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CC 커플

by oj


묘하게도 우리 가족은 모두 cc 커플이다. 남편과 나는 학 교회에서 만난 cc 커플이고 두 아들 모두 같은 대학 cc 커플이다. 같은 소속이나 가까운 곳에서 사람을 만나다 보면 그 사람을 더 잘 알게 된다. 주관적인 혼자만의 생각과

내가 알지 못하거나 보이지 않는 것까지 봐주는 사람들이 있어 객관적 평가까지 들을 수 있어 장점이 있다.


남편과 나는 5살 차이로 나이 차이가 많다보니 겹치는 활동 구간이 없었다. 중학교 1학년 때 벌써 고교 졸업반이니 학생회에선 1년 남짓 만났겠지만 자주 나가지 않던 터라 이름만 알고 얼굴도 잘 몰랐다. 졸업하고 청년부에 올라갔을 땐 남편이 군대에 있었다. 늦은 나이에 군입대를 해서 제대하고 내가 대학교 2학년 중반부터 청년부에 합류한 그를 보면서 처음부터 호감이 갔다. 큰 키에 서글서글한 첫 인상이 좋았다. 사실 잘 생긴 얼굴은 아니다. 눈썹도 짙고 광대도 좀 나오고 갓 제대했으니 얼굴은 까맣고 삐쩍 바른 몸에 강한 인상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내 눈엔 안 그랬다. 멋있게 보이기만 해서 때를 기다렸다.


주일학교 교사도 같이 하고 청년 예배 드리고 끝나면 삼삼오오 어울리다가 집에 데려다 주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 만남은 없었다.

남편은 졸업반인 4학년에 복학하고 난 3학년에 다닐 때 과사무실에 온 학보와 편지로 처음 그의 마음을 알게 되어 너무 기뻤다. 대학 2년. 사회생활 2년. 4년이란 오랜 시간 연애 후에 결혼해 지금까지 30년을 함께 하고 있다.

한결 같은 사람. 다정한 사람. 속이 깊은 사람. 손재주 많은 사람. 얘기가 잘 통하는 사람. 살아보니 내 예상보다 훨씬 더 괜찮은 사람이었다. 겉으론 차분해 보이지만 실상은 덜렁이에 실수투성이에 부족한 나를 자상하게 이끌어준 사람이고 두 아들도 그런 아빠를 존경하며 서스름없이 대화하며 문제를 상의하는 끈끈한 가족이 되었다.


둘째가 봄에 먼저 결혼을 앞두고 있다. 제대하고 대타로 나간 과 미팅에서 만나 연애한지 벌써 5년이 되어간다.

같은 학교에 다니다 보니 만나는 시간이 많고 학교 생활에 활력을 얻어 즐겁게 연애를 해왔다.

아들은 졸업 후 취업 2년 차가 되어가고 간호학과 학생이던 여친은 실습과 공부에 지쳐 1년 휴학하고 올해 졸업이다. 대학 병원에 합격하고 마지막 관문인 간호사 국가고시를 치르고 합격하면 3월부터 순차적으로 입사한다고 했다.

간호사가 된 순간부터 결혼 준비하기가 힘들다는 말을 듣고 결혼부터 하고 병원 생활을 시작하고 싶다고 해서 작년에 결정하고 결혼 날짜. 상견례. 예식장 예약 등 차례대로 진행을 해왔다.


둘다 성향이 비슷했다. 둘째는 아빠를 닮아 차분하고 꼼꼼하고 감정의 기복이 별로 없다. 회사에서도 AI 로 통한다는 말을 듣고 '훗' 하고 웃었다. 평소 모습이나 술을 마신 모습이나 다르지 않게 흐트러짐 없다고 말이다. 남들 눈도 똑같다. 그런 모습을 예비 며느리도 좋아했고 사돈 되실 부모님도 듬직해 보인다며 맘에 들어하셨다.


첫째는 직장 생활 2년 차가 넘어갈 때까지 여친이 없었다. 친구들이 워낙 많고 사교성이 좋던 아들이라 노는 걸 더 좋아하다가 어느 순간 하나둘씩 여친이 생긴 친구들을 보니 위기의식이 생기더란다. 그 때부터 소개를 받기 시작했지만 인연이 아닌지 쉽지 않았다. 마침 대학 여동기 결혼식에 갔다가 우연히 만난 동기가 지금의 여친이 됐다. 반갑게 인사하고 집들이 때 또다시 만났을 때 호감이 생기면서 '괜히 멀리서 찾았네. 가까이 있었는데.' 란 생각에 용기를 내어 대시를 했더니 처음엔

"왜. 갑자기. 나를. 친하지도 않았는데." 하며 의아해 하더니 생각해 보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아들은 노는파. 친구는 학구파여서 친한 무리가 달랐고 군대에 다녀와서 복학했을 땐 졸업했으니까 그야말로 아는 사이 정도였으니 놀라는 게 당연했다고 했다.


기다리다가 오케이 답을 듣는 순간부터 1일 시작되어 2년 차 연애로 이어지고 있다. 언젠가 그 때 "NO" 라는 답이 돌아왔으면 어땠을까 물었더니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고 말해서 놀랐다. '많이 좋아하고 있고 결혼까지 확신하고 있구나.' 싶어 마음이 놓였다.

자긴 조금 더 준비하고 결혼하고 싶다고 동생에게 먼저 양보해서 내년 봄쯤 결혼 예정이다.


첫째는 나를 닮아 사교적이고 덜렁거린다. 난 정적인 면도 많이 있지만 말이다. 첫째 커플도 성향이 비슷했다. 활동적인 것을 좋아하고 재미있게 연애한다. 둘째가 정적인 커플이라면 첫째는 동적인 커플이다. 역시 콩깍지는 모두 다르고 짝은 정해져 있다.


비혼주의도 많고 결혼 적령기도 늦어지는 요즘 시대에 알아서 일찍 결혼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고마울 뿐이다. 부모 맘대로도 억지로도 안 되는 인륜지대사인 결혼이니 더 신중할 수밖에 없다. 부모로서 우리 부부가 두 아들에게 비교적 좋은 본보기가 되어주어 결혼에 호의적인 것 같아서 기쁘다.


나이가 찼다고 서두를 일도 아니지만 작은 아들은 27세. 큰아들은 30세. 이른 나이의 결혼이니 사실 부모로선 큰 부담도 되었다. 형편껏 준비해서 간소화할 건 줄여 양가에선 집 문제에 올인하기로 했다. 천정부지로 솟고 있는 전세값이 만만치 않은데 일정 부문 감당해 주시겠다고 해서 감사했고 우리도 이런저런 방법을 동원해 집 문제를 해결하니 마음이 놓였다.

예단이니 폐백이니 줄일 건 다 줄이고 기본 도리만 하기로 정했다. 이제 한달만 지나면 예식이다. 우리 자매들 중에서도 친구들 중에서 가장 먼저 치르는 예식이라 관심이 쏠려있다.


이른 나이에 결혼하는 아들이 그동안 성실하게 감당하며 임해왔던 것처럼 가정생활도 충실히 잘 해낼 거라고 믿는다. 어느 새 자라서 가정을 꾸리는 아들을 보니 감격이고 기쁨이다. 새로운 식구를 맞는다니 설레기도 한다.

둘의 출발은 이제 시작이고 앞으로 걸어갈 길은 만만치 않다. 장애물도 만나고 티겨태격할 일도 생긴다. 그 때마다 서로 조금씩 양보하며 대화로 잘 풀어나가면서 사랑의 마음만은 절대 잃지 말라고. 그럼 잘 풀어갈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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