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나, 우리

-'우리들의 블루스'를 보고-

by oj

노희경 작가님은 따뜻하고 정감있는 글을 많이 쓰는 작가로 유명하다. 작년에 방영했던 ‘우리들의 블루스’라는 드라마도 매회 에피소드마다 따뜻한 울림과 감동을 주었다. 그 중 영희와 영옥이 쌍둥이 자매. 그리고 성준이와 영옥이 이야기는 시청자들을 울고 웃게 만들었다.

영옥이의 쌍둥이 언니인 영희는 다운증후군으로 발달 장애인이다. 12살에 부모를 잃고 보육원과 그룹 홈을 전전하다가 영옥이는 제주. 언니는 장애인 시설에서 따로 살던 자매였다. 유일한 혈육이자 보호자인 영옥이에게 찾아온 영희가 제주에서 잠시 살면서 좌충우돌 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선장과 해녀로 만나 사랑하는 사이가 된 영옥이와 성준이의 사랑도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장애 언니의 존재를 알게 된 순간 남자 친구들이 모두 떠나면서 이젠 남자와 가벼운 관계로만 지내겠다고 마음 먹은 영옥이는 자신을 좋아하는 성준이를 매몰차게 거부한다. 이해심이 많고 부드럽고 다정한 남자 성준은 제주에 온 영희를 누나라고 친근하게 다가가면서 불편하지 않게 대해준다. 성준이의 진심을 느낀 영옥의 닫힌 마음은 서서히 열린다. 시청자로서 성준과 영옥이의 사랑을 진심으로 응원했고 그 사랑은 끝까지 변치않아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다.

화가인 부모님의 재능을 물려받아 그림 그리는 재능이 뛰어난 영희는 동생이 보고 싶을 때면 그림을 그려왔다. 가족 같던 제주 이웃들의 다양한 표정과 선한 마음을 담은 그림을 선물로 남기고 돌아갈 때 행복을 안고 갈 수 있어 기뻤다. 자신이 버림 받았다고 생각한 영희와 장애인 언니를 부담스럽게 생각한 영옥이. 부모님을 떠올리며 그린 그림으로 행복해 하는 영희와 그 재능을 인정하지 않았던 영옥이. 두 자매가 갈등하며 겪은 일 공감도 되고 안타깝게도 했다. 영희가 공항에서 영옥이에게 자신이 뜬 목도리를 둘러주고 “안녕" 하며 아쉬움을 남기고 시설로 돌아가는 뒷모습. 동생에게 남긴 언니의 그림을 처음 본 뒤 그 마음을 헤아리지 못 했다며 오열하면서 후회하던 모습. 뒤늦게 언니에 대한 사랑을 깨달은 영옥이 옆을 묵묵히 지켜주며 기댈 수 있게 어깨를 내어준 성준의 따뜻한 마음까지 많은 여운을 남겼다.

화가 났던 장면은 영희와 영옥이, 성준이가 식당에서 식사할 때 앞 테이블에서 식사하던 비장애인 가족의 태도였다. 영희를 쳐다보면서 장난할 때 보지 말라고, 그러지 말라고 화내도 자기 아이를 야단치기는커녕 밥맛 떨어졌다며 식당을 나가는 부모는 정상일지 몰라도 마음은 온전치 못한 들이다. 사람을 대하는 기본적인 태도와 남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 너그러운 마음에서 올바른 인격이 나온다. 역지사지로 애인 가족의 마음을 헤아리고 배려해 주었다면 어린 아들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부모가 되었을 텐데 화가 났다. 현실에서는 겪지 말기를 바랐던 장면이지만 더한 일도 겪었으리라 예상 된다.

우리 사회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얼마나 큰지, 장애인 가족을 둔 사람으로서 심리적인 부담이 얼마나 큰지, 그 삶이 얼마나 고된지 실감나게 그려내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영희를 연기한 사람은 실제 다운증후군 화가 정은혜씨였다. <니얼굴>이란 다큐에도 소개가 되어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캐리커처 화가로 드라마에서 나온 그림도 실제 정은혜씨가 그렸다고다. 평소에 뜨개질과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다재다능한 은혜씨의 모습을 드라마에 그대로 담아냈다. 그림 그리기 전까지는 미래가 불투명하고 부모로서 안타까운 마음이었는데 그림을 그리면서 자신감을 되찾고 적극적인 삶을 살면서 가족들에게 큰 기쁨이 되었다니 다행이다. 그림 그릴 때 가장 행복하다며 지금까지 4000여 명의 얼굴을 그리며 어디서든 솔직하고 당당하며 사람들과 잘 소통하는 은혜씨이다.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진데다 천연덕스럽게 연기까지 잘해 배역에 잘 녹아들어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전시회를 열어 뜨거운 관심을 받았고 SBS 뉴스와 KBS의 ‘사랑의 가족’에도 초대 되어 당당히 자기 생각을 밝히고 아름다운 인생을 가꿔가고 있다. 서울시로부터 정식 작가로 등록되어 활동한다니 장애인들에게는 큰 희망과 비장애인에게는 선입견과 편견을 깨뜨리는 계기가 되었음에 틀림없다.

