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네가 벌써 부모품을 떠나 결혼을 하고 새로운 가정을 만든다는 사실이 아직 안 믿기고 실감이 나지 않아.
아빠는 30살에 엄마는 25살에 결혼했는데 너는 요즘 결혼 적령기가 늦음에도 27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결혼 하게 되었네. 27년 동안 부모품에 있다가 이제 고양시가 아닌 수원시에서 산다는 것도 기분이 이상하고 일주일 코앞으로 다가오니 엄마 마음이 복잡미묘하고 싱숭생숭해.
네가 태어날 때 얼마나 사랑스러웠는지 몰라. 자랄 때도 정말 귀엽고 순한 아이였어. 형과 3살 터울이라 어느 정도 커서 그런지 또다시 시작된 육아에 둘을 키우다보니 처음엔 힘들었지만 네가 워낙 순한 덕분에 너무 수월하게 키웠어.
어려서부터 낯가림도 없이 누구에게나 잘 안기고 방긋방긋 잘 웃는 너는 주변을 빛내주었고 많은 사랑을 받았어. 형은 낯가림이 아주 심해 다른 사람한테 가지 않았는데 넌 누구에게나 친근하게 안겨서 더 사랑을 많이 받았어.
어릴 때도 형과 싸우지도 않고 형 말을 잘 따라주면서 사이좋게 지내주어 너무 고마웠어. 형보단 약간 고집이 있었지만 다른 집 아이들에 비해 둘다 진짜 순둥순둥했어. 아들 둘 키우면 전쟁터에 엄마 목소리가 커진다는데 엄마는 한 번도 그걸 느껴본 적이 없어 고마울 뿐이야.
엄마는 네가 5개월 때부터 학교 수업을 나가게 되면서 널 할머니집에 어린이집에 여기저기 맡기면서 키웠던 것이 가장 미안했어. 4 살 때 탈장 수술로 입원해 있을 때 가벼운 수술이긴 했지만 금방 회복해서 뛰어다니는 널 보며 대견했고 큰 잔병치레 없이 건강하게 자라준 것이 감사했어.
씩씩하게 자라서 4 살 때부터 집앞 꽃동산 유치원에 혼자 가면서 복도에 서있는 엄마에게 손을 흔들고 웃으며 들어가던 네 모습은 지금도 생생해. 귀엽고 야무지고 순하다고 유치원 선생님들과 원장님께서 항상 칭찬받은 너여서 엄마는 항상 네가 자랑스러웠어.
1학년 때는 급식을 안 해 할머니집 근처로 이사가서 매일 할머니집으로 하교하며 많은 시간을 돌봐주신 할머니. 할아버지도 네가 하도 순해 손갈 게 없다고 하셔서 고마울 뿐이었지. 두 분 사랑도 많이 받았는데 하늘에서 할아버지가 네 결혼을 흐뭇하게 지켜보실 거야.
3학년 때 형과 필리핀에 보낼 때 가장 마음이 아팠어. 잘 적응할 수 있을지도 걱정이었고. 방학동안 너와 형을 만나고 올 때는 마음이 무너졌지. 필리핀에서 함께 여행도 가고 네가 다니는 학교에도 가보고 같이 밤엔 산책하며 보낸 일주일이 금방 지나가서 아쉬웠고 공항으로 가는 차 안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돌아와서도 매일 보고 싶고 걱정이 많았는데 잘 지내고 2년 만에 돌아왔을 때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기쁘고 감격스러웠어. 오자마자 달라진 기후 때문인지 뇌수막염으로 2주간 입원했을 때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 계속 머리 아파하는 너를 보며 엄마가 대신 아프고 싶었어. 퇴원해서 학교생활 잘 하고 친구도 잘 사귀고 졸업을 할 땐 너무 감사했어.
어느 새 중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사춘기 한 번 없이 무난하게 커가면서 학교성적도 우수하고 교우관계도 좋고 성품. 인성 모두 좋아 아들 잘 키웠다는 말을 무지 많이 들어 뿌듯했단다.
대학에 군대에 힘들 때마다 잘 인내하고 견뎌준 네가 고마울 뿐이야. 제대하고 여자 친구 생겼다고 했을 때 정말 기뻤어. 너무 온순해서 여자친구도 못 사귀면 어쩌나 살짝 걱정했거든. 취업 준비할 때 가장 힘들어보였지만 잘 준비하고 회사에 입사해 어엿한 사회인이 된 네가 이제 한 집안의 가장이 된다니 격세지감을 느껴.
아들. 넌 잘 해낼 거야. 엄마 아빠를 한 번도 실망시킨 적이 없는 우리 아들이 결혼해서도 잘 살 거라고 믿어. 살면서 힘든 일 있을 때도 서로 이해하며 존중하는 마음으로 대항상 사랑의 마음 잃지 않기 바랄게. 그동안은 엄마 아빠와 많이 상의했지만 이젠 둘이 상의하며 대화 나누며 풀어가야 할 거야. 처가 부모님께도 마음 많이 써드리고 아들처럼 친근하고 서스름없이 대해드리면서 사위 역할도 잘 감당하고 집안일도 많이 도와주렴.
예쁘게 잘 살길 바라고 네 짝궁이자 예비 며느리가 넘 착하고 예뻐서 기쁘단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맘에 쏙 들었어. 진중하고 사려깊은 너와 결이 비슷해보이고 참해 보여서 역시 울 아들이 사람 보는 안목이 있구나 싶었지. 둘이 너무 잘 어울리고 웨딩 사진 속 너희 둘의 모습은 정말 근사하더구나. 잘 자라주어 고마워.
아들. 넌 엄마의 사랑이자 기쁨이고 꽃이자 열매란 사실 잊지 말고 다시 한 번 결혼 진심으로 축하하고 아주 많이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