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평
앳된 사랑의 모습에서부터 시작된 두 주인공 해솔과 도담의 만남은
사건에 휘말려 마치 급류에 쓸려내려가듯 정신없이 변모하며 갈등과 이별, 시작이 반복된다.
끊길 듯 끊이지 않는 그들의 관계에서 그들은 해솔의 할머니의 혜안 '시간이 약이다'라는 말에 상응해간다.
자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불쌍하다며 불행의 아이콘이라 생각하며 살아간 도담, 자신 때문에 서로의 부모가 죽었다는 죄책감을 안고 살아간 해솔. 두 사람은 점차 그때의 사건에서 자신들의 감정을 추스림과 동시에
거대한 사건이 자신들에게 파도처럼 덮쳤다는 것에 있어 그저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진정으로 서로의 사랑에 대해 단단해졌다.
그리고 이제 그들은 서로를 마지막처럼 대할 수 있게 되었다.
남의 연애를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만큼. 로맨스 형태의 소설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만 읽어봤다
읽으면 읽을수록 단지 해솔과 도담 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연애를 하는 모습이 같이 그려진다. 그 때문에 그런가, 괜히 찔리기도 하면서 지긋지긋하기도 하며, 행복하기를 망설이는 모습에 공감해 같이 안타까워했다. 특히, 행복하다고 생각할 때, 도담이 이후의 낙차를 생각하며, 행복할 때도 온전히 행복하지 못하는 모습 속에서 나의 모습이 보이기도 해 수치심이 들었다.
책 속에 도담과 해솔이 자신의 부모님이 급류에 쓸려내려가는 상황을 맞닥들이며 이 후 타인을 사랑하는 데에 있어 마음을 닫아버린 모습은 사실 우리도 하나의 크고 작은 사건들을 인생에서 겪으며 점점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는 모습과 같다. 마음을 열지 못하고 불안감만 커진 체로 경계하며 경직된 체 살아가는 모습. 주변에 사람들이 존재함에도 속으론 내 사람이다 쉽사리 생각하지 못하는 마음. 나 포함 모두가 가지고 있지만, 잘 숨기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상태에 있어 오랜 시간이 지나 서로를 용서하고 다시 관계를 이어나가기로 한 도담과 해솔의 모습은 맨 처음 그들의 만났을 때와의 이미지처럼 연상된다. 청량하고, 시원한. 하지만, 다른 점도 존재한다.
그들은 그때와 달리 성장했다. 성숙하다. 많은 길을 돌고 돌아 결국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오는 것.
여행이었던가. 처음 도담의 장면처럼 그저 바다로 수영해 뭍으로 돌아오는 과정이었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