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j Jul 15. 2024

나만의 멋진 드라마

ㅡ'유키즈에서 만난 사람들' ㅡ


'유키즈' 는 내가 좋아하는 예능 프로 중 하나이다. 예능을 많이 보지 않지만 '유키즈' 는 즐겨보는 편이다. 그 프로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지만 평범하게 살면서도 비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소개되어 집중하며 볼 때가 많다.


유명인들이 출연할 때면 그들의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토크로 유쾌하게 풀어가는데 유명인보다는 일반인들이 나올 때 더 시선이 간다. MC 유재석과 조세호 씨는 사람들을 편안하게 만들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하는 비범한 재능이 있다.


최근 <선재 업고 튀어> 에 나온 변우석 편과 삼둥이 아버지로 유명한 <주몽> 의 배우 송일국 편. 황희찬 선수 편을 재미있게 시청했다.

변우석 배우는 무명 10년을 딛고 드라마 한 편을 잘 만난 덕분에 단번에 한류스타가 되었다. 단번이라고 말한 것은 그동안의 노력에도 빛을 발하지 못하다가 기회를 얻었다는 의미이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온다. 한동안 푹 빠져있던 드라마여서 그의 활발한 행보와 다음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이 크고 격하게 응원한다.

송일국 배우는 삼둥이들과 함께 출연해서 오래간만에 만난 삼둥이들의 너무 커버린 모습을 엄마 마음으로 대견하게 바라봤다.

카타르 월드컵 때 16강의 주역인 황희찬 선수는 자기 관리가 철저한 선하고 순수한 이미지로 다시 한번 호감형으로 굳어졌다.


방탄소년단이 군대 가기 훨씬 전에 방탄소년단 춤을 너무 잘 추어 유명세를 탄 여고생이 유키즈에 출연했다가 방탄소년단 편에서도 직접 나와 그들을 만난 일은 그 여고생에겐 최고의 추억이 됐을 것이고 그 추억을 만들어준 유키즈도 잊지 못할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사는 모습에 관심을 갖는 유키즈는 장수 프로가 되면서 테마별로 많은 이들의 이야기와 삶이 회자 되었다. 이번에 읽은 이언주 방송작가님의 <유키즈에서 만난 사람들> 이란 책은 유키즈 메인 작가님이 50명을 만나서 느낀 감정을 쓴 에세이였다. '모든 사람은 한 편의 드라마다' 라는 부재로 시작과 결심, 사랑하는 마음, 생의 기로란 테마로 특별히 공감된 사람들에 대해 작가가 느낀 사랑과 배움. 열정 등을 풀어나갔다.


시청한 사람들도 있고 매회 시청하지 못해 처음 알게 된 사람들 이야기도 있어 관심 있게 읽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씨. 구글 수석 디자이너인 김은주씨. 무료 웨딩과 사진을 찍어주신 신신 예식장 백남삼 대표. 풀꽃 시인 나태주님. 1000원 밥집 사장 김윤경씨. 이지선 교수. 200명 아이들의 엄마 임천숙씨. 제빵사 김쌍식 씨 출연은 보면서 이미 감동을 받았고 나머지 분들 이야기는 처음 들었다.


그 중에서 기억나는 사람은 푸바오 담당 강철원 사육사님과 경주 최부자댁 최창호님. 튀르키예 구호대. 김민섭과 김민섭님. 판사 김동현님. 생환 광부 박정하님 이야기였다.


강철원 사육사님은 얼마 전에 중국으로 보내진 푸바오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중국에 다녀오셨다. 언론과 대중의 관심은 뜨거웠지만 취재도 허락하지 않았고 푸바오 이름도 한 번밖에 부르지 못하게 했다는 보도에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한국을 떠나기 전까지 엄청난 사랑과 관심을 받은 푸바오가 잘 적응하는 지 보기 위해 갔다는 소식을 듣고 관련 기사를 찾아보았다. 3개월 만에 만나 푸바오를 부르는 그의 목소리에 반응해 달려왔지만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다는 말에 마음이 아팠다. 이후에 푸아오의 행동이 달라지고 우울해하는 것 같다는 기사도 접했다.

말 못하는 짐승도 우리 마음도 이런데 직접 아기 때부터 자식처럼 키우고 돌본 사육사님 마음은 어땠을까.


