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그래도 괜찮은 하루

ㅡ귀 큰 토끼 베니에게ㅡ

by oj



베니야. 안녕?

구경선 작가님의 분신인 네가 많은 사랑을 받아서 기뻐. 너를 만나고 가슴이 너무 따뜻해지고 뿌듯해서 많은 친구들에게 소개해주었어. 그만큼 당당하고 밝고 씩씩한 네 모습에 오히려 힘을 얻었어.


넌 두 살 때 열병을 앓고 청각 장애를 가져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네 혀가 굳지 않도록 입주변에 설탕을 발라주셨고 손을 엄마의 목에 갖다대어 울림을 느끼게 해주신 엄마의 사랑이 너무 커보였어. 그래서 다시 태어나면 엄마의 엄마로 태어나고 싶다고 말했을 거야. 사실 엄마가 되어보기 전까진 그 사랑을 알 수 없어. 무엇을 줘도 아깝지 않은 그 사랑을 말야.

너에게 벨소리를 알려주는 고양이 코코도 너무 귀여웠어. 조카가 키우는 몽이와 비슷해 보였어. 반려동물은 교감하며 정서적으로 좋을 것 같아.


네가 세상 밖으로 나와서 그림을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희망을 주는 네가 자랑스러웠어. 빛이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했을 때도 스스로 길을 찾았고 스킨 작가로 활동하며 그림으로 인정받아 수입도 생기고 <내가 되고 싶은 나> 란 선교 프로그램으로 소외된 아이들에게 희망을 준 넌 정말 강한 토끼야.


베니야.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앞까지 못 볼 수 있다는 말에도 좌절하지 않고 보일 때까지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일은 정말 장하다고 생각했어. 하나씩 버킷리스트가 늘어갈 때마다 성취감이 컸을 거야.


버킷리스트를 실현하겠다고 마음먹고 가장 먼저 한 일이 작업실 갖고 독립하기였잖아.

기적처럼 책을 출판하고 계약금으로 작업실겸 오피스텔을 얻고 엽서를 그린 수익금으로 월세를 선납하고 필요한 물품을 도와주신 좋은 분들이 네 옆에 있어 세상은 정말 따뜻하다고 느꼈어. 기적의 작업실에서 네가 그림을 그릴 때마다 더 멋진 작품이 만들어졌을 거야. 감사의 마음으로 더 힘을 냈을 테니깐.


베니야. 엄마에게 미역국 끓여드렸을 때 얼마나 기뻐하셨을까. 요즘은 검색만 해도 레시피가 나와서 어렵지 않겠지만 네 정성이 들어간 미역국에 엄마가 눈물 흘리느라 드시지도 못하신 건 아닐지 몰라.


네가 가보고 싶어한 볼리비아 우유니 사막엔 나도 가보고 싶어. 하늘 위에 누워있을 것 같다는 네 표현대로 천국 같이 정말 신비할 것 같아.


김연아 선수는 나도 좋아해서 꼭 만나고 싶어. 금메달을 땄을 때와 평창 올림픽에서 스케이트를 타고 점화한 모습을 잊을 수 없어. 소치 올림픽 마지막 무대까지 볼 수 있었다니 기뻐.

돌고래와 헤엄치기. 헤어진 친구 찾기. 소개팅 해보기. 플리마켓 참여하기 등 소소한 일상의 기쁨을 누린 네 모습은 비장애와 전혀 다르지 않았어.


살빼기는 나의 버킷리스트이기도 해. 계속 수영하고 저녁을 일찍 먹으면서 조금 빠지긴 했어.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는 꼭 가보길 바랄게. 루브르 박물관까지도.


가족여행에 간 네 모습은 행복해 보였어. 낙산사 가는 길에 <꿈이 이루어지는 길> 이란 팻말에 코끝이 찡해왔다니 내 마음도 같았어. 어떤 생각을 했을지 짐작이 됐거든.


너를 좋아하는 팬과의 미팅은 꼭 이루길 바랄게. 네 그림뿐 아니라 네 건강까지 응원하고 있는 많은 팬이 찾아와 줄거야.

명동에서 허그하기를 하고 싶다고 했을 때 호주 출신 닉 브이치치가 생각났어. 팔다리가 없는 장애에도 희망을 잃지 않고 많은 일들을 이루어서 비장애인들에게 오히려 희망을 주는 허그를 하며 전세계로 강연을 다니고 있어.


영화 100편. 책 100권 읽기는 나도 늘 하고 있는 일이야. 영화. 음악. 책이 없다면 우리 삶이 얼마나 삭막할까.

다른 사람을 돕고 기부하는 일은 세상을 살면서 꼭 필요할 것 같아. 콩고 선교와 필리핀 초등학생. 굿네이버스에 작지만 후원을 하고 있는 나도 참 뿌듯해.

동화상 수상은 꼭 도전하길 바랄게. 몇년 전 구름빵 작가도 국제적인 상을 받아 자랑스러웠는데 너도 꼭 해낼 수 있을 거야.


네가 소망하는 줄기세포 이식 성공으로 시력과 청력을 회복한다면 얼마나 감격스러울까. 지금 과학과 의술의 발전 속도라면 10년 후쯤엔 꼭 꿈이 이루어질 거라고 믿어.


베니야. 네 버킷리스트를 보면서 내 버킷리스트가 생각났어. 이룬 것도 있고 아직 시도 중인 것도 있어.

수영을 배우고 바다 위에서 누워 하늘을 보고 싶다는 버킷리스트는 이루었어. 물이 무섭지 않고 누워도 빠지지 않는 그 느낌이 너무 신기했어. 터키. 이태리. 동유럽은 꼭 가보고 싶은 곳이었는데 가보고 너무 감동했어. 작가는 계속 도전 중이야. 재작년엔 수필상을 작년엔 수필집을 현재는 브런치 활동을 하며 계속 꿈을 향해 한걸음씩 나가고 있어.


밖에도 남편의 환갑 여행. 친구들과 호주 여행. 아들 둘의 결혼식 등 큰 버킷리스트를 앞두고 있어 마음 설레이고 있어.

누구나 하고 싶은 일을 꿈꿀 수 있는 건 인간이 누리는 특권 같아. 월드컵 응원 문구인 "꿈은 이루어진다" 와 "꺾이지 않는 마음" 은 우리가 늘 품고 살아야할 모토라고 생각해. 거기에 동기 부여까지 더해진다면 우린 꼭 꿈을 이룰 수 있을 거야.

더 많은 도전을 해내길 바랄게.


네 책을 살 때마다 천 윈씩 기부되어 재활 병원에 기부 된다니 나도 기부에 동참해서 기쁘고 너의 도전을 계속 응원할게. 안녕!

keyword
작가의 이전글트리캡의 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