를 더 지치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지곤 했다.


그제야 깨달았다. 모든 관계는 가까움과 멀어짐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것을.


관계는 거리가 중요하다.

거리가 너무 가까우면 상대방에게 침범받는 느낌이 들기 쉽고, 반대로 너무 멀면 서로의 존재를 잊어버리게 된다. 이 균형을 맞추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상대가 원하는 거리와 내가 원하는 거리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한쪽이 더 가까워지려 하면 다른 한쪽은 더 멀어지고 싶어지는 것이 흔한 패턴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관계를 조율하는 ‘진정성 있는 소통’이다. 진정성 있는 소통이란 솔직하면서도 상대방을 존중하는 대화의 방식이다. “나는 이 정도의 거리가 편해. 너는 어떠니? “라고 가볍게 물어볼 수 있는 용기, 그리고 상대의 답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가까워지고 싶은 사람에게는 솔직한 마음을 전하고, 멀어지고 싶은 사람에게는 예의를 갖춘 거리를 둔다. 그리고 상대가 나의 의도를 오해하지 않도록 소통의 끈을 놓지 않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상대의 반응에 내 감정을 과도하게 소모하지 않는 것이다. 상대방이 나와 같은 거리감을 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이 나를 부정하거나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관계의 정리는 단절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관계를 정리한다고 하면 단절이나 이별을 떠올린다. 하지만 정리란 더 이상 필요 없는 관계를 끊어내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재정비하고 서로에게 맞는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어떤 관계는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지기도 하고, 다시 가까워지기도 한다. 예전에는 매일 연락하던 친구가 이제는 특별한 날에만 연락하는 친구로 변했다고 해서 그 관계가 덜 중요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런 변화 속에서도 서로의 가치를 존중할 수 있다면, 그것이 성숙한 관계다.


반대로, 아무리 애를 써도 계속 나를 불편하게 하거나 에너지를 소모하게 만드는 관계라면, 그 관계는 정리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이런 경우에도 단절이라는 극단적인 방법 대신, 조금씩 거리를 조율하며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가까움과 멀어짐의 균형을 찾아서

삶의 모든 관계를 완벽하게 조율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내가 진정으로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과의 관계만큼은, 가까움과 멀어짐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내가 편안하고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관계란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내가 지나치게 힘들어진다면 그 관계는 다시 돌아봐야 한다. 나의 감정을 지키면서도 상대를 존중하는 것, 그 균형을 찾아가는 것이 관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방법이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과의 거리를 한 번 생각해 보자. 그들이 너무 가깝게 다가와 부담스럽지는 않은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외롭지는 않은지 말이다. 그리고 그 거리를 어떻게 조율할 수 있을지 천천히 고민해 보자. 가까움과 멀어짐의 균형을 맞출 때, 비로소 관계는 더 단단해지고, 우리는 더 행복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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