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친구에게

by oj


여름에 만난 이후로 오래간만에 네 딸을 만났어. 이번에 숙대 대학원에 합격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려주어 얼마나 기쁜지 몰라. 너를 대신해 맘껏 축하해주고 맘껏 안아주고 왔어.


네가 떠난지 벌써 6년이 되어가네...

네 쌍둥이 아들 딸이 고3 때였으니 시간이 정말 빨라. 네 딸이 대학에 입학하고 졸업을 하고 대학원에 합격하고 어느 새 시간이 이만큼 흘러왔어.

네가 그렇게 빨리 떠나리라곤 생각 못 했었어. 재발 되고 투병 중이었지만 잘 견뎌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날 마침 왠지 네 생각이 나서 전화하고 만나러 가고 싶었어. 점심 때 맛있게 먹은 음식을 포장해서 말이야. 전화했을 때 딸이 받아 깜짝 놀랐고 엄마가 갑자기 심정지로 하늘나라에 갔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은 나를 주저앉아 오열하게 만들었어. 마지막 인사도 못 했는데 그렇게 떠난 네가 너무 야속했어. 한참을 울고나도 믿어지지 않아 가슴이 먹먹했지.

저녁 때 조문하러 가서 영정 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는 너를 보면서 네 딸을 안고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네 딸은 참 대견하고 어른스럽더라. 엄마가 이제 고통을 안 받으시니 견뎌진다고 오히려 나를 위로하더라. 너를 닮은 마음이 정말 곱고 예쁜 딸이야.


너를 대신해서 네 딸과 만남을 이어간지 벌써 5년이 되어가고 있어. 우리 부부와 잘 아는 네 딸이 마침 절친이라 우리 넷이 만날 때마다 너를 만난 것처럼 얼마나 기쁘고 즐겁던지... 지켜보고 있겠지.

아들만 있고 딸이 없는 나로선 수양딸로 삼은 두 딸들이 얼마나 예쁘던지. 딸을 키우면 이런 아기자기함이 있겠구나 매번 느껴. 서스름없이 대해주고 만나면 대화도 잘 통하고 맛있는 거 함께 먹고 너와 함께 한 시간처럼 그렇게 보내고 있어. 예의 바르고 순수하며 너무 밝고 예쁘게 자라고 있어. 남자 친구 빨리 만들라고 만날 때마다 재촉하고 있어.

쌍둥이 아들도 군대 제대하고 벌써 4학년이 되어서 보고 싶은데 쑥쓰러운지 만날 기회를 안 주네.


너와 나의 인연은 참 특별했지. 너의 쌍둥이 딸 아들을 초등 3학년 때 나에게 수업을 맡기면서 첫 만남이 시작 됐잖어. 맛있는 빵을 사서 처음 면담 온 네 인상이 너무 깨끗하고 선해 보이고 예뻐서 처음부터 호감을 가졌어. 학부모님과는 어려운 관계라 표현을 못 했지만 네가 먼저 선뜻 마음을 열어주었잖아. 내 얘기 많이 들어서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어릴 때부터 아는 언니였다며 편하게 다가와 주었지. 수업하는 3년 동안 아이들을 믿고 맡겨주어서 내가 고마운데도 늘 감사의 말을 먼저 전하던 넌 참 친근하고 예의 바르고 참했어.


쌍둥이들이 초등학교 졸업하고 수업이 끝나면서 인연이 끝나나 싶었는데 몇 년 후에 아이들이 빌린 책을 돌려주고 싶다며 연락해 왔을 때 사실 너무 반가웠어. 점심 약속을 잡고 오래간만에 다시 만난 네가 얼굴이 많이 상한 걸 보고 놀랐었고...

유방암에 걸려 수술과 항암이 끝난 뒤라는 걸 그 때 알고는 마음이 너무 아팠는데 몇 달 뒤에 내가 유방암 진단을 받았을 때 너무 두렵고 떨리면서 제일 먼저 네 생각이 나더라...

네 일처럼 염려해주면서도 걱정 말라며 위로해준 덕분에 수술을 잘 마칠 수 있었어. 수술 후 제일 먼저 병원에 달려와준 너였고 수술이 잘 되어서 기뻐하며 두려웠던 내 마음을 다독여준 너였는데...

다행히 1기였고 예후도 좋고 항암없이 방사선 치료만 한다는 말에 누구보다 기뻐해준 너였지.

정말 다행이라며 퇴원 후에 영양 보충 해야 된다고 소갈비찜을 사준 너와 동병상련의 마음을 나누며 그 때부터 우린 친구가 되었잖아. 얘기도 잘 통하고 마음도 잘 맞고 신앙도 같은 우린 정말 친구처럼 몇 년을 그렇게 잘 지내왔는데...


너의 재발 소식은 너와 나를 무너지게 만들고 다시 시작된 항암은 너를 쇠약하게 만들어 지겨보는 내내 마음 아팠어. 항암 하면서 머리카락이 빠져서 가발을 쓰고 다녔어도 힘든 내색 안 하며 강하게 견뎌냈는데...

