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하늘말나리야

ㅡ희망을 잃지 않는 소희에게ㅡ

by oj

소희야. 넌 친구들 말처럼 땅을 바라보지 않고 해를 보고 피는 하늘말나리꽃을 닮은 아이였어. 언제나 친구들 마음을 이해해주고 배려하는 성숙한 아이였지. 할머니와 단둘이 살면서 병으로 돌아가신 아빠와 무슨 이유인지 너를 떠난 엄마를 그리워하면서도 내색조차 않고 혼자 아픔을 감당하고 있더구나.


아플 땐 아프다고 힘들 땐 힘들다고 응석도 투정도 가끔은 부렸으면 좋겠어. 계속 담아놓기만 하면 응어리진 마음이 언젠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올 때가 있어. 친구에게도 좀 더 마음을 털어놓고 네가 위로 받기를 바랐어.

소희야. 일기장에 네 마음을 표현하는 것도 좋지만 친구와 사람들에게 받는 위로가 더 크단다. 인간관계는 그래서 중요한 거라고 말해주고 싶어. 네 일기를 들여다보면 네가 정말 의젓하게 잘 컸구나 싶었어. 꼭 네 꿈인 작가가 될 수 있을 것 같았어.


소희야. 미르를 생각하면 네 상황보다 많은 걸 가졌음에도 엄마에게 투정과 어리광을 부리고 친구들과도 어울리지 않는 미르가 나라도 처음엔 미웠을 것 같아. 부러웠을지도 모르지.

미르는 부모님의 이혼으로 자신이 버려졌다고 생각해서 아직 혼란스럽고 받아드리기 힘들었던 거야. 특히 엄마를 원망하고 까칠하게 대하면서 아직 마음이 힘든 상황이야. 물론 넌 아직 미르 처지를 몰랐으니까.

네가 할머니와 사는 것도, 미르 부모님의 이혼으로 미르가 엄마와만 살게 된 것도, 바우 엄마가 돌아가셔서 바우가 아빠와만 사는 한부모 가정인 것도, 모두 너희들의 잘못이 아니란다. 부모님이 너희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럴 수밖에 없는 어른들의 상황이 있다는 것도 이해해주기 바랄게. 상황이 안 좋아져도 부모님은 너희들을 사랑하시고 최선을 다하시려고 애쓰실 거란 사실을 알아주기 바래. 한 사람의 어른으로서 대변이라고 생각해주면 좋겠구나.


서울에서 전학 온 미르가 친구들과도 어울리지 않고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 있다가 미움 받은 친구들에게 폭력을 당했을 때 넌 왜 미르 편이 되어주지 않았니? 평소의 너라면 제일 먼저 나서서 친구들을 말리고 도와주었을 텐데 말야. 미르가 자처한 일이고 마음을 열지 않고 친구들을 왕따시켰으니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했더구나.

하지만 그렇지 않아. 어떤 이유든 왕따나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고 친구에게 가장 큰 상처를 남기는 일이야. 절대 해서도 안 되고 동조해서도 무관심해서도 안 될 일이니 네가 나서서 도와줬어야 한다고 생각해.


나중에 미르와 친해졌을 때에 미르 편이 되어주지 못 한 것을 미안해 하고 진심으로 아픈 마음을 위로해줘서 기뻤어. 미르 아빠의 재혼 소식은 미르의 희망을 꺾어버릴 만큼 힘든 일이었어. 그 때 너와 바우의 위로는 미르에게 큰 힘이 되어주어서 차츰 밝아지게 되어 다행이었어. 너와 바우 덕분이야.


소희야. 바우를 생각하면 참 안타까워. 엄마를 잃은 슬픔으로 선택적 함구증을 앓을 만큼 힘겨운 시간이 아직 지나지 않았잖아. 마음속 말을 표현하지 못 하니 얼마나 답답할까. 엄마를 잊게 하려고 그림도 못 그리게 하는 아빠를 원망하는 바우 마음을 많이 위로해 주어서 널 많이 의지한 것 같아. 바우가 친구에게 폭력 당하는 미르를 보았을 때 말이 안 나와서 도와주지 못한 것을 무척이나 미안해 했어.


미르 엄마와 아빠 일까지 오해한 바우가 오해를 풀었으면 좋겠어. 마을의 일을 의논하시는 좋은 친구가 되었다니 또 다른 인간 관계를 맺고 계신 거야. 사람들은 사회적 동물이라 서로 소통하며 문제를 상의하기도 하고 의지하며 살아야 한단다. 너와 친구들처럼 말이야.


소희야. 할머니가 돌아가신 일은 정말 안타까웠어. 아들을 잃고 상실감이 크셨고 너만 바라보고 사시다가 너를 두고 가셨을 때 네 걱정에 맘이 안 놓이셨을 거야. 너에게는 할머니가 부모님 대신이었는데 슬프고 혼자서 얼마나 두려웠을까. 친구들이 큰 힘이 되어주어서 위로가 됐을 거야.


아직 어린데 서울 친척집으로 떠나면서 친구들과 헤어질 때 너에게 하늘말나리꽃을 닮았다고 말해준 친구들은 널 잊지 못할 거야. 넌 그만큼 강한 아이니까 어려움을 잘 이겨내고 잘 지낼 거라고 믿어.


소희야. 할머니를 잘 보내드리고 서울 생활도 잘 적응하며 너답게 꿈을 잃지 않길 바래. 몸도 마음도 예전처럼 밝고 건강한 네가 되길 바라며 네가 어디 있든지 응원할게. 미르와 바우도 너의 행복을 바랄 거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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