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일주일이 지나가고 이주일 차로 접어들었다. 일요일엔 중문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렸다. 중문 교회 앞엔 큰 야자나무들이 즐비해서 이국적인 분위기에 매주 예배 드리는 관광객들이 많은지 일어나서 반갑게 맞아주는 인사의 시간도 가졌다. 유명한 방주 교회도 갔는데 드라마에도 많이 나온 곳이어서 제주에 같이 간 사람들이 그 곳에 안 갔다면 반드시 데려갈 만큼 예쁜 곳이다.
다음 날은 비가 엄청 쏟아져서 영화를 보러갔다. 덕분에 어벤져스를 제주에서 본 것 같다. 그리고 비가 와야만 볼 수 있다는 엉또 폭포에 갔다. 예전에 비가 오길래 볼 수 있겠다 싶어 간 적이 있는데 강한 빗줄기에만 볼 수 있다고 해서 허탕치고 돌아온 적이 있었다. 이번 비엔 기대하며 갔더니 주차할 곳이 없을 정도로 차가 꽉 차 있었다. 겨우 주차를 하고 길을 따라 올라가니 옆에서 계곡물이 큰 물소리를 내며 무섭게 흐르고 있었다. 우비를 입고 우산도 썼지만 비를 막을 수 없을 만큼 거세게 쏟아진 비였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드디어 폭포의 모습이 드러났다.
물줄기가 어마무시하게 떨어지고 있었다. 그 규모에 놀라고 소리에 압도 당했다. 폭포의 모습이 장관이었다. 옆에서 말하는 소리도 잘 들리지 않을만큼 폭포 소리가 컸다. 너무 신기해서 동영상을 찍어 가족들에게 보냈더니 다들 놀라워했다.
다음 날 궁금해서 다시 가보니 한방울의 물도 떨어지지 않고 기암 절벽뿐이 보이지 않았다. 엉또는 동굴로 들어가는 입구라는 뜻이라는데 장대비나 장마 때나 볼 수 있다니 정말 신기했다. 두 주 살이 할 때 보게 되어 행운이었다. 비오면 비오는대로 맑으면 맑은대로 여행하는 묘미가 있다.
그 날은 바다를 보러 갔다. 중문. 함덕은 협제는 많이 가봐서 한번도 가보지 않은 바다를 찾았다. 이호테우와 곽지였다. 이호테우는 공항에서 가까워서 가는 날 가기로 했고 곽지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곽지 해수욕장 입구에는 과물온천탕이 있다. 남탕. 여탕 나누어 있고 조금 걷다보면 현무암으로 된 바위들과 파란 물감을 풀어놓은 것 같은 바다가 펼쳐져 있다. 그림 같았다. 곽지의 여인인 해녀 동상 옆에서 사진도 찍고 조금 걷다보니 어스름이 지는 하늘과 낮과는 다른 풍경을 선보였다.
마지막 날 간 이호테우 해변은 말 등대가 인상적인 아기자기한 바다였다.
마지막 날 전엔 한라산에 도전했다. 올 때부터 한라산 노래를 부르는 남편의 열망과 그냥 가면 아쉬움이 남을 것 같아 오른 한라산이었다. 등산에 약한 나로서는 큰 맘을 먹고 감행한 산행이었다. 영실코스는 시간은 짧다는 장점이 있지만 계단이 가파르고 험해서 남편이 끌어주고 밀어주어 겨우겨우 힘겹게 6시간 산행 후 다음 날 허벅지가 쑤시고 다리가 무거웠다. 백록담까지는 못 갔어도 절경이 너무 아름다워 오랫동안 잊지 못했는데 나중에 친구들과 두 번째 오르게 된 한라산은 어리목 코스여서 벌써 한라산 산행을 두 번이나 다녀온 나로선 자부심이 크다. 영실 코스로 오르다보면 비경이 펼쳐진다. 여기저기 구상나무와 주목을 볼 수 있는데 주목은 살아서 천 년. 죽어서 천 년이라는 말이 있어 흰빛을 띠며 죽어있는 고목조차 오묘한 자태로 한라산을 찾는 이들을 반긴다.
우뚝 서 있는 병풍 바위의 자태는 얼마나 웅장한지 모른다. 숲으로 둘러쌓여 어우러진 풍경이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윗세오름까지 올라가서 김밥을 먹고 조금 쉬다가 다시 영실로 내려오는데 길이 가파라서 내려오니 다리가 후들거렸다. 그래도 올라가지 않고 제주살이를 끝냈다면 너무 아쉬웠을 것 같다.
오면서 족욕 카페에 들러서 종일 걷느라 수고한 발을 뜨거운 물에 담그고 커피 수혈을 했다. 올레길을 걸을 때면 항상 오는 족욕 카페이다. 제주 산방산 온천도 자주 가는데 그 날은 너무 피곤해 온천에 갔다가는 진이 너무 빠질 것 같아 발 마사지만 하기로 했다. 피로가 풀리는 것 같이 몸이 나른해졌다. 저녁을 먹고 가면 바로 지쳐 곯아떨어질 것 같았지만 한라산의 비경은 뇌리 깊숙이에 박혔다.
제주살이는 남편과 나의 버킷리스트였다. 은퇴 기념으로 한 달 살고 싶었지만 일하는 나로선 한 달까진 무리라서 두 주로 만족해야 했지만 충분히 즐기고 왔다. 나가고 싶으면 나가고 일찍 들어와 쉬고 싶으면 쉬고 세탁까지 돌릴 수 있으니 짐도 많지 않아 편안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쉬다 온 기분이었다.
마치 제주에 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제주 살이를 선호하는구나 싶었다. 열심히 살아온 우리 부부를 위한 보상과 버킷리스트였다. 기회가 된다면 또다시 하고 싶은 일이 되었다. 아마 남편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놓게 되면 또 계획을 잡아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