마지막 만났을 때 같이 식사하다가 너무 수척해진 널 보고 애써 밝은척 하다가 결국 밥도 먹지 못 하고 펑펑 눈물 쏟고 말았는데...오히려 그런 날 괜찮다며 위로하던 너였고...

마지막 인사도 못하고 전화로 네 임종 소식을 들을 거라곤 생각도 못 했어. 넌 강하고 잘 버텨내고 있었잖아. 고3인 쌍둥이를 두고 어떻게 눈을 감았을까. 고왔던 네 모습이 생각나서 견디기 너무 힘든 고통이었어.


다음 날에 사실 예약된 터키 여행을 가는 날이었어. 슬프고 우울한 그 기분으로 어떻게 여행을 가야 하나 마음이 너무 복잡하고 무거웠는데 마음을 바꾸었어.

그 날 하필 내가 전화하고 싶게 만든 건 네가 나와 마지막 인사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이야. 만약 여행 다녀와서 네 소식을 들었더라면 난 얼마나 더 슬프고 억장이 무너졌을까 싶었어.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원없이 울면서 너와 작별하며 고통없는 천국에서 영면할 거라고 애써 위로했어. 그렇게 너를 떠나보낸 날을 난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

여행 다녀와서 한 달쯤 후에 장례 절차 잘 마쳤는지 쌍둥이들과 연락해서 고생 했다며 함께 식사하면서 그렇게 우리 만남이 시작된 거야.

네 아들은 전형적인 내향형이어서 부담스러워 하길래 우리 부부와 친한 지인 딸이 마침 네 딸과 절친이어서 넷이 함께 만나기 시작해서 인연이 참 묘했지.

남편 역시 두 아이들을 너무 좋아해 수양딸 삼기로 하고 우린 브런치. 산책. 카페. 맛집. 식물원. 1박 여행까지 5년 동안 많은 추억을 함께 쌓았어.


올 여름 아파트를 분양 받고 새집으로 입주해서 넷이 밖에서 점심 먹고 너희 집에 방문했어. 너무 깨끗이 정리된 집 어딘가에서 네가 있을 것만 같았어. 어서 오라고 환영하며 맞아주는 것 같아 울컥 했어. 엄마 대신 아빠를 도와 이사 하느라고 고생했을 네 딸이 너무 대견해 보이더라. 마음껏 축하해주고 치킨과 떡볶이를 시켜 집들이까지 하고 왔어.

네가 떠나고 외로워하는 쌍둥이를 위해 네 남편이 사다준 앵무새를 키우기 시작했는데 그 또또를 처음 만난 날이기도 했어. 6년 됐으니까 가족이나 다름 없다며 동생처럼 애지중지 키우고 있어. 말로만 듣던 또또가 얼마나 귀엽고 색이 예쁘던지. 또또가 인사하며 따라하는 말도 처음 듣고 신기해서 깔깔 웃으며 실컷 놀고 왔어. 덕분에 너와 함께 하는 것처럼 기뻤지.


그런 네 딸이 이제 대학원에 합격했어. 한 친구는 작년에 졸업과 동시에 입사에 성공해서 마음이 조금 짠했는데 아동 심리 쪽이니 대학원까지는 마쳐야 한다고 준비하는 네 딸이 잘 될 거라고 믿었고 합격 소식에 너무 기쁘더라. 주말에는 알바까지 해가면서 열심히 사는 네 딸이 얼마나 대견한지 몰라. 네가 옆에서 지겨봤다면 더 뿌듯하고 애틋하고 자랑스러웠을 테지.

보고 싶은 친구. 뭐가 급해서 50살도 안 돼서 떠나 네 딸과 아들이 예쁘고 듬직하게 커 가는 것도 못 보고 아무도 대신 채워줄 수 없는 엄마의 빈자리를 남기고 갔는지 여전히 야속하고 아프지만 너를 대신해 옆에서 보듬어줄게. 엄마 사랑 만큼 할 수도 없고 해줄 수 있는 일도 어림없지만 기쁜 일. 좋은 일 있을 때마다 옆에서 축하해주고 힘들 때 기댈 수 있게 해주고 남자 친구 만나고 취업도 하게 되면 축하도 대신 해주고 많은 이야기도 들어주면서 작은 마음이라도 보탤게.


앞으로도 네 쌍둥이들은 잘 해 나갈 거니깐 너무 걱정 말고 천국에서 지켜봐주고 밝은 웃음 잃지 알고 지치지 않게 응원해줘. 너와의 인연이 소중하듯 네 딸과의 인연도 나에겐 너무 소중해. 너는 우리 곁에 없지만 너와 함께 한 시간은 결코 잊지 못 하고 내 가슴속엔 늘 살아서 환하게 미소짓고 있어.

보고 싶다. 아주 많이...오늘따라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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