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차는 빨간색 모닝이다. 벌써 연식으로는 15년 된 차이지만 7만 km밖에 타지 않았다. 차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차에 대한 욕심도 없고 고양시에서만 타고 다니는데다 멀리 갈 일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들들이 차를 한 대씩 갖고 있어 남편 차까지 모두 네 대나 되니 내 차까지 바꿀 이유가 없다.
둘째가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에 운전을 처음 배웠다. 운전을 두려워해서 절대 면허를 딸 수 없을 것 같았는데 주변에서 운전을 하는 지인들이 늘기 시작하면서 마음이 움직였다. 나도 해볼까라는 생각을 할 때쯤 마침 아파트에 면허를 접수하는 학원이 들어왔다. 직접 가서 접수하는 수고를 덜어주어 기회다 싶어 접수를 하고 바로 문제집 사서 필기 시험부터 보고 합격한 뒤에 학원에서 보내준 차량을 타고 운전 면허 연습을 하러 다녔다. 실기 시험도 한 번에 합격했다. 도로 주행까지 합격한 뒤에 면허증을 취득했을 때 너무 뿌듯했다. 하지만 도로를 달릴 수 있을지 자신감은 없었다. 바로 운전하지 않으면 장농 면허가 된다는 말을 들었어도 운전은 엄두가 안 났다.
마침 아는 지인이 친구가 차를 바꾸니 그 차를 사라고 제안을 해서 중고로 처음 산 차가 빨간색 아토스였다. 차가 생겨야 억지로라도 운전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남편을 졸랐다. 처음엔 자기 차를 타라며 반대했지만 출퇴근을 차로 하는 남편 차는 주말에만 쓸 수 있는데 어떻게 타냐며 설득해서 300만원을 주고 처음 차를 샀다.
운전 연습을 하러 자유로에 갔다가 주차 연습을 해준다는 남편과 싸우고 나서는 다시는 안 배운다고 마음 먹었다. 아직 운전도 서툰 내게 후면 주차부터 가르쳐주려는 남편의 성급함이 화를 부른 것이다. 전면 주차도 아직 어려운 내게 후면 주차를 이해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나중에 운전이 익숙해졌을 때쯤 전면보다 후면이 편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식할 때가 오는데도 말이다.
운전을 하니 여간 편하지 않았다. 일단 학교에 방과후 수업하러갈 때 너무 편해서 좋았다. 아이들 학교나 학원에 데려다주고 시장 보고 약속 장소에 갈 때도 너무 편했다. 이렇게 편한 운전을 왜 늦게 배웠을까 후회가 될 정도였다. 걸어다니고 대중교통 이용할 때보다 걷는 양이 줄었다는 것만 빼면.
5년 정도 타고 차를 한 번 바뀌어서 지금까지 타고 있는 차가 모닝이다. 처음부터 경차를 타서 그런지 주차하기도 편하고 차값도 싼 경차를 다시 한 번 중고로 샀다. 그 당시 경차 중에서는 모닝이 가장 인기였고 아토스에 비하니 같은 경차라도 넓고 편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아토스보다 훨씬 좋다며 마음에 들어했다.
그런데 이번엔 이상하게 잔고장이 많았다. 사자마자 오일이 새서 교체하고 아파트에 주차된 차를 주민이 새벽에 치고 지나가서 옆이 찌그러져있어 cctv로 찾아내서 수리를 받았다. 또 후진하던 차가 나오면서 지나가는 내 차를 박는 등 잔고장에 잔사고가 많아 사고난 차를 잘 못 샀나 싶었다. 게다가 차에서 쾌쾌한 냄새도 났다. 남편이 차에서 오징어를 먹었냐고 물어서 아니라며 계속 방향제를 뿌렸다.
어느 날 차 트렁크 아래를 열어볼 일이 생겼을 때 흰실에 묶여있던 마른 북어를 보고 그 정체와 이유를 알았다. 냄새와 잔사고의 원인은 고사 지내고 넣어놓은 북어 때문이었다. 기독교인 나였기에 헛웃음이 나와서 "너 때문이었구나!" 하며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렸던 일은 지금 생각해도 웃프다. 그 뒤로 신기하게 잔사고 없이 지금까지 잘 타고 있다. 연식이 오래 되다 보니 타이어도 갈고 안전을 위해 여기저기 고치긴 했지만 가까운 곳에서 혼자 타고 다니기엔 아직까지 별 문제가 없다.
지금 차는 차가 없는 사람들사고는 운전에게 많이도 빌려준 차였다. 이 사람 저 사람 필요할 때면 쓰라고 빌려주고 아들이 취업하고 주문한 차가 늦게 나와 몇 개월 동안 출퇴근용으로 쓴 차이기도 하다. 경차라 고속도로에서 타긴 걱정이 되었지만 주말에 대중교통을 타면 세 시간 이상이 걸려 할 수 없이 몇 개월간 내 차를 가져갔다. 차가 없으니 한 달 가량 불편을 감수했다.
아침마다 수영을 다니고 언니들이 운전을 못해 차가 있는 내가 엄마 병원을 모시고 다니고 같이 장을 보러 같이 가는 등 함께 여기저기 다닐 수 있는 유일한 애마이기도 하다. 남편이 우스갯소리로 처형들에게 보험료를 같이 내게 하라고 할 정도로 유용하게 쓰이는 차이다.
지금까지 타는 내 빨간 모닝에 큰 애정이 있다. 아들들이 이제 차를 바꾸라고 할 때면 낭비라며 폐차시킬 때까지 탈 거라고 말한다. 남편이 차를 바꿔주려는 마음을 먹고 있는 것 같긴 한데 언제까지 타게 될지는 몰라도 아직은 더 함께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