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라면을 좋아하지만 자주 먹진 않는다.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먹는 정도이다. 우리 남편과 두 아들은 라면을 엄청 좋아한다.
"일주일에 한 번은 먹어줘야지!"
하며 주말에는 으례히 라면을 먹으려 해서 일주일만에 오는 아들들을 위해 정성껏 준비해놓은 음식이 고스란히 남을 때가 많다. 라면을 끓이려는 아들에게 내일 먹으라며 점심을 차려서 억지로라도 먹게 한다.
남편도 마찬가지이다. 가끔 이른 저녁을 먹은 날 밤에 출출하다며 라면을 끓인다. 옆에서 라면을 먹으면 라면 냄새에 한 젓가락 먹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참는다.
난 저녁을 6시 전에 먹는 습관을 들인지 오래 됐다. 4시반이나 5시에 먹어도 저녁을 먹은 즉시 이를 닦고나면 물 외에 아무 것도 먹지 않는다. 아침도 간단히 먹는 편이라 대신 점심을 골고루 갖춰 영양 보충을 하며 푸짐하게 먹는다.
6시 전에 저녁을 먹게 했더니 처음엔 10시만 넘으면 간식 찾고 출출해서 잠이 안 온다는 남편도 이젠 습관이 되었다. 조금 출출하다 싶으면
"배고프기 전에 자야지."
하며 일찍 잠자리에 든다. 아들들까지 야식 즐거움이 우리 가족에겐 없다. 치킨도 저녁 대신이고 한 마리면 충분하다. 다들 소식을 하는 편이다.
군대 있을 때도 냉동 식품으로 저녁에 야식을 즐기는 친구들은 월급을 모으기 힘들고 부족해서 보내준다는데 두 아들은 야식을 안 먹는 덕에 꽤 많은 목돈을 모아서 제대할 수 있었다.
사실 라면과 면 종류를 무지 좋아했다. 수술 후에 식습관이 바뀌면서 되도록 먹지 않으려고 애쓰다 보니 점점 안 먹게 된 것 뿐이다. 젊을 땐 꼬들 라면이 지금은 푹 익은 라면이 요즘엔 앞 접시에 라면만 건져 김치와 먹고 국물은 거의 먹지 않는 걸 선호하게 됐다.
김치를 넣은 김치 라면. 콩나물이나 어묵을 넣어 끓인 라면. 계란을 풀지 않고 살짝 흰자만 익히기만 해서 먹는 등 입맛에 맛게 먹는 라면을 생각하면 군침이 돈다.
라면에 대한 옛 추억도 빼놓을 수 없다. 초등학교 때 친구집에 놀러 갔을 때 연탄불이 약해서 물이 끓지 않자 그냥 면을 넣어 설익게 먹은 라면. 식구들이 많다 보니 국수를 같이 넣어 끓인 라면이 그것이다. 그럼 우린 라면만 건져 먹느라 서로 경쟁하다가 먹는 속도가 느린 내가 주로 국수 차지가 됐던 일은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난다.
중학교 땐 친구들과 수업이 일찍 끝나는 토요일이면 의례히 가는 분식집이 있었다. 그 때 당시 라면 값이 300원이었다. 토요일이면 꼭 300원씩 갖고 와서 친구 다섯 명과 라면을 먹고 헤어지는 것이 일과가 됐다. 꼬들꼬들한 라면에 계란을 풀어 끓여주는 라면 맛은 그 당시 우리들에겐 최고의 즐거움이었다. 그 재미로 매주 토요일을 기다렸다. 내가 가끔 그 추억 얘기를 하면 두살 터울 여동생은 자기 때는 500원이었다고 거들고 그 얘기를 옆에서 듣는 아이들은 라면값에 놀랍다며 피식 웃는다. 하긴 어릴 땐 돈 100원만 있어도 집 주변 가게에 들려 라면땅에 사탕을 종일 사먹을 수 있었다. 세뱃돈으로 할머니. 할아버지는 200원. 통큰 아버지가 1000원을 주신 때였으니깐.
6학년 여학생들 수업 때 책을 아무도 안 읽어와서 수필에 가까운 생활문을 쓰게 했다. 주제를 정하느라 한참 고민하던 한 친구가 '자기만의 라면 레시피' 란 글감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라면을 주제로 초등학생이 어떤 글을 쓸까 몹시 궁금해서 기다렸다가 읽어보니 라면 사랑이 정말 특별한 친구였다. 글을 너무 실감나게 잘 썼다. 적당한 물의 온도와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 다양하게 끓여본 라면. 라면을 먹을 때 찾아오는 행복감. 서로 다른 가족의 라면 취향 등 자기 경험이 일관성 있게 한 편의 수필에 담겨있어 폭풍 칭찬을 해주었다.
또 방학이 시작 되거나 끝날 때쯤이면 라면 파티를 한 번씩 했다. 끓인 라면과 컵라면을 선택해서 원하는 대로 삼각 김밥과 먹게 하면 아이들의 그 날 수업은 끝나고 라면 먹을 생각에 집중도가 높았다. 코로나 이후론 조심스러워 지금은 그것도 추억이 되었다.
최근 우리나라 라면 수출도 계속 상승하고 있다는 기분좋은 기사를 접했다. K- 라면 열풍이 식지 않는다며 수출은 계속 증가세이고 미국에 라면 공장도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유튜브 먹방의 영향부터 드라마나 영화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장면이 호기심을 자아내고 먹다보니 간편하고 입맛을 사로잡아 라면 매출이 세계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수출 효자 품목에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즐겨 먹는 라면 얘기에 뒤지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라면에 얽힌 추억은 그만큼 많다. 등산객들이 산 정상에서 먹는 컵라면의 맛. 한강에서 먹는 한강 라면. 김밥에 빠질 수 없는 라면 등등 라면 사랑은 끝이 없다.
남편도 못지 않다. 가족이 좋아하는 라면이 다 달라서 종류별로 갖춰놓으면 남편은 파기름까지 내서 라면을 끓여 아들들과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라며 감탄한다. 짜장 라면을 먹을 때도 양파를 달달 볶아 양배추까지 넣어 끓이면 밖에서 먹는 짜장면 맛이 난다. 평범하게 먹기 싫어하는 남편의 라면 사랑은 정말 특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