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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j Jun 28. 2024

내가 사랑하는 사람


정호승 시인의 <내가 사랑하는 사람> 이란 시는 내가 참 좋아하는 시이다.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을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도 없으면 기능이 아니다

사람도 눈물 없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작가님은 그늘이 되어 품어주는 사람.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을 사랑하고 그 모습이 고요하고 아름답다고 말한다. 좋아하는 사람의 사람의 유형이나 기준이 누구에게나 있다.


난 일관성 있는 사람이 좋다. 감정 기복이 심하거나 자기 감정에 따라 변덕을 부리는 사람은 가까이 하기 싫다. 좋다고 했다가 싫다고 했다가 욱하다가 헤헤거리다가 어디에 장단을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 주변 사람이 자신의 변덕으로 힘들어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전혀 안 한다.  


유쾌한 사람도 좋다. 분위기를 밝게 하고 호탕하게 웃는 사람. 웃으면서 인사하면 더 밝게 인사를 건네는 사람은 주변을 환하게 만들어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담백한 사람도 호감형이다. 간결하면서도 단순명료한 사람은 산만하지 않다. 옆에 있으면 지나치게 산만한 사람이 있다. 말도 빠르고 정신이 없고 대화도 장황해 요점이 없다. 한참 듣다보면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나름대로 정리를 해서 이해해야 한다. 듣다보면 지치기도 하고 다른 사람 말은 경청하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이다. 대화가 이미 끝나고 나서는 무슨 말이냐며 되묻는다. 이미 다 했던 얘기인데 혼자만 귀기울여 듣지 않아 다시 묻는 사람이 꼭 있다.


자기 주장이 강하지 않고 유연성 있는 긍정적인 사람도 좋다. 자기 주장이 강한 사람은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자신과 다른 상대방을 폄하하기도 한다. 반면 유연성 있는 사람은 누군가 제안하는 의견을 흔쾌히 받아드리고 좀 맞지 않아도 서로 조율 한다. 부딪히는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을 줄이는 역할도 한다. 안 좋은 상황보단 좋은 쪽으로 유도해 꽉 막히지 않고 유연한 사람 옆에 있으면 마음이 괜히 편해진다.


겸손한 사람도 좋다. 자신을 돋보이고 자랑하고 싶은 건 인간의 본성이다. 자기 만족에 큰 의미와 가치를 두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있다. 자기중심적 사고. 자기애가 강한 시대에서 겸손을 배우고 추구하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 사회적 지위가 높거나 권력이 있는 사람이 겸손하면 더 존경받는 이유도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여야 한다는 말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말과 행동이 가볍고 경거망동하는 사람도 점점 피하고 싶다.


그렇다고 사람을 싫어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사람들을 좋아한다. 서로 다른 거지 틀린 게 아니다. 성격. 성품. 환경의 영향으로 누구나 다른 게 당연하다. 사람들과 화합하고 공감하며 나누는 삶을 사랑한다. 단지 성향이 맞지 않거나 결이 비슷하지 않는 사람들과는 점점 거리를 두게 된다. 예전에는 되도록 맞추려고 했다면 나이가 들면서 '굳이' 라는 생각이 앞선다. 잘 맞는 사람과 만나도 부족한 시간이다.


감사한 건 주변에 내가 좋아하는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자매들은 모두 긍적적이고 유쾌하고 친구들은 배려심 많고 너그럽다. 20년지기로 만나고 있는 지인들도 대부분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일관성 있고 진중하다. 사람은 크게 변하지 않는데 인복이 많은 편이다.


내 성향도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결점도 많다. 지나치게 급하고 서두르고 마음 먹은 건 바로 해야 속이 시원하고 질질 끄는 건 딱 질색이다. 하지만 운전할 때는 절대 서둘지 않고 양보한다. 바쁠 땐 종종거리다가도 침대에서 하릴없이 보내거나 늘어질 때도 있다. 지나간 일에는 되도록 미련을 갖지 않고 상대방에게 되도록 맞추다가도 단호할 때가 있고

아니다 싶은 일은 정중하게 거절한다.


내 모습이 누군가에겐 안 좋게 보일 수도 있다는 걸 안다. 누구나 장단점이 있고 다르다는 걸 인정하기에 다른 사람들에게 나 역시도 선호하는 모습으로 비춰지기 위해 나름 애쓴다.


산만하고 교만하고 자만하지 않지만 억지로도 가식적으로도 아닌 진솔하고 자연스럽게 말이다. 중요한 건 서로 다른 것을 인정하고 존중하되 간극을 조금씩 좁혀나가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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