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일여

ㅡ몸도 마음도 아픈 날ㅡ

by oj


요즘 독감이 유행이라더니 나에게도 불청객이 찾아왔다. 3일 전부터 심하진 않았지만 목이 조금 아프다 싶어 상비약인 인후염약과 쌍화탕을 하나 먹고 잤다. 좀 낫길래 병원에 가지 않고 금욜 수영까지 다녀왔는데 토욜에는 약간 몸살기가 있는 것 같아 몸살 감기약과 쌍화탕만 먹었다.

일요일 아침. 몸이 더 안좋아졌다. 성가대를 빠질까 고민하다가 참석해 성가대까지 서고 오자마자 여기저기 안 쑤시는데가 없을 만큼 아프기 시작하고 콧물에 기침에 열까지 한꺼번에 찾아왔다. 약을 먹고 몇시간 끙끙거리며 낮잠을 잤더니 좀 낫는가 싶었는데 저녁엔 입맛도 쓰고 밥 생각도 안 났다. 약을 먹어야 해서 뜨겁게 누룽지를 끓여 한술 먹었다. 밤에 잘 때 온 몸에서 진땀이 나고 몸살이 더 심해져 밤새 앓았다. 간간히 기침이 나왔지만 다행히 목이 심하게 아프진 않았다. 코는 하도 풀어 코밑이 헐어 병원에 미리 가지 않은 것이 후회됐다.


아침에 진땀을 너무 흘려 씻을 힘도 없었지만 샤워를 하고 병원이 5분 거리인데도 남편한테 태워달라고 했다. 문을 여는 시간 전에 일찍 가서 기다리고 진료 받고 주사 맞고 영양제도 맞았다. 나올 때 보니 아이들에 어른들까지 꽉 차 있어서 일찍 오길 잘 했다 싶었다. 감기가 유행이라더니 실감났다.

한 시간 반을 영양제를 맞고 집으로 오는데 한결 나아진 느낌이었다. 남편이 호박죽을 끓여놓아서 입도 쓰고 입맛도 없었는데 따끈따끈한 호박죽을 먹고 약을 먹고 한숨 잤더니 많이 좋아지고 다음 날 말끔하게 나았다.

요즘 독감은 1,2가 지나도 안 낫는다는 말을 들어 내심 걱정했는데 정말 다행이었다. 독감 주사도 미리 맞고 몸이 안좋으다 싶으면 쌍화탕을 꼭 먹고 비타민을 꼭 챙겨먹으면서 조금이나마 예방을 해서 그런가 싶었다.

아픈 아내를 위해 호박죽을 끓여준 남편에게도 엄마 괜찮냐며 카톡을 준 아들에게도 너무 고마웠다. 몸은 아팠지만 마음은 따뜻했다.


사실 요 며칠 전에 친한 언니에게 안 좋은 일로 상처를 받아 신경 쓰고 마음이 상한 후에 바로 찾아온 몸살이라 사람은 마음이 건강해야 몸도 건강한 거라고 느끼고 있던 터였다. 별일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언니에게 내가 한 행동이 그렇게 과하게 느꼈나 싶었다.


주말 부부 식사 모임을 앞두고 혼자 올 친구가 있어 같은 방향이고 혼자 오는 친구를 위해 꼭 같이 태워 데리고 와 달라는 부탁 끝에 긴 문자가 왔다. 자기도 그렇게 하려고 했고 알아서 할건데 중재도 적당히 과하면 부족함만 못하다는 말끝에 오지랖이란 표현까지. 어이를 상실하고 말았다. 과유불급이란 말까진 그럴수도 있겠구나 싶었는데 친한 사이에서 오지랖이란 말까지 할 상황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상한 마음으로 문자를 주고 받다가 바쁘다며 내일 전화한더니 전화가 오지 않았다. 점심 약속이 있는 터라 기다릴까 하다가 준비도 해야 하고 그 기분으로 점심을 먹기 힘들 것 같아 참지 못하고 먼저 전화를 했다.

