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중순에 네 자매 부산을 다녀왔다. 여섯 번째 여행이었다. 대학 졸업 여행으로 제주를 처음 간 이후 수없이 제주 여행을 갔다면 부산은 남편과 연애하며 처음 장거리 여행의 설레임을 안겨준 곳이다.
첫 부산 여행은 남편과 교제하면서 장거리 여행은 생각도 못한 시절. 밤 기차를 타고 새벽에 도착해 무박으로 다시 밤 기차를 타고 오는 일정으로 계획했다. ktx가 없던 시대여서 서울역에서 새마을호를 타고 11시쯤 출발하면 거의 6시간 걸려 5시쯤 도착한다. 잠은 차에서 자면 되겠다 싶어 처음으로 멀리 간 첫 여행이어서 많이도 설레게 했다. 기차안에서 잠을 자긴 커녕 꽁냥꽁냥 손을 꼭 잡고 두런두런 얘기 나누다 보니 긴 시간도 금방 지나가 버렸다. 피곤할 때면 어깨를 기대고 쉬며 두근거림을 느꼈고 둘 사이가 급속도로 가까워진 계기가 됐다.
새벽 5시에 내린 부산은 아직 해가 뜨기 전이라 택시를 타고 일출을 보러 태종대에 갔다. 붉게 떠오르는 태양은 새로운 사랑의 기대에 가슴 벅차게 했다. 태종대에 이어 해운대와 부산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용두산 전망대에 올라 짧지만 함께 있는 것만으로 충분했던 여행이었고 4년 연애 끝에 우린 결혼했다.
두 번째 부산은 결혼 후 아이들 둘을 데리고 2박3일 갔던 가족 여행이었다. 둘이었던 우리가 넷이 되어 다시 찾은 부산은 가슴 벅찼던 연애시절 추억을 떠오르게 만들어 더 특별했다. 초등학생과 유치원 아이들과 해양 박물관에 들른 후에 케이블카를 타고 금정산에 올랐다. 내려서 가볍게 산책하며 청설모를 보며 귀엽다고 한 일. 한 여름이 아니라 해운대에 가서 물놀이는 못했지만 해변에서 모래를 쌓아 나무젓가락을 꽂고 모래를 파내 쓰러뜨리는 내기를 한 일. 자갈치 시장과 유람선 등 어릴 때 아이들과의 추억은 사진 속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아이들을 키우느라 힘들어 가까운 곳만 다니다가 간만에 멀리 온 여행에 들떠있었다.
세 번째 부산은 고등학교 친구들과 2박3일 다녀온 여행이었다. 고등학교 때 수학 은사님이 부산에서 근무하셨는데 마침 연락이 닿아서 뵙기로 했다. 부산역까지 마중을 나와주셔서 너무 놀랐다. 그 수학 선생님을 좋아했던 친구가 있어 어찌나 반가워하던지 아직도 그 시절 순수함을 잃지 않은 소녀 같았다. 30년도 넘었는데 우리만 늙은 것처럼 신기하게도 선생님은 크게 변하지 않으셨다. 제자들을 위해 아낌없이 시간을 내주셔서 부산 곳곳 명소와 맛집을 안내해주셨다. 저녁을 먹은 뒤 숙소까지 오셔서 5명의 친구들에게 원두 커피를 직접 갈아 내려주시면서 커피에 대해 모르시는 것이 없으신 커피 마니아셨다. 식사 대접도 해드리고 하루동안 옛 제자들과 대화하며 보낸 시간에 선생님도 흐뭇하셨다니 감사했다. 나머지 시간은 렌트한 우리 차로 여행을 즐겼다. 도로가 복잡해 운전이 미숙하면 위험하기로 유명한 부산인데도 운전 잘 하는 친구 덕분에 곳곳을 누비며 그 동안 아이들 키우느라고 정신없이 살아온 친구들의 첫 장거리 여행이라 자유를 실컷 만끽했다.
네 번째 부산은 친정 부모님과 세 자매 여행이었다. 부모님과 장거리 여행은 처음이었다. Ktx 가족석을 타고 김밥과 계란 등 간식을 먹으며 해운대에 가서 만난 기사님의 스타렉스로 여행한 일정 덕분에 부모님과 편안하게 다닐 수 있었다. 안내하는 곳마다 부모님이 흡족해하셔서 모처럼 효도한 것 같아 뿌듯한 여행이었다. 이번 여행에도 태종대 일정이 있어 다누비 열차를 타고 전망대에 갔을 때 예전 태종대에서 유람선을 타며 탁 트인 바다를 보며 망망대해를 바라보던 아버지의 눈빛이 기억나서 부모님과의 추억을 많이 나누었다. 그리운 아버지...
다섯 번째 부산은 대학 동기 세 친구와 함께였다. 한 친구가 결혼하면서 하와이로 이민을 가서 살다가 오래간만에 나와 함께 한 모처럼만의 여행이었다. 한 친구는 학교에서 상담 교사로 바빠 일정을 내가 짜게 되었다. 지하철과 버스. 택시를 이용해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같이 있는 것만으로 좋았던 여행이었다. 해운대 근처에 숙소가 있어 영화의 거리와 동백섬 산책. 바다와 어우려져 멋진 용궁사와 광안리 해변. 해상 케이블카와 아름다운 산책로로 이어진 송도와 스카이워크. 감천 문화 마을 등 곳곳을 누비며 2박 3일 일정을 알차게 보냈다. 코로나 직전에 친구와 둘이 하와이에 가서 친구를 만나 여행하고 작년에 다시 한국에 온 친구와 양평으로 가볍게 세 번째 여행을 다녀왔다. 멀리에 사는 그리운 친구는 올 때마다 반갑고 어디를 가도 함께이기에 가슴 벅찬 여행이다.
지난 9월 네 자매 여섯 번째 부산 여행은 어린이집 교사인 여동생이 모처럼 일주일 휴가를 맞아 다녀온 여행이었다. 작년 동생 휴가 때 갔던 목포 2박3일 여행은 도시가 작아서 택시로 다녀도 부담이 없었지만 부산은 목포보다 큰 도시라 차 없이는 여행이 힘들다. 그래서 기차. 숙소. 버스. 여행 일정 등 우리가 신경쓸게 전혀 없는 국내 여행사로 처음 예약했다. 여행사는 처음이었는데 일정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가장 좋았던 건 해운대에서 탄 요트였다. 요트는 처음이라 기대가 컸다. 부산의 상징인 마린시티 전망의 투어는 파도가 잔잔한데도 한 번씩 출렁거릴 때면 큰 유람선과는 다른 색다른 재미가 있었다.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흰 요트에 몸을 맡기고 끝없이 펼쳐진 푸른 바다를 달리는 기분은 그야말로 최고였다. 그밖에도 태종대. UN 공원. 흰여울 마을. 이기대와 동상말 등 태종대를 제외하곤 모두 처음 간 곳이다. 요즘 핫하다는 아난티에서 걷던 둘레길은 마치 제주 앞바다의 올레길 같이 아름다웠다.
여섯 번의 부산 여행이 모두 다른 사람과의 추억이 담긴 특별한 장소여서 내겐 의미 있는 여행지이다. 부산은 서울만큼이나 크고 아름다운 최고의 도시로 볼거리. 먹거리가 많다. 다음엔 누구랑 가게 될지 모르지만 갈 때마다 제주도처럼 자연경관이 좋아 금방 또 가고 싶어지는 그런 부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