경주 최부자댁 이야기에선 고개가 숙여졌다. 400년 동안 12대를 내려온 유지 만석꾼 집안, 2만 평 여의도 면적의 논에서 쌀 만 석을 생산했으며 조선시대 경상도에서 가장 큰 부를 자랑하던 집이었지만 가난한 사람을 돌보고 나눔을 실천했다. 일제강점기 땐 국채보상운동에 참여한 이들을 기록해 문서로 남겨 귀중한 국가 사료가 되고, 독립운동에 100만 원이 넘는 자금까지 대주었다. 그 당시 임시정부의 1년 예산이 6만 원 남짓이었다니 그 돈의 크기와 의미가 짐작되었다. 해방 뒤에 재산 일부를 찾은 최준 선생은 근대식 교육에 투자해 학교를 건립하고 재산을 재단에 귀속해서 자손에겐 한 푼도 남기지 않으셨다고 한다. 진짜 부의 의미와 국민으로서의 도리를 알게 해준 최부자댁 이야기는 나라의 발전과 부국강병이 거저 된 것이 아니란 생각과 함께 지금의 정치 행보가 과연 나라를 위한 일인지 비교되어 씁쓸했다.


튀르키에 구조대 이야기에선 절망과 희망을 오고갔던 구조대들의 활동이 감동을 자아냈다. 튀르키에 지진 사망자는 5만 명이었고 평범하던 일상이 무너져 내렸다. 해외긴급구호대와 구조견이 튀르키에로 향해 안타키아 지역으로 첫날 5명을 구조하고 131시간 만에 할머니를 구조했다고 한다. 임무를 마친 뒤, 미안함과 전원 무사 복귀의 안도감과 무거운 마음을 뒤로 하고 돌아왔다고 한다. 위기에 빠진 사람들. 그것이 다른 나라여도 재빨리 달려가서 목숨을 걸고 구조의 손길을 내미는 이들이 있어 훈훈하다.


1983년생 김민섭과 1993년생 김민섭씨 이야기는 세상은 아직 따뜻하구나 느꼈다. 선의의 결과는 컸고 작은 시작은 큰 의미를 남겼다. 김민섭 씨는 후쿠오카에 여행 가기로 한 날 아이가 갑자기 수술을 하게 돼서 대한민국 국적 남성. 이름 김민섭. 영문 이름까지 정확히 같은 사람에게 비행기 티켓을 양도하겠다고 올린 글이 파문을 일으켜 278명에 의해 254만원의 여행비가 모아졌다는 독특한 이야기였다. 나눔과 응원의 힘. 다정함의 결과. 사람을 사랑하는  일. 보통의 삶에 대한 소중함을 느꼈다고 작가는 말했다. 김민섭 씨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따뜻한 사랑과 관심의 결과로 돌아왔다.


그밖에도 시력을 잃고도 좌절하지 않고 법학도의 꿈을 이룬 김동현 판사. 2022년 경북 봉화의 광산에서 매몰 사고로 10일 만에 구조된 박정하 광부 이야기도 기억 남는다.

김동현 판사는 사고로 시력을 잃은 뒤 9만 배를 올리고 육신의 눈보다 마음의 눈이 중요하다는 걸 깨닫고 학교로 돌아가 직접 점자책을 만들어 공부해서 판사가 되었다. 그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고 남보다 몇배의 노력으로 얻은 결과일 것이다.


박정하 광부는 1차 매몰 사고가 일어나 1명이 사망하고 두 달만에 2차 매몰 사고로 2명의 광부가 매몰되었다가 221시간 만에 무사히 구조된 분이다. 그 긴 시간 동안 앞이 캄캄했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구조를 기다리며 커피믹스로 연명하며 버텼다고 한다. 구조되었을 때 온국민이 기뻐한 일은 잊히지 않는다. 삶의 기로에서 큰 용기를 낸 사람들을 응원한다.


유키즈는 2022년 콘텐츠 대상 시상식에서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고 한다. 작가로서 무척 뿌듯했을 것이다. 공동으로 "요즘의 나를 다섯 글자로 표현하면?" 이란 질문과 "유키즈?" 를 외치고 퀴즈를 내고 맞추면 100만원. 못 맞추면 직접 고른 선물을 받는데  아이템들이 다 독특해서 웃음을 자아낸다. 남편에게 같은 질문을 하자 "행복한 남자" 난 "인생의 봄날" 이라며 활짝 웃기까지 했다.


모든 사람의 인생은 한 편의 드라마란 작가의 말에 공감한다. 어떤 드라마를 쓰는 지는 자기 몫이다. 내세울 만한 것이 없어도  자기 몫을 해내면서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따뜻한 사람이 되는 일에 가치를 둔다면 유키즈에 등장하진 못해도 나만의 멋진 드라마를 완성하지 않을까.

이전 16화 "그랬다지요" 인생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