태연했다. 내 마음을 전달했다. 오지랖이란 표현은 지나치게 간섭하며 설쳐대는 아주 부정적인 말인데 내 행동이 그렇게 과했냐고 묻자, 맨 끝에 오해하지 말라고 썼지 않냐고 했다. 알아서 할 일을 왜 자꾸 중재하려 하냐고 말이다. 중재가 아니고 부탁이고

"알겠어, 걱정 마, 나도 그럴려고 했어."

얼마든지 친한 사이에 할 수 있는 말이 있는데 평소 언니 생각이 담긴 건 아닌지 물었다. 아니라고 하면서도 과하지 않고 내가 그렇게 펄펄 뛸 일도 아닌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문자 보낼 당시 자기가 요즘 힘든 일이 많이 겹쳐서 그랬을 수도 있다고 했다. 내 마음도 전했고 언니 마음도 알았다며 전화를 끊었는데 마음이 너무 불편했다.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은 표현이 조금 과했다면 미안했다는 말이었는데 그 말을 못 들어서인지 계속 마음 쓰이고 내가 언니 말대로 과유불급인지 나를 돌아보는 계기도 되었다.


일주일 전엔 겨울 호캉스까지 다녀온 친한 사이였다. 성격은 모두 달라 나와 친구는 E 와 F 이고 둘은 완전 I 와 T 성향이다. 그래서 조화롭게 잘 맞는 부분도 있고 다른 부분도 많았다. 친구와 내가 모임을 잡고 여행 계획을 잡자고 주도하면 T 성향은 꼼꼼히 알아보고 계획을 짜기도 하면서 문제없이 잘 지내던 사이였다.

남편끼리 친구여서 애들 어릴 때부터 쭉 만나며 안지 30년 된 사이로 부부 모임에 집까지 초대해 식사모임. 여행 모임까지도 모자라 부부가 아닌 여자들 모임을 따로 한지도 꽤 되는 정말 서스름 없는 친한 사이였는데 만나서 웃으면서 했더라면 아무렇지 않을 수 있지만 글속에 앙금이 느껴져 더 마음 쓰이고 서운했다.

저녁 때 아침에 내가 흥분해서 전화한 것 같다면서 서로의 마음을 알았으니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가자고 먼저 문자를 보냈다. 혼자 있는 거 좋아하는 정적인 언니를 너무 귀찮게 했는지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고 문자를 보냈는데 3일 동안 전화도 답장도 받지 못 했다. 화해의 뜻으로 보낸 톡에 답이 없다는 건 화해하고 싶지 않다는 건가 싶었지만 3일 후쯤 미안하다고 문자가 왔다. 나이값도 못하고 착한 너에게 괜한 상처를 줬다고 말이다. 나도 하고 싶은 말을 다 했으니깐 사과를 기다린 건 아니더라도 화해의 말에 무응답으로 일관하는 그 마음을 도대체 모르겠어서 좀 불편하고 답답했다고. 답장 고맙다고. 덕분에 맘 편하게 볼 수 있게 되었다고 답을 보냈다. 맘이 한결 편해졌다.


내가 좀 힘들었다는 사실을 안 우리 언니들은 나에게

"넌 너무 모든 사람들한테 잘 하려고 애쓰는 경향이 있어. 이젠 그러지 말고 남의 일에는 지나치게 신경쓰지 말라."

라고 조언해 주었다. 언니 말대로 하려고 마음을 바꾸기로 했다. 잘 하려고 해도 돌아온 게 상처라면 잘 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았다.


급한 성격 탓에 미리 정해놓고 확실하게 실행하는 면이 없지 않았다. 두루두루 알아서 해주니 좋다고 할 때는 언제고 자기 기분에 따라 상처 준 내 마음은 쉽게 누그러지지 않을 것 같았는데 막상 사과의 말을 들으니 사그라들었다. 사람의 감정은 참 묘하고 간사하다.

이번 토요일 부부 연말 모임 식사가 있는데 어떻게든 식사 후에 따로 차를 마시면서 허심탄회하게 풀어보려고 한다. 그동안 함께 해온 막역한 사이이니 그 관계를 놓치고 싶진 않다.


인간관계 참 순탄했는데 지금은 참 어렵다. 이래저래 며칠간 몸도 마음도 아픈 날이었지만 한결 가벼워져서 다행이다. 요 며칠 간 몸과 마음은 하나라는 말을 몸소 실감한 날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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