매년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 이동권을 주장하며 지하철 시위를 하는 장애인들에게 불편을 준다며 비난하고 막말하는 사람들을 보았다. 비난하기 이전에 이동하기 얼마나 불편하면 집단행동까지 했을까 그들의 답답함과 불편함을 조금이나마 헤아려야 한다. 발달장애인 부모들이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며 가진 삭발식도 있었다. 2~3시간 밖에 되지 않는 돌봄과 그것도 70~80%에게만 주어진 혜택은 장애인 가족들에게 고통을 가중시킨다. 그들의 간절한 바람이 관철되고 일자리가 늘어 경제적 자립까지 이루어지기를 바다.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이 장애인 복지가 좋은 미국이나 유럽으로 이민을 고집하는 사례를 종종 본 적이 있다.

스웨덴의 레나 마리아는 두 팔이 없고 한 쪽 다리도 짧은 중증 장애로 태어났지만 부모의 지극한 사랑과 밝고 긍정적인 성격으로 자신의 꿈을 모두 이루었다. 장애인 올림픽에서 수영 금메달도 따고 고운 목소리로 성가와 지휘도 맡아 적극적으로 살고 있다. 본인의 피나는 노력도 컸겠지만 선진국의 장애인 복지가 잘 이루어진 덕분이기도 하다.

발달장애 6살 아이와 함께 추락사한 엄마의 자살 소식, 30년을 중증 장애 딸을 돌보다가 암까지 걸린 딸에게 다량의 수면제를 먹여 사망에 이르게 하고 자신도 자살을 시도한 60대 노모의 사연을 접했을 때 두 번째 사건은 비난보단 동정 여론이 더 많았다. 30년을 장애인 딸을 돌보며 겪었을 엄마의 고단함과 버거움이 고스란히 느껴졌기 때문이다. 빙산의 일각이이라는 일련의 사건을 통해 다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 되 않고 선진국처럼 장애인에 대한 복지가 더 늘어나기를 바랄 뿐이다. 선진국에 진입한 우리나라의 장애인 예산은 선진국의 1/3도 안된다고 한다. 발달 장애나 자폐증 등 정신적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25만 명이나 되는데 발달 장애인 돌봄 시간은 두세 시간 밖에 되지 않아 고스란히 가족의 몫이다. 경제적 어려움까지 겹치면 그 고통이 얼마나 클지 더 고심하여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이다. 직업 훈련전국 19개이고 2000명 훈련생에 30%의 취업자, 대부분 저임금에 계약직이나 비정규직으로 불안한 일자리가 현주소이다. 직무 개발이나 일자리 확대로 경제적 자립을 돕는 것이 급선무이다.

캐릭터 디자이너 3년 차, 국내 최초 박사 학위를 가진 3년 차 장애인 대학 강사가 ‘우리들의 블루스’가 방영 된또 다른 화제가 되었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계기로 뉴스에서 기사화 된 것을 보았다. 그 만큼 자립하기가 어렵고 특별한 경우라는 반증이다. 장애가 있더라도 당당히 차별 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장애인에 대한 적극적인 정책과 복지, 자립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 교회에도 장애인 부부가 계시다. 남편 분은 교통사고로 다리와 팔을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불편함이 있고 아내 분은 고등학교 때 갑작스런 질병으로 마비가 와서 손과 발이 약간 불편하시다. 두 분 다 후천적 장애를 가지셔서 그 안타까움이 더하지만 항상 밝으시고 겸손하시며 당당하시다. 찬양하시는 두 분 모습에 은혜를 받을 때가 많. 일을 다니시면서 사람들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리다. 교인들 대부분 열린 마음으로 따뜻하게 대하며 다르다가 아닌 조금 불편하기에 배려와 도움을 필요로 할 때 도와주고 옆에서 친근하게 다가선다. 원해서 장애가 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와 인식을 바꿔 그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

드라마나 매체가 주는 영향력이 큰 만큼 장애인들에 대한 선입견이 사라지고 열린 마음으로 그들을 포용하며 선한 영향력이 확산되기를 바란다. 더불이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라는 인식을 갖고 어딘가에서 열심히 사람들의 부정적 편견과 차별에 맞서 싸우며 애쓰고 있을 영희와 영옥이 자매, 우영우 변호사와 같은 사람들과 그 가족들이 꿈을 향해 나아가기를 응원한다.

작가의 이전글그들만의 유토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