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듭

ㅡ'우리들의 블루스' 를 보고ㅡ

by oj

'우리들의 블루스' 마지막회는 참 고된 우리 어머니들의 삶을 보여주며 가슴이 뭉클했고 마음 짠했다. 동석이와 엄마가 마지막을 함께 한 여정은 그 동안 엄마에 대한 원망과 응어리를 모두 풀고 보내드린 가슴 찡한 회였으며 잘 마무리된 매듭이었다.

제주에서 해녀로 물질 하다 숨진 딸. 하나 남은 아들 동석이가 삼시세끼 밥만 먹을 수 있기를 바라며 먹고 살기 위해 선택한 재혼. 죽음을 앞두고 그동안 살아온 삶과 예전에 살던 곳을 다니며 그 발자취를 더듬을 때 고단함과 허탄함과 회한이 가득해 보였다. 삶은 참 고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운 것도 없고 가진 것도 없이 남편을 잃고 혼자 아들을 키우는 일은 쉽지 않았으리라. 먹고 살기 위해 선택할 수밖에 없던 재혼은 그리 행복하지 않았다. 의붓 아들들에게 맞는 동석을 보면서 지켜주지도, 마음껏 편이 되어주지도 못해 동석은 엄마의 차가움에 평생 원망과 상처로을 두 모자는 등지며 산다. 엄마가 말기암인걸 알고도 미동조차 않던 동석이 마지막 여정을 함께 할 때 처음으로 서운한 속내를 비치면서 조금씩 마음을 열 때 모자의 두 마음이 다 짠했다.

제주에 살면서도 한라산을 한 번도 못 가봤다는 엄마를 위해 눈발 날리는 한라산을 함께 오르 모습은 명장면이었다. 엄마 탄성하는 모습을 애처롭지만 따스한 눈길로 바라보며 함께 한 마지막 여정. 부모 자식간에도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서운함도 원망도 미움도 말하지 않으면 오해만 쌓이고 감정의 골은 점점 더 깊어진다. 보고 싶은 대로만 보고 생각하고 싶은 대로만 생각한다. 뒤늦게라도 서로의 마음을 털어놓고 눈덮인 한라산을 오른 건 엄마의 마지막 바람이고 안간힘을 쓰고 버틴 아들과의 추억과 화해다. 살면서 언제가 가장 좋았냐는 말에 아들이랑 한라산 가는 지금이라고 말하면서도 지친 엄마가 눈보라 치는 한라산을 오를 수 없을 때 끝까지 보여주기 위해 혼자 산에 올라 영상을 찍는 아들의 모습은 천륜은 끊을 수 없다는 걸 보여주었다. 다음에 태어나면 부잣집에서 태어나 공부도 하고 명이 긴 남자와 살면서 자식들도 고생 시키고 싶지 않다는 엄마의 마지막이 가슴 찡했다. 아들이 먹고 싶다던 된장찌개를 기쁜 마음으로 끓여주고 반려견들을 챙기고 주무시듯 편안히 가신 엄마를 보고 동석이는 후회와 통한의 마음으로 오열했다. 평생 어머니를 미워한 것이 아닌 화해하고 싶었고 사랑받고 싶었음을 독백하며 아들과의 마지막 아름다운 추억을 가슴에 담고 떠날 수 있어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와서 울어주는 마을 사람들의 따뜻함에도 가슴 뭉클했다.

마다의 사연이 있는 드라마지만 동석이와 엄마의 사연은 유독 더 마음 아팠다. 무지와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선택한 그 길이 평생 아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모른척하며 그 많은 시간동안 고통을 감내하며 죽음 앞에서도 초연한 어머니의 심정을 너무 잘 표현한 김혜자씨의 연기가 돋보였던 마지막회였다.

부모 자식간에도 형제지간에도 엉켜 있는 실을 풀고 매듭을 져야 한다. 가까운 사이이니 모두 이해할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가족이라 더 상처 받고 아파할 수 있다. 어떤 문제나 갈등이든 감정의 골이 깊어지지 않도록 마음을 서로 열고 따뜻한 사랑으로 감싸주고 보듬어야 한다.

모두 한마음이 되어 체육대회로 화합을 다지는 푸릉 마을 사람들의 모습은 어딘가에서 있을 우리 이웃들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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