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여동생 둘째 아들이 곧 군에 입대한다. 큰 아이는 딸이라 처음 군대에 보내는 동생으로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것 같았다. 막내 남동생 큰 아들은 기흉 수술을 한 일로 공익 근무를 하며 설 명절 전에 3주 훈련을 갔다. 두 동생 모두 걱정을 많이 하길래 아들 군대를 두 번이나 보낸 내가 걱정 말라며 충고를 해주었다. 지금은 18개월 복무에 복무 조건도 좋아지고 주말이면 휴대폰 사용도 가능하고 월급까지 많이 올라 뭐가 걱정이냐며 훈수를 두었다.
큰아들은 연천에서 군 복무를 했다. 훈련을 마치고 복무지를 배정 받을 때 맨 마지막에만 내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는데 가면서 다들 내려주고 자기가 제일 마지막 복무지인 연천에 내려주어 앞이 캄캄했다고 했다. 연천은 차로 가면 1시간 반이지만 대중 교통을 타고 가면 3시간 반 이상이 걸리는 교통이 아주 불편한 곳이다. 그야말로 첩첩산중에 있는 복무지에서 2년 가까이 있을 생각을 하니 암울하고 눈물났다고 했다.
우리 부부도 첫 아들 군대 보내니 마음이 헛헛하고 상실감도 크고 걱정도 많이 되어 면회를 자주 갔다. 훈련을 마치면서 빌려둔 펜션에서 맛있는 음식을 정성껏 준비해 해서 함께 먹으며 하룻밤 묵고 데려다줄 때 마음이 짠했다. 시간을 딱 맞춰 들어가고 싶다며 차에서 내리지 않는 아들을 보며 손을 잡아주면서 금방 지나갈 거라며 위로 아닌 위로를 해주었다.
정말이지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한 달에 한 번 꼴로 면회를 가서 외박 신청을 하고 1박을 하고 오면서 쌓인 추억도 많다. 주변에 고급진 숙소는 없지만 그나마 깨끗한 숙소를 잡아 저녁 먹고 볼링 치고 카페에 가고 찜질방 가고 개봉 영화는 모두 봤던 것 같다. 위수 지역을 벗어날 수가 없어서 좁은 시내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찾아 해본 것 같다. 그렇게 휴가 외에 면회를 자주 가서 외박을 자주 하다 보니 시간은 금방 흘렀다. 휴가 나와 들어갈 때면 어김없이 데려다주기를 몇 번 반복하다 보니 제대가 금방 돌아왔고 감격스러웠다.
반면 둘째는 문산이 복무지여서 일산까지 외박이 허용 되어 면회는 군대 개방할 때 딱 한 번 갔다. 지하철 타고 가면 문산까지 얼마 안 걸리고 거기서 택시 타면 30분도 안 걸리니 상대적으로 마음이 한결 가벼워서 그런지 제대도 빨리 한 것 같았다. 가끔은 큰 아들에게 한 정성에 비해 작은 아들은 신경을 거의 안 쓴 것 같아 미안한 마음에 몇 번 데려다주기도 했지만 마음이 달랐다. 군대 처음 보낸 마음과 두 번째와는 상이하게 달랐다.
노심초사하며 전화 목소리만 들어도 그렇게 반가웠는데 둘째는 자주 나오고 가까운 곳에 있으니 상대적으로 마음이 편했다. 둘째도 그걸 알고 이해해주었다. 여자들이 해산한 얘기를 풀어놓으면 끝이 없는 것처럼 남자들은 군대 얘기가 그렇다. 우리 아들들도 아빠랑 군대 시절 얘기하다 보면 30개월 복무한 아빠의 라떼 얘기에 놀라워하며 끝없이 이야기가 펼쳐진다.
남자라면 피할 수 없는 국방의 의무는 자랑스러운 일이다. 좋아하던 방탄 멤버들 모두 군복무 하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는 50대 아미로서 제대하고 완전체로 모이는 2025년이 몹시도 기대된다. 건강하게 제대해서 더 훨훨 날아오를 거라고 믿으며 우리 아들 군대 보낼 때처럼 엄마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다.
지금 군대는 한결 편해졌다. 군에서 군기를 목적으로 자주 일어나던 폭력 사건도 줄고 복무 조건도 좋아져서 군생활이 수월해졌다. 두 조카들도 잘 적응하며 건강히 제대할 거라고 믿는다. 대한민국의 남자라면 모두에게 주어진 의무를 잘 감당하며 우리 두 아들이 그랬듯이 늠름한 대한의 아들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