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참 좋아하는 나는 중고등학교 때부터 TV에서 해주는 주말의 영화를 애타게 기다리며 빠짐없이 봤다. 그 시절 친구들과 떡볶이 사먹고 수다 떠는 즐거움 외에 학업에서 벗어나는 건 영화와 책이 유일했다.
언니가 데리고 가서 처음 극장에서 봤던 영화는 <벤허>였다. 스케일 컸던 전차 대회를 대형 스크린으로 보면서 너무 웅장해 가슴이 벅차 올랐었다. <미션> 은 고등학교 때 친구와 극장에서 본 영화로 아름다운 음악이 돋보였다. 거장 엔리오 모리꼬네의 Gabriel's Oboe 는 영화보다 더 유명해진 음악으로 나중에 넬라 환타지라는 곡으로 편곡 되어 수없이 듣던 노래가 됐다. 두 선교사가 원주민을 지키내는 방법이 대조적이면서도 둘 다 이해가 되어 크게 감동받고 가슴 아픈 영화였다. 로버트 드니로와 제레미 아이언스를 좋아하게 만든 영화이기도 하다.
법정 추리물이나 스릴러. 액션. 드라마. 재난. SF 등 쟝르를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편인데 호러 영화만은 보지 않는다. 예전에 보았던 영화 중 여운이 남고 좋아했던 영화로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십계> <러브 스토리> <브레이브 하트> <빠삐용> <굿 윌 헌팅> 등 다 늘어놓을 수 없을 만큼 많다.
개봉하면 꼭 보는 영화는 뮤지컬 영화이다. <사운드 오브 뮤직>은 가장 좋아했던 영화로 여주와 아이들의 케미는 봐도 봐도 도레미송과 애델바이스는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가 않는다. 오스트리아에 여행 갔을 때 영화에 나온 장소를 직접 보니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그 외에도 <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 <위대한 쇼맨> <맘마미아> <미녀와 야수> <라라랜드> <코다> 등은 놓치지 않고 본 뮤지컬 영화이다. 스토리도 탄탄하면서도 유명한 명곡들이 많다보니 금새 노래에 흠뻑 빠져든다. 액션도 좋아해서 분노의 질주 시리즈. 007 시리즈.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꼭 찾아보는 영화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1~5위를 꼽으라면 주저 않고 <로마의 휴일> <타이타닉> <더티 댄싱> <메디슨 카운트의 다리> <쇼생크 탈출> 이라고 말한다. 오드리 햅번의 수많은 명작 중 하나인 <로마의 휴일>은 고등학교 때 흑백으로 본 영화임에도 기억이 또렷하다. 다른 나라 공주와 기자라는 신분의 차이를 극복할 수 없어 이룰 수 없는 사랑이 애절했고 두 남녀의 사랑이 너무 아름다웠던 영화였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내려온 스페인 광장과 진실의 입은 매력적인 오드리 햅번 덕분에 명소가 되었다. 로마에 갔을 때 무척이나 기대했던 장소였으며 젤라또를 먹으며 행복했다. 리메이크가 몹시 기다려지는 영화 중 하나이다. <티파니에서 아침을> 에선 기타를 치며 노래 부른 오드리 햅번의 아름다운 모습도 기억난다.
대학교 1학년 때 본 <더티 댄싱>은 그 당시 파격적인 영화였으며 페트릭 스웨이지가 돋보였다. 댄서와 사랑에 빠진 베이비역의 여주가 사랑스러웠고 하나도 놓칠 수 없는 신나는 음악으로 영화가 꽉 채워졌다. TV 에서 다시 보는 명화로 <더티 댄싱>을 보여주었을 때 아들과 같이 보았다. 스토리를 다 알아도 음악이 너무 좋아서 또 봐도 여전히 감동이었다. 아들이 30년 전 영화 같지 않다고 했다. 하나도 촌스럽지 않고 마지막 공연 장면은 볼 때마다 뭉클해진다. 신나고 멋있는 춤과 음악이 압권이라 온몸에 전율이 돋았다. 너무 일찍 가버린 아까운 배우여서 젊은 페트릭 스웨지를 보는 즐거움도 컸다. 그가 암 투병을 할 때 병원에 치료를 위해 부인이 경비행기 운전을 배웠다는 절절한 러브 스토리가 전해지기도 했다. 그가 나온 <사랑과 영화>도 너무 아름다운 영화여서 아들에게 여자 친구와 꼭 같이 보라고 추천했다.
결혼 후에 첫 아이를 낳고 아이를 어머님께 맡기고 남편과 보러갔던 <타이타닉> 은 그 후로도 몇 번을 반복해서 봤는지 모른다. 여주보다 남주가 더 예뻤을 정도로 디카프리오의 리즈 시절 영화였다. 실화를 담아내어 둘의 사랑만큼이나 수많은 이들의 죽음과 사연이 보는 내내 가슴 아프던 영화였다. 셀린 디온의 My heart will go on 은 최고의 영화 음악으로 손꼽히며 가슴을 애절하게 만들었다.
