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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j Jul 22. 2024

다양한 감정들이 모인 '자아'

ㅡ인사이드 아웃 2ㅡ


<인사이드 아웃 2> 를 개봉한 지 한참 되었지만 차일피일 미루다가 아들이 생일 날 보라며 영화 예매를 해주어서 주말에 보고 왔다.


역시 실망시키지 않았다. 어느새 13살이 된 라일리가 사춘기에 들어서면서 새로운 낯선 감정들이 등장하며 기존 감정들과 싸운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그 감정은 불안이 대표적이고 부럽. 따분. 당황의 감정들이다.


미네소타주에서 태어난 라일리. 부모님의 사랑과 관심 속에서 기쁨이란 감정이 처음 생겨난다. 시간이 지날수록 누구나 그렇 듯이 슬픔이. 까칠이. 버럭이. 소심이 등 다른 감정들이 싹튼다. 미네소타 특성상 추운 지역이라 부모님은 라일리에게 하키를 가르치면서 라일리의 정체성인 기쁨이를 키워나간다. 가족과 친구들과 새로운 경험을 할 때마다 상상섬. 엉뚱섬. 우정섬. 가족섬 등의 섬이 생기며 라일리를 성장시킨다.


하지만 라일리가 미네소타주를 떠나 새로운 지역으로 이사가면서 슬픔이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친구들과의 이별. 새로운 학교에서의 적응에 어려움을 느끼면서 슬픔이 자꾸 개입하는 것을 막으려다가 기쁨이와 슬픔이는 감정 본부에서 떨어져 길을 잃는다.


둘이 길을 잃으면서 라일리의 감정은 뒤죽박죽 되어 섬들이 무너져 버리고 결국 라일리는 추억의 장소였던 미네소타로 가려고 가출을 결심한다. 기쁨이는 슬픔이도 필요한 감정임을 알게 된다. 슬픔을 억누르지 않고 표현하면 다시 기운이 생기고 그 기운은 기쁨으로 돌아온다. 힘겹게 다시 본부로 돌아오게 되면서 라일리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을 슬픔이에게 맡긴다. 슬픔이는 라일리의 지난 감정을 회복하게 만들어 집으로 돌아오고 가족의 품에서 안정을 찾는다는 이야기가 <인사이드 아웃 1> 이였다. 오래 전에 봤던 에니매이션 영화지만 워낙 재미있고 신선했던 영화라 기억에 남았다.


<인사이드 아웃 2> 에서는 새로운 감정인 불안이의 주도로 라일리가 하키 캠프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선택 되어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떻게든 새로운 자아를 형성하게 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그 열정이 지나치다 보니 원래 있던 기쁨이를 비롯한 다섯 감정이 방해 된다고 여겨 본부에서 몰아내고 가두어 버린다. 먼저 갇혀있던 친구들의 도움으로 빠져나온 감정들은 점점 달라지는 라일리의 자아를 원래대로 돌이키기 위해 험난한 길을 거쳐 다시 본부로 되돌아온다. 이미 불안으로 인해 걷잡을 수 없게 된 라일리였다. 친한 친구들과 멀어지고, 선생님의 평가 노트를 몰래 보고, 하키 시합 때 거침 없는 질주로 골을 넣어 높은 평가를 받기 위해 몰아부치면서 친구까지 다치게 한다.


불안은 끝까지 치닫지만 기쁨이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불안이를 멈추게 한다. 그러나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기쁨이는 한 감정만으론 라일리를 변화시킬 수 없다는 걸 알고는 남은 감정들이 라일리를 한꺼번에 안아주자 서서히 마음이 안정되며 새로운 자아가 탄생한다. 친구들에게 사과하고 자기 행동을 반성하며 남은 경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최선을 다한다. 한 가지가 아닌 다양한 감정이 뭉쳐 라일리를 성장시켰다.


어른이 된다는 건 기쁨이 줄어든다는 말이 와닿았다. 대신 복잡한 감정들로 가득 찬다. 하지만 어릴 때 탄탄히 형성된 자아와 기본 감정들로 정체성을 잃지 않는다. 어른인 내가 봐도 감정들을 정말 잘 표현한 픽사의 에니메이션이다. <인사이드 아웃 1> 에서는 성장기에 필요한 감정을 보여주었다면 <인사이드 인웃 2> 에서는 사춘기에 생길 수 있는 감정의 변화에 대해 보여주었다.


자녀에겐 부모의 사랑과 관심. 격려와 친구들과의 친밀한 관계가 긍정적인 자아를 형성하는데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말해준다. 기쁨만 있는 것이 아닌 슬픔도 표현할 줄 알아야 감정이 정화 되면서 건강한 자아가 형성된다. 화를 낼 때도 까칠할 때도 있고 소심해질 때도 있다. 다양한 경험을 할 때마다 여러 감정이 생겨나는 것이 당연하다. 그걸 이해 못해선 안 된다.


복잡한 감정이 있는 아이들에겐 감정에 대한 수용과 인정이 필요하다. 가족.친구. 이성. 학교 생활을 통해 넓어진 인간관계로 인해 자연스럽게 다양해지는 감정들을 지나치게 억압해서도 무조건 수용하거나 강요해서도 안 된다.


사춘기는 질풍노도의 시기여서 어떤 감정에 사로잡힐 지 예측 불가하다. 감정 기복이 심해 어떻게 반응할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기쁨이만 긍정적인 감정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 부정적인 감정으로 여겨지는 까칠. 불안. 소심. 당황 등의 다양한 감정들이 함께 쌓이면서 스스로 감정들을 조절해 나가면서 서서히 정체성을 형성하고 성장하는 것이다.


그밖에도 3살 때까지 상상 친구였던 빙봉과 추억할머니. 파우치. 블루피 등의 독특한 캐릭터가 생동감 있게 그려졌다. 특히 추억 할머니가 나오려고 할 때마다 몇 년 후쯤 나오라는 말에 피식 웃었다. 우리 나이대엔 추억 할머니가 수시로 소환 되기 때문이다. 각 나이대에 동반되는 감정들이 다르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누구에게나 있는 감정. 그 감정이 쌓이고 쌓이지만 적절이 조화를 이루어 '' 를 만들어간다. 스스로의 선택. 최선의 노력과 열정. 마음대로 되지 않는 실망과 좌절. 주체할 수 없는 흥분과 분노 등까지도 인정해야 한다. 누구에게나 나타나는 당연한 감정들을 때론 절제하고 때론 표출하면서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고 주변에선 그런 감정을 존중하며 보듬고 이해하다 보면 한층 성장된 '자아' 를 만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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