몇 개월 전 타이타닉호 잔해 관광을 하러 간 세계적 부호들이 탄 잠수정이 실종된 사건은 큰 이슈가 되어 또 한번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메디슨 카운트의 다리> 는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내가 좋아하는 두 배우 메릴 스트립과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열연으로 잔잔한 사랑을 담아낸 영화였다. 나흘 간의 사랑이었지만 죽어서라도 그와 함께 있고 싶을 만큼 애잔하고 이룰 수 없어 가슴 아팠던 사랑이다. 불륜을 미화했다는 비평도 있었지만 중년에 다가온 사랑을 아름답게 그리면서도 가족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지 않은 여주의 사랑을 잘 표현한 영화였다.
<쇼생크 탈출> 은 아내를 죽인 죄목으로 억울하게 갇힌 주인공이 교도소를 탈출하기 위해 치밀한 준비끝에 탈출 과정을 잘 그려내면서도 부정부패와 비리를 고발해 통쾌함과 긴장감을 주어 인간의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 보여준 영화였다. 주인공이 죄수들에게 맥주를 마실 수 있게 한 장면이나 도서관을 만들어 문맹자들에게 글을 알려주는 장면. 몰래 교도소에 아름다운 음악을 틀어주어 그 선율에 감격하는 죄수들의 표정이 담긴 장면 등은 압권이었다. 자유를 찾아 평온하게 바다에서 배를 수리하며 우정을 나눈 친구를 맞는 마지막 장면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전 세계 영화 산업은 어마무시하며 점점 규모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가 장기화 되면서 네플렉스 가입자도 증가했다. 극장에 자유롭게 갈 수 없어지면서 영화에 대한 갈망이 컸던 터라그 뒤로 애플. 디즈니 등 우후죽순 늘며 영화 산업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졌다. 시청자 입장에선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좋고 편안히 집에서 영화나 드라마를 볼 수 있어 일석이조이다.
영화를 보다 보면 수준 낮고 작품성도 없는 영화에 실망할 때도 있다. 예전 한국 영화가 그랬는데 <쉬리> 를 계기로 영화 수준이 높아졌다. 지금은 천 만 관객을 끌어모으는 영화도 증가하고 <올드 보이> <괴물> <기생충> 등은 외국에서 작품상 수상 소식도 들려왔다.
특히 역사 배경의 한국 영화는 그 의미가 더해져 대부분 본 것 같다. 역린. 밀정. 국제 시장. 베를린. 인천상륙작전. 덕혜. 광해. 사도. 명량. 한산. 암살. 남한산성. 봉오동 전투. 최근 영웅과 흥미있게 본 올빼미까지...
한국 영화가 대세가 되면서 리메이크도 늘어났다니 큰 발전이 아닐 수 없다. 네플렉스에서도 한국이 제작한 작품에는 아낌없는 지원을 쏟는다고 한다.
가장 최근 본 한국 영화는 <콘크리트 유토피아> 였다. 지진. 쓰나미 등 자연 재해가 일어나면 목숨 걸고 가족을 구해내거나 인류애로 자신을 희생해 어려움을 극복한다는 비슷한 재난 영화와는 다르게 재난 앞에서 인간이 어떻게 변질될 수 있는지 보여주고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살아남기 위한 삶의 방법을 색다르게 그려내어 재밌게 본 영화였다.
인생 영화가 갱신된 적이 있었다. 바로 <아바타> 였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인류의 마지막 행성 판도라를 차지하기 위해 비열한 인간들에게 맞서 행성을 지키기 위한 나비족의 대립을 신비롭고 아름다운 영상으로 담아낸 최고의 흥핵작이자 내 인생 영화였다. 2009년에 1편이 개봉되고 13년이란 오랜 기다림 끝에 작년 2편이 개봉되어 역시 실망시키지 않았다. 계속 3.4.5편까지 제작 되었다니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고 개봉하면 바로 달려갈 것 같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취향의 영화가 다르고 보는 시각도 다를 수 있다. 사람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영화의 힘은 크다. 평범한 일상에서 겪을 수 없는 스토리와 장면 장면에 대리 만족을 하며 주인공들에 감정이입을 한다. 전하려는 메세지마다 다르면서도 흥미를 주어 몰입하게 만든다. 영화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제 관객들의 평가가 예리하고 비평도 서슴치 않고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들도 점점 늘고 있는 만큼 수준 높은 영화가 많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관객들의 눈높이를 고려한다면 점점 더 뛰어난 작품이 만들어져서 인생 영화를